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는 언제나 예뻤다. 가만히 있어도 예쁜데, 씩씩하게 잘하니 더 예뻤다. 젊은 연기자들이 이끌어가는 유쾌한 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을 앞둔 유이를 만났다.
<W Korea> 올 1월에 드라마 <불야성>이 끝난 후, 최근 공식 활동은 SBS <정글의 법칙> 출연이었다. 그렇게 힘들어도 매력이 있으니까 두 번째 정글행을 택한 거겠지?
유이 4년 전 정글에 가보고 또 갔다. 출연자들끼리 얘기하는데, ‘정글병’이라는 게 있다. 머물 집을 짓고, 아침에 알람도 없이 그냥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오늘 한 끼는 뭘 사냥해 먹을까 고민하고. 그렇게 붙어 지내다 보면 다녀온 후 큰 추억 거리가 생긴다. 가끔 처음 만난 여자 연예인이 자기도 곧 정글에 갈 예정인데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본다. 그냥 어디 멀리 떨어진 나무 뒤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정말 자연 속에 머물다 오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도 폰을 아예 안 가져갔다.
정글 생활이 체질에 맞고 그걸 감당할 만한 여자 연예인이 몇몇 있는데 당신이 그중 하나다. 갓세븐의 마크도 출연한 만큼 금요일 밤 본방송으로 잘 사수했다(웃음).
마크! 출국하는 날 공항이 미어터지기에 우리 말고 또 다른 한류 스타가 온 줄 알았다. 뉴질랜드 공항에 도착했더니 거기에도 마크 현지 팬들이 가득이었다. 나도 아이돌 생활 해봤지만, 무대 위에서 화려한 아이돌을 정글 같은 곳에서 보면 느낌이 또 다르다. 말 그대로 민낯의 모습이 다 드러난다. 마크는 정말 묵묵한 친구라 다시 봤다. 우리끼리 해맑은 애늙은이 같다고 했다. 한 끼 한 끼가 중요한데 자기 먹거리를 사람들한테 막 나눠줘….
유이도 좀 묵묵하지 않나?
나는 그냥 말을 잘 안 하는 편이지.
10대 때 운동 선수 생활을 해서 그런가? 데뷔 이후 지켜본 유이는 성실하고 승부욕이 있어 보였다. 애프터스쿨 시절 매번 어려운 안무를 소화한 채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예의까지 발라서 단체 생활에 적합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 편이다. 어제 김병만 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이게 좋은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정말 남동생 같다고 한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좀 세고 까다로울 거라고 짐작했다더라. 4년 전에도 정글에서의 마지막 날 말하길, 나처럼 남자애 같은 여자는 처음 봤다고 했다. 병만 오빠가 사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다. 그런 사람이 4년 동안 꾸준히 연락하면서 먼저 정글 멤버들과 함께 모이자고 하는 것 보면 울컥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부족하다는 뜻인가?
여자 연예인이라면 대하기 어렵고 특별한 대우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유이는 그런 예상을 뒤엎는 사람이니까.
이번 작품을 같이 하는 배우들도 처음엔 나에게 선뜻 다가올 수가 없었나 보다. 그러다 첫 회식을 하면서 서먹한 분위기가 한 방에 누그러졌다. 드라마에서 김재중, 바로, 정혜성과 친구 무리로 나오는데, 평범한 동네에서 자란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로 묘사된다. 극 중 상황처럼 벌써부터 우리끼리 놔두면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난리도 아니다. 대학교 후배인 정혜성은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깍듯하게 굴어서 내가 그러지 말자고 꼭 안아줬다. 내 첫인상이 좀 차갑고 세 보인다는 걸 나도 안다.
데뷔 초기엔 다람쥐상의 귀여운 얼굴로 불렸지만 어느 순간 외모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재작년 초에 tvN <호구의 사랑>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살을 일부러 확 뺐다. 수영 선수계의 김연아 같은 역할이어서. 그때 이후로 내 인상과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하더라.
20대 중반 때는 스스로 아직 덜 큰 여자 같다는 말을 했다. 화장품이나 구두 같은 것도 전혀 모른다고. 서른 되니 이젠 좀 큰 것 같나?
같이 작품을 한 어느 선생님이 ‘연기를 하려면 어른이 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나도 언젠가 좀 더 여성스러워져야겠지 생각했는데 굳이 그런 마음 먹을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변했다. <불야성>을 같이한 이요원 언니도 그랬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저절로 달라지는 부분도 있으니 일부러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 모습대로 살라고.
백화점에 가면 어디서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타입인가?
음… 식품 코너! 잘 챙겨 먹어야 하니까. 요즘 요리에도 관심이 생겼고. 일단 백화점에 잘 가지를 않는다. 패션 쪽을 둘러본다면 운동화 매장에서 머물 것 같은데? 점점 결혼식에 갈 일이 많아지지만, 구두는 도저히 불편해서 단화를 주로 택한다.
그럼 어떤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한가?
요즘은 여행하는 게 좋다. 최근 이요원 언니와 일본 여행 다녀온 건 기사도 났다. 후쿠오카와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불야성>에 같이 출연한 모델 이호정, 이요원 언니의 첫째 딸도 함께. 오키나와에는 다시 한번 가고 싶다. 태풍이 와서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이요원과 잘 맞았나?
그렇다. <불야성>에서 내가 출신도 위치도 다른 그녀처럼 되고 싶어서 따르는 역할이기도 했고. 이요원 언니가 회사 대표님으로 나왔기 때문에 사실 아직도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대표님과 촬영 초반에 리허설을 할 때, 아직 팔을 잡을 사이는 못 되는 거 같아서 내가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선배님과 리허설하려고요.” 그때부터 나를 아주 특이한 아이로 봤다고 한다(웃음). 대표님이 머리 손질을 하고 있으면 내가 가서 헤어 스타일리스트 대신 빗질을 해주기도 했다. 그녀도 낯을 가리는 사람인데, 누가 먼저 그렇게 다가와준 게 처음이라더라. 다가와서는 별말도 없이 그냥 옆에 붙어 있으니까 특이해 보인 거지. 반면 동갑내기 남자 배우 정해인에게는 좀 툴툴거리고 무뚝뚝하게 굴었다. 서로 남녀로 안 보고 편한 친구 사이였다.
종합하면 손위 여자 앞에서 더 예쁘게 굴었다는 뜻인가?(웃음)
스킨십이나 애교를 여자에게 더 발휘하는 편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거 단점인가?
단점인지는 모르겠고, 실속 없는 것 같긴 하다.
맞다, 참 실속없다! 남자들 앞에선 또 너무 깍듯하게 굴어서 본의 아니게 ‘얘가 나 싫어하나?’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남녀를 떠나 누구에게나 예뻐 보일 법한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내가 봐도 예뻐 보이고 그렇다. 손윗사람 대하는 게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촬영장에서 내가 맏언니 격인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라 조금 낯선데, 이번 작품으로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점점 또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맨홀>에서는 상대역인 김재중이 오랜 친구인 유이를 일편단심 짝사랑한다는 설정이다. 이성 친구에게 오랜 세월 사랑받는 건 어떤 기분일까?
드라마에서 내가 전국 단위까지는 안 돼도 한 동네 정도는 들썩거리게 할 수 있는 동네 여신으로 나온다. 처음 대본을 읽고 거울을 딱 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남자에게 28년간 사랑받는 여자라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물어봤다. 한 사람을 오매불망 10년 이상 좋아할 수 있느냐고. 남자는 고백했다가 사이가 어색해질까봐 쉽게 고백을 못할 수도 있고, 한 여자를 마음에 품고서 다른 여자와 만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들이 기억난다.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8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MOK JUNG WOOK
- 스타일리스트
- 김윤미
- 헤어
- 한수화(제니하우스)
- 메이크업
- 무진(제니하우스)
- 어시스턴트
- 김선아, 김시애,정연주, 박이화, 김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