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 특히 강하고 똑똑하며 재능 넘치는 여성들이 서로 존중하며 이뤄낸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루시 필름 어워즈’에서라면.
2년 전,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즈에서 니콜 키드먼이 돈독한 관계로 알려진 나오미 와츠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니콜은 “사실 열네살 때 제인 캠피언 감독의 작품을 제안받았는데, 샤워캡을 쓰고 다른 소녀와 키스하는 장면 때문에 그 작품을 거절했죠. 그때 난 키스는 남자와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니콜 키드먼은 나오미 와츠와 함께 샤워용 모자를 착용한 채 입을 맞췄고, 깜짝 퍼포먼스를 보고 놀란 이들을 향해 외쳤다. “난 이제 샤워용 모자를 쓰고 다른 여자와 키스를 했어요. 누구나 위기를 받아들이고, 목소리를 높이세요. 여성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특별한 자리에서 성평등과 여성의 연대를 촉구한 여배우는 그녀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바로 이 시상식에서 자신의 오랜 매니저이자 친구인 힐다 쿼알리에게 상을 수여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 역시 의미 있는 말을 했으니까. 그녀는 어린 소녀가 나타나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당신을 믿고 지지해줄 누군가를 찾으세요. 제게 19년전의 힐다가 그랬듯이 말이죠”라고 답했다.
이처럼 여성의 인권을 위해 열리는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필름 어워즈’는 여성 영화인 모임인 ‘우먼 인 필름(Women In Film)’이 주최하는 어워즈다. 당당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이 행사는 1977년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이 화합의 순간을 통해 WIF는 여성의 크리에이티브한 프로젝트를 지원 및 격려하며, 모든 형태의 미디어 속에서 여성의 영역을 확장하고, 여성이 스크린 안팎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 사실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를 차지하는 여성이 영화계에선 여전히 불평등을 겪는 현실.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 프로듀서와 여배우 등에게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 그녀들의 진실하고도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다. 특히 여성 멘티와 멘토가 어우러져 시상자와 수상자로 등장하는 무대는 뭉클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지난 6월13일, LA 베벌리힐스의 힐튼 호텔은 이러한 열정적인 여인들의 뜨거운 목소리가 넘쳐흘렀다. LA의 밤을 뜨겁게 달군 우먼 인 필름 크리스탈 + 루시 어워즈가 성대한 막을 올린 것.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진전’을 뜻하는 ‘Evolve’으로 지난해 ‘변화의 고안’이라는 주제로 지속 가능한 성적 평등을 위해 스크린 안팎에서 노력했다면,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여성의 성적 평등과 박애 정신을 지지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자는 뜻을 담았다. 이를 위해 WIF는영화계에 아직 존재하는 성차별을 일깨우는 위트 넘치는상황극을 여러 편의 짧은 필름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우먼 인 필름의 총괄 디렉터인 커스턴 쉐퍼는 최근 음악 제작사인 APM뮤직과 협업하여 여성 작곡가들을 위한 최초의 우먼 인 필름 라이브러리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해 힘찬 박수를 얻기도 했다.
이벤트의 가장 빛나는 순간! 올해의 수상자 발표가 시작되자 장내에는 흥분과 감탄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영화 부문의 크리스탈 어워즈를 차지한 엘리자베스 뱅크스, TV 부문의 루시 어워즈를 거머쥔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 노마자키 인도주의 어워즈의 댄 래더 등이 그 영예의 순간을 만끽했으며, 이들을 아끼는 멘티가 등장해 트로피와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또 이번 크리스탈 어워즈의 수상자인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루시 어워즈의 수상자인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는 각각 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으로부터 특별한 축하와 응원을 담은 영상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화제에서 신선한 기대를 모은 2017 막스 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MaxMara ‘FaceoftheFuture’ Award)의 주인공은? 영화 및 TV에서의 빼어난 활동 및 개인적인 성취, 동시에 스타일과 우아함을 겸비한 젊고 재능 있는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상 말이다.
그동안 나탈리 도머, 케이트 마라, 로즈 번, 헤일리 스타인필드, 클로이 모레츠, 케이티 홈스, 조 샐다나, 지니퍼 굿윈, 에밀리 블런트 등이 수상한 막스 마라 어워드의 주인공으로 마침내 조이 도이치(Zoey Deutch)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WIF가 새겨진 단상에 선 그녀는 같은 여배우이기도 한 어머니 레아 톰프슨과 언니 메이들린 도이치를 포함해 그녀의 삶에 영향력을 끼친 여성들에게 우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트로피를 거머쥔 이 생기 넘치고, 다재다능한 여배우는 당당하게 여성의 인권과 여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목소리를 드높였다.
우먼 인 필름 – 막스 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의 12번째 수상자, 배우 조이 도이치와 나눈 인터뷰
<WKorea> 만나서 반갑다. 2017 크리스탈 + 루시 어워즈에 참석하는 기분이 어떠한가?
Zoey Deutch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 다른 훌륭한 여배우들과 함께 파티에 나란히 참석하고 상까지 받게 되어 영광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 여성의 성평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먼 인 필름, 그리고 이를 후원하는 막스마라가 수여하는 올해의 우먼 인 필름 –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의 주인공이 된 것을 축하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의 성평등이란 어떤 모습인가?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는 데 주목하고 지지하는 막스마라와 함께해서 뿌듯하고 기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여자가 받는 차별을 개선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패션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업계에서의 진정한 성평등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출연료를 똑같이 받는 것, 역할에 동등한 기회를 갖는 것 등이다. 지금은 2017년인데 아직도 그렇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장 최근의 나탈리 도머(NatalieDormer)를 비롯해 케이트 마라(KateMara), 로즈 번(RoseByrne), 헤일리 스타인필드(HaileeSteinfeld),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ChloGraceMoretz), 조 샐다나(ZoSaldana), 지니퍼 굿윈(GinniferGoodwin), 에밀리 블런트(EmilyBlunt) 등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뒤를 이어 막스마라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의 12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이 리스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동시에 강인하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전도유망한 여배우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당신의 커리어에 있어 이 수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상은 인기가 많다고 받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작품에 대한 상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현재 커리어를 통해 앞으로의 가능성을 읽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격려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여성으로서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하고 흥미로우며 현명하고 매력적인 수많은 얼굴들 말이다.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멘토 같은 여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
너무 많다. 지금 막 떠오르는 배우 중에는 캐서린 헵번, 줄리앤 무어, 샌드라 블럭, 에밀리 블런트가 있다. 그녀들은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막스마라가 선정한 이 상은 또한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과 우아함이 기준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과 우아함’이란 어떤 것인가?
스타일이나 우아함은 내면에서 표출되는 것이기에 어떤 것으로 드러낸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만약 패션을 대입해 이야기한다면 파워풀한 옷이 우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저 예쁜 드레스가 아니라 강인한 동시에 건강함을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 말이다. 그 안에서 여성의 우아함이 더욱 드러난다고 믿는다.
여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지금, 당신이 소망하는 여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어린 시절에는 여느 평범한 학생들처럼 학업에 충실했다. 연극 수업도 받았고 미술 고등학교에 다니며 예술 감각을 키우기도 했다. 나는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기 위해 공부했고 애썼다. 어떤 이들은 내가 운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어머니인 리 톰프슨(LeaThompson) 역시 우아하고도 멋진 여배우다. 같은 여배우로서 당신에게 늘 강조하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엄마와는 사이가 무척 가깝다. 어느 한 가지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늘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또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의 교감이 크기 때문에 엄마와 딸 관계 이상의 끈끈함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촬영을 하거나 오늘처럼 화려한 이벤트에 참여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낼 때를 제외하고 여가 시간엔 무엇을 하나?
최근 입양한 유기견 핏불테리어가 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요즘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여배우로서 앞으로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악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 사실 안티-히어로(Anti-Hero) 캐릭터에 굉장히 끌린다. 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13년에 영화로 만들기도 한 연극 작품 <VenusinFur>의 무대에 서보고 싶다.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당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배우들은 아카데미나 칸의 여우주연상을 받고 싶다거나 역사에 남을 거창한 것을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가까운 꿈을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SNL 쇼의 호스트가 되는 것! 아직은 이것도 가깝게 느껴지진 않지만, 이루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웃음).
- 에디터
- 박연경
- PHOTOs
- COURTESY OF MAXMARA
- 인터뷰
- 김한슬(LA 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