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불안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답하며 길을 찾아가는 여자들의 에세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랑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영화를 찍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이랑의 새로운 에세이. 어쩌다 태어난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결정 내리는 과정을 수없이 겪다 보면 물음표가 생긴다.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지부터 왜 아침에 일어나고 돈을 벌어야 하는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그려가는 내 삶의 궤도가 과연 괜찮은 것인지. 이랑 스스로 살면서 묻는 질문과 느끼는 의문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 책은 철저하게 그녀의 감정과 욕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살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어 반복하는 처절한 놀이이자 악다구니임을 생각하면, 너무 공감이 가서 무릎을 치고 싶어진다.
사노 요코 <문제가 있습니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의 저자 사노 요코는 자신의 삶을 ‘똥과 된장이 뒤섞인 인생’이라 표현했다. 일본 패전, 미대생 시절의 가난, 두 번의 이혼에 투병까지, 고난을 거치면서도 늘 당당하고 박력 있었던 그의 경험과 생각이 솔직하고 유쾌한 문체로 가감 없이 에세이에 담겼다. 마치 ‘주름투성이 몸 안에 태어나서 살아온 세월이 모두 들어 있는’ 것처럼. 늙고 몸이 아파도 복숭아 통조림을 더 먹고 싶고, 새싹이 자란 것을 발견할 때의 ‘공짜 기쁨’이 있다며 삶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문제가 있습니다>는 가장 사노 요코다운 에세이다.
임경선 <자유로울 것>
임경선은 전작 <태도에 관하여>에서 삶에 대한 다섯 가지 태도를 이야기했다. 그 태도들은 자유라는 공통의 지점을 향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신간 <자유로울 것>은 갑상선암이 4번째 재발하면서 직장 생활 대신 글쓰기로 전향한 그녀가 13년째 글 쓰고 사랑하고 먹고 살며 겪는 희로애락을 부려놓는다. 여성으로서 나답게 사는 것, 세상과 나 자신에게 지지 않으면서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 진정 자유로운 상태를 추구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 “시간을 아군 삼아 버티는 일이 상처 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이다. 그러는 동안 비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친다.” 같은 담백한 문장에서 위로가 전해진다.
사카이 준코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셔터를 내리려고 하는 내 난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뿐이다”라니! 이보다 성숙한 중년이 있을까? 중년이란 더 이상 젊지 않지만 노년을 준비하기에 이른, 어중간한 시기라고 정의하는 사카이 준코가 30대를 지나 40대가 되면서 생겨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덤덤하게 적는다. 적어도 그녀는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인정할 수 없는 중년 여성들이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추함과 불안함’을 쿨하게 인정한다. 중년을 두 번 맞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이에게 각자의 나이, 지금 그 시간은 늘 처음이다. 어차피 겪는 첫 경험, 기왕이면 보다 아름다운 중년을 예비하는 지침서.
- 글
- 강경민(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