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청순하게, 촉촉하게 젖은 얼굴이 갖는 대비되는 두 가지 표정.
물광 메이크업의 귀환
한때 대한민국 여자들의 베이스 트렌드를 강력하게 지배한 물광 메이크업이 돌아온 것일까?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에서는 촉촉하게 젖은 얼굴을 한 모델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보다 생생해졌으니 말이다. “글로스와 오일, 그리고 반짝임 모두 피부 속부터 우러나오는 진짜 윤기처럼 보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의 언급이다. 그런가 하면 톰 페슈는 발맹 쇼에서 “소녀가 메이크업을 한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사실도 잊고 해변가를 그대로 거닐고 있는 모습을 원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웨트 룩은 두 가지 표정으로 나눌 수 있겠다. 지방시와 블루마린 쇼에서처럼 얼굴에 컬러라고는 하나도 입히지 않은 듯 마치 인어공주처럼 순수해 보이는 소녀의 얼굴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발맹이나 알투자라, 뮈글러처럼 블랙 라인 혹은 컬러를 더해 좀 더 성숙해 보이는 여자의 얼굴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웨트 룩의 관건은 무너지지 않는 베이스 메이크업이다. 지성 피부라면 먼저 프라이머를 이용해 피붓결을 매트하게 만들고 컨실러로 잡티와 부분적인 칙칙함만을 감춘다. 그리고 드라이 오일이나 오일 밤을 양 손의 온기로 녹인 뒤 양 볼과 C존, 콧등, 인중에 찍어주는 거다. 건성 피부라면 수분을 듬뿍 머금도록 스킨케어를 한 뒤 수분의 촉촉함이 날아가기 전에 파운데이션으로 피부 톤을 잡아주고 오일이나 밤을 바른다. 젖은 질감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입술에도 글로스를 살포시 얹어주자.
인어공주의 출현
이번 시즌 촉촉한 혹은 젖은 질감의 백미는 헤어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알렉산더 매퀸의 뮤즈들을 보자. 투명한 수분막을 입힌 듯 물속에서 놀다가 나온 듯한 모습은 마치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며, 블랙 아이라인으로 소프트한 스모키 아이를 연출한 알투자라 쇼의 모델들은 바다에서 해변으로 막 나온 여인이 젖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 넘긴 듯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수분광이 감도는 웨트 헤어스타일은 젖은 듯한 물광 메이크업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준다. 젖은 머리는 스타일링 방법에 따라 알렉산더 매퀸과 지방시, 크리스토퍼 케인 쇼처럼 마치 화보의 한 컷처럼 드라마틱할 수도, 반대로 로에베나 드리스 반 노튼 쇼의 모델처럼 일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룩이 될 수도 있다. 시몬 로샤 쇼처럼 촉촉하게 적신 모발이 관자놀이와 귀 밑을 중심으로 얼굴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타고 넘어오도록 만들거나 에르뎀 쇼처럼 젖은 모발과 마른 모발이 뒤섞인 듯 연출하면 소녀처럼 청초해 보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촉촉한 질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답은 오일에 있다. 젤이나 광택 있는 왁스 등은 제품 하나만 사용하면 모발이 딱딱하게 굳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에 오일을 더하면 모발이 보다 유연해진다. 그래도 스타일링 제품 특유의 답답함이 싫다면 헤어 미스트에 오일을 믹스하자. 마지막으로 젖은 모발은 풀더라도 두상 부분만큼은 모발이 착 붙어 내려야 마치 머리를 감지 않은 듯 지저분한 모양새를 피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JASON LLOYD-EVANS, JAMES COCH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