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첫 싱글을 발표한 이후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존재감을 키워간 듀오. 느긋하게 세련된 방식으로 음악 듣는 이를 이완시켜주곤 하는 혼네. 두 남자와 상쾌한 시간을 보냈다.
혼네의 앤디는 첫 인사를 이렇게 했다. “하이! 영진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멤버 제임스의 한국 이름은 제민이다. 첫 내한 콘서트 3회를 단숨에 매진시킨 작년 가을, 서울을 오가는 차 속에서 공연 관계자들과 수다를 떨다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천연덕스럽게 작명한 한국식 별칭. 지난 5월 27일과 28일, 성대하게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 2017에 참여한 혼네는 지난해 ‘매진’에 이어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자미로콰이의 보컬 제이 케이가 허리 부상을 당하며 내한이 취소되는 바람에 혼네가 이틀 연속 무대에 오른 것. 이번에는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들을 만나는 자리에 <더블유>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추첨한 독자 팬 서른 명을 초청했다. 혼네를 둘러싼 특별한 시간을 위해 감행한 시도다. 팀의 위상이 높아지며 최근 대형 공연을 이어가던 둘은 모처럼 소극장에서 친밀하게 팬과 교류하던 때를 떠올렸다. 팬들이 직접 메시지를 쓰고 장식해 완성한 의상을 입고서. 바닥에 드러누워버리거나 팬들이 헹가래를 치는 순간 개구쟁이처럼 웃는 얼굴은 늘 다소곳한 사진 속 혼네와 또 다른 모습이다(팬들과 함께한, 지면보다 더 많은 순간은 <더블유> SNS에 공개된다). 영진과 제민이라고 부르니 더없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두 남자. 턱수염을 기른 멤버가 보컬 앤디, 무대 위에서는 늘 신시사이저 앞에 서는 멤버가 제임스다.
<W KOREA> 한국 팬들과 함께 화보 촬영을 한 경험은 어땠나?
제임스 굉장했다. 팬들이 우리를 번쩍 들어 올리기도 했으니까 말 그대로 모두 밀착된 시간을 보냈다.
앤디 어메이징! 이 촬영 아이디어를 전해 들었을 때는 낯선 발상이라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했지만, 기대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오늘처럼 팬들과 시간을 갖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거든. 밥을 많이 먹고 와서 내가 무거웠을 거다. 미안하다, 좀 적게 먹을걸.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 무대에 이틀 연속 서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
앤디 우리 역시 자미로콰이 공연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못 본다니 슬펐다. 제이 케이가 어서 쾌유하길 바란다. ‘우리가 어떻게 자미로콰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하는 생각에 걱정스럽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했다.
제임스 디데이 일주일도 안 남은 상태에서 연락을 받았다. 자미로콰이를 대신해 공연한 둘째 날, 우리 전 무대 주인공이 재즈 빅밴드인 타워 오브 파워였다. 세계에서 최고의 공연 중 하나일 텐데, 그 바로 다음에 나서야 한다니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첫날보다 밤 시간대였고, 야외 무대였기 때문에 화려한 조명도 쓰며 공연을 풍부하게 연출한 점은 만족한다.
작년 가을 서울에서 한 단독 콘서트 때의 경험이 이번 무대 구성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나?
앤디 그렇다. 관객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곡이 다를 텐데, 전반적으로 우리의 모든 곡을 아는 인상이었다. 서재페에선 둘째 날에만 부른 ‘Take You High’나 ‘FHKD’를 라이브로 처음 시도해봤다.
제임스 사실 리허설할 시간도 충분치 않아서 밴드 멤버들과 호텔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드럼 비트를 틀어놓고 연습했다.
밴드 편성의 라이브에서는 음반으로 들을 때와 곡 이미지가 꽤 달랐다. 라이브용 편곡을 할 때 중점을 두거나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앤디 아무래도 음반에는 일렉트로닉한 디테일과 느긋함이 있다. 라이브 때는 그 자리가 쇼라는 점을 인지하고 밴드 연주와 더불어 좀 더 활기찬 무대를 만들려고 애쓴다. 음반에서 느껴지는 주요 감정은 유지하면서.
제임스 그 감정 외의 요소들은 공연 규모에 맞게 발산하고 싶다. 1만5천 명 정도의 관객 앞에 설 때는 단순히 ‘칠아웃’한 것보다는 공연의 면모를 강조하고 싶은데, 작은 규모의 앨범을 가지고 하기엔 좀 힘든 부분도 있다.
시몬스 코리아 광고에 혼네의 ‘Warm On a Cold Night’이 사용된 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침대 광고로서는 독특한 스타일인 데다 삽입곡이 좋으니, 광고와 음악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두루 회자됐다. 침대 광고에 당신들의 음악이 쓰인 건 어떻게 생각하나?
제임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잠잘 때 혹은 섹스할 때 틀어놓기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뭐, 나쁘진 않다. 침대 위에서 하는 일은 모두 좋은 거니까(웃음).
서재페 무대에서 ‘Warm On a Cold Night’이 나올 때 일행과 이런 상상을 펼쳐봤다. 스탠딩 관객들이 팔을 들어 머리 위로 매트리스를 저 끝에서부터 무대까지 이동시키고, 앤디가 그 매트리스에 앉아 제왕처럼 노래하면 재밌겠다고.
앤디 오 마이 갓! 관객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이벤트 해봐도 괜찮겠는데? 우리가 매트리스 위에 올라타는 거지.
제임스 그런데 광고에 우리 노래를 쓰고 나서 침대는 좀 많이 팔렸다고 하던가? 영국에서는 침대 광고를 TV에서 잘 안 할뿐더러 그렇게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영국이라면 웬 남자 하나가 침대 옆에 서서 성우 같은 톤으로 “안녕 여러분! 매트리스 하나 사면 원 플러스 원으로 하나 더 줄게. 하나를 무료로 준다니까? 무료! 무료! 지금 당장 구입해~” 이런 식으로 만들걸?
낭만적인 연애 감정을 노래하는 곡이 많다.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로맨스는 어떤 모습인가?
제임스 사랑이 불타오르는 시기를 지나고서도 평생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것. 오래 봐도 매번 예뻐 보인다면 그게 바로 사랑일 것이다. 좀 뻔하고 느끼한 말 같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그 점이 관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시간이 지나 훗날 다른 유혹이 다가와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앤디 나는 잔잔한 사람보다는 내가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해주는 이가 좋다. 나와 말다툼을 할 수 있는 사람. 물론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
제임스 니가 혹시 나쁜 짓을 하면 바로잡아주는 사람?
앤디 그렇지. 내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상대. 예를 들어 내가 관계에 소홀해지면 “너 요즘 왜 이리 로맨틱하지 못해?”라고 나를 조금 닦달하는 여자도 당당해 보인다.
제임스 지금 혹시 연애 상담 시간인가? 나도 덧붙이자면, 한편으로는 야망이 크다고 해야 하나, 그런 사람 역시 좋다. 우리가 늘 여러 도시를 오가며 바쁘게 사니까 우리처럼 동적으로 살며 보다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는 동반자면 더욱 좋겠다.
지난해 영국 <인디펜던트>지와 한 인터뷰에서 앤디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간혹 여자친구가 그 점에 불만을 갖고, 내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통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그럼 난 내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집으로 가 그에 대한 곡을 쓰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완성된 그 곡을 들으면 당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던가?
앤디 내가 그런 말을 했다니! 그거 좀 어려운 문제다. 내가 가사를 쓰면 여자친구가 그 내용을 유심히 분석하더라. 행복한 감정의 노래를 만들면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나 사랑의 감정이 끝나가는 것에 대해 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곡이 나올 때면 여자친구가 긴가민가하는 것 같다.
난감한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건 좋지만, 여자친구에게 직접 표현하는 기술을 더 익히는 건 어떤가?
제임스 저기, 난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다. 가끔 내가 앤디와 앤디 여자친구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도 한다. 이 커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내가 주로 가사를 안 써서 참 다행이다.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7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포토그래퍼
- YOO YOUNG KYU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패션 에디터
- 김신
-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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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시스턴트
- 조희준, 오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