색과 색이 층을 이뤄 모이면 잊지 못할 잔상을 남긴다. 이번 시즌 색을 다루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만 고민하면 된다. 잔상을 남길 것이냐, 남기지 않을 것이냐.
4대 도시에서 새 시즌 런웨이에 오른 옷들을 보고 나면, 돌아와서 가장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건 두 가지로 정리된다. 눈과 머리를 자극한번뜩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인상적인 색의조합. 전자는 일할 때 아이디어 내는 데에 도움이 되고, 후자는 실생활의 옷입기에 유용하다. 심지어 새로운 색 조합을 접하고 나면, 장롱에 넣어두고 잊고 있던 옷까지 꺼내 입을 정도로 말이다.
이번 시즌 역시 색 조합에 대해 하고픈 이야기가 많다. 먼저 색을 더 화려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만드는 보색끼리의 배색으로 강렬한 잔상을 남긴 브랜드는 델포조와 겐조.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의 주황 코트와 모자가 달린 터틀넥의 선명한 파랑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델포조는 연보라색 타이츠를 매치해 심장을 두드렸고, 색상 코드표의 색이 모두 사용됐을 정도로 많은 조합을 보여 준 겐조는 거기에 스트리트 무드와 스포티 코드를 가미해 호평받았다. 트렌디한 브랜드뿐 아니라, 클래식하고, 우아한 브랜드 에르메스마저 이번 시즌 보색 대비 스타일링에 동참했는데, 초록색 니트 펜슬 스커트와 윤기를 머금은 보라색 실크 스커트의 조합은 색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소재의 믹스도 우아함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음을 입증했다.
무채색의 옷보다 주변을 밝고 긍정적이게 만드는 색깔 옷을 입을 때에는 내가 만든 조합이 새롭고 아름답다는 자신감을 지녀야 한다.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서 라프 시몬스가 선보인 수많은 룩 중에서 시대를 지나 클래식이 될 만큼 회자될 룩은 바로 빨강 재킷과 파랑 팬츠일 것이다. 라프 시몬스는 태극무늬 색깔 옷을 제안해도 멋있는 것이고, ‘나는 라프 시몬스가 아니니 안 될 것이다’라는 식의 소극적인 마인드보다는 ‘내가 가는 길이 곧 진리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색 조합을 대해야 한다. 빨강과 파랑 옷을 입고도 뻔뻔하게 거리를 나설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나만의 색 조합을 창조할 수 있는 첫걸음인 것.
주홍+카키+파랑+노랑
주홍색 터틀넥 톱은 그레이 양 제품. 6만9천원. 카키색 니트 타이츠는 에르메스 제품. 가격 미정. 하늘색 앵클부츠는 니나리치 제품. 가격 미정. 큼직한 노랑 숄더백은 셀린 제품. 가격 미정.
가죽 끈이 묶인 카키색 팔각형 함은 에르메스 제품. 가격 미정.
빨강+핑크+연두+블랙
긴 끈으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한 실크 드레스는 발렌시아가 제품. 1백97만5천원. 안에 입은 핑크색 실크 블라우스는 구찌 제품. 1백28만원. 검은색 메리제인 슈즈는 트리커즈 by 유니페어 제품. 59만9천원. 연두색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윈드 머신에 걸린 빨강 페이크 퍼 모자는 미우미우 제품. 가격 미정. 핑크색 코끼리 모양 미니 백은 로에베 제품. 1백70만원.
주황+핑크+하양+초록
비즈 장식의 주황색 앙고라 카디건은 프라다 제품. 가격 미정. 모나리자 얼굴이 프린트된 큼직한 숄더백은 루이 비통 제품. 가격 미정. 금색 장식이 달린 초록색 새틴 슈즈는 프라다 제품. 가격 미정. 하얀색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금색 스티치와 큼직한 버클 장식이 돋보이는 풀색 토트백은 델보 제품. 8백만원대.
핫 핑크+파랑+초록+주황
팔에 풍성한 볼륨이 잡힌 핫 핑크색 베이비돌 드레스는 겐조 제품. 가격 미정. 페이턴트 소재의 주황색 사이하이 부츠는 루이 비통 제품. 2백만원대. 하늘색의 양털 숄더백은 니나리치 제품. 4백30만원. 초록색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쪽의 앞코가 뾰족한 핑크색 뮬은 발렌시아가 제품. 가격 미정. 보라색과 청록색 가죽 패치에 카보숑 장식이 달린 고전적인 플랫 슈즈는 에르메스 제품. 가격 미정.
빨강+피랑+초록+주황+갈색
하늘색 오버사이즈 셔츠는 니나리치 제품. 93만원. 안에 입은 빨강 터틀넥 톱은 막스마라 제품. 가격 미정. 초록색 플레어 니트 드레스는 T by 알렉산더 왕 제품. 91만원. 클래식한 갈색 펌프스는 셀린 제품. 가격 미정. 주황색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름이 잡힌 빨간색 가죽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가격 미정. 스웨이드 소재의 주황, 청록 펌프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품. 가격 미정.
파랑+골드+노랑+자주
가슴과 팔에 셔링이 장식된 파란색 블라우스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제품. 49만원. 금사가 섞인 중세풍 점프슈트는 샤넬 제품. 가격 미정. 퀼팅 처리된 자주색 로퍼는 토즈 제품. 1백만원대. 가죽 끈이 달린 삼각형 형태의 노랑 숄더백은 셀린 제품. 가격 미정. 주황색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빨강과 겨자색의 조합이 멋진 톰 삭스 마스야드 슈즈는 나이키 제품. 가격 미정.
빨강+노랑+주황+파랑+초록+하양
빨강 터틀넥 톱은 막스미라 제품. 가격 미정. 노랑과 주황, 빨강이 조합된 앙고라 니트는 겐조 제품. 가격 미정. 파란색 팬츠는 푸시버튼 제품. 가격 미정. 아이보리색 앵클부츠는 니나리치 제품. 가격 미정. 초록색 볼리드 백은 에르메스 제품. 가격 미정.
왼쪽부터 | 화이트 그레인드 카프 스트랩 에이치 워치, 빨강 스무스 카푸친 카프 더블투어 스트랩 워치, 더블 스트랩, 주황 스무스 오렌지 카프 더블투어 스트랩 워치, 파랑 스무스 블루진 카프 스트랩 워치는 모두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