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혜 작가의 미래적인 시선으로 구현한 자이언티의 또 다른 자아.
STILL LOVE YOUR W
8명의 아티스트가 10명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커미션 워크, 컬래버레이션, 혹은 그 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유가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공감한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바쳐 만났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했으며, 새로운 미술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자이언티 + 홍승혜
더블유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를 결정하면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셀레브리티를 먼저 지명한 미술가는 홍승혜 작가가 유일했다. 그 인물은 바로 자이언티. 대개의 아티스트들처럼 연예인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하는 그지만 자이언티에게 예외적인 호기심을 가진 건 당연하게도 음악 때문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양화대교’는 단숨에 인생의 어떤 장면을 펼쳐놓았고, 노래를 들으며 정서적으로까지 움직이는 경험은 대중가요 가사에서 한 번도 기대하지 않은 일이었다. 삶의 페이소스를 압축하면서도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의 균형감을 잃지 않는 이 뮤지션은 아티스트 홍승혜에게 신기하고 놀라운 존재로 기억되었다. 진중하지만 간결하고, 산뜻하게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로. 자이언티가 새 앨범 녹음을 위해 연이어 밤을 새우던 가을의 어느 날, 자정을 향해 가는 늦은 시간에 당인동 블랙 레이블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두 사람의 만남은 분야를 뛰어넘은 예술가들이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우정 어린 교류의 자리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수록 팬이 되어간다는 사실은, 프로젝트 전체에 좋은 동력이 되어주었다.
“도시의 이미지를 좋아해요. 60년대 뉴욕을 특히 동경하고요. 커다란 슈트를 입은 흑인들, 벽돌 벽과 창문이 이루는 격자의 풍경, 거리 속으로 스며드는 재즈와 담배… ” 자이언티는 자신을 구성하는 취향에 대해 털어놓았고, 홍승혜 작가는 들으며 종종 끄덕이거나 낭랑하게 깔깔 웃거나 했다. 사실 컴퓨터로 형상을 단순화해 픽셀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는 이 아티스트가 자이언티를 어떻게 미분시켜버릴지는 에디터를 전전긍긍 고심하게 만든 걱정거리기도 했다. 디테일이 다 축소된 사람 모양의 픽토그램이 달랑 하나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어쨌거나 인물을 반영한 조각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는 드러나지 않는 결과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한편 작가들은 서로 옆 팀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은근히 궁금해하기도 했는데, 평소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홍승혜 작가가 자이언티와 짝을 이뤘다는 소식을 접한 권오상 작가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홍 선생님이 점을 하나 찍어놓고 자이언티라고 제목을 붙이면 정말 멋지겠는데요?”
다행히 하나의 점 대신 두 개의 원이 중심이 되었다. 안경을 끼지 않고서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팬들 또한 안경 사진에 자이언티를 태그할 정도로 안경은 그를 대변하는 중요한 모티프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히지는 않지만 새 앨범에서도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이 안경이라는 소재가 홍승혜 작가에게도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미니멀한 2D의 도면을 후면으로 쭉 연장한 듯 보이는 형태의 3D 조각은 실제 렌즈를 도려낸 안경을 쓰고 있으며, 모자의 정수리와 어깨는 노랗게 쏟아지는 조명을 받고 섰다. 한편 토르소 부분은 모든 입체와 건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그리드로 표현되었다.
“컬러까지 마음에 쏙 드는데요? 멤피스 디자인 스타일이네요.”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자이언티가 말했다. 기하학적 형태, 위트 있는 원색적 색채로 대변되는 70년대 디자인 사조를 언급한 것을 전해 듣고 홍 작가는 자기가 본 자이언티의 해박함과 센스가 역시 틀리지 않았다며 다시 한번 깔깔 웃었다. 디테일은 사라졌지만, 극도로 미니멀한 이 조각을 본 누구나 이건 자이언티라며 알아봤다.
작가 노트
작품명 ‘Mr. ZION T’는 ‘Miss Kim’을 비롯한 자이언티의 고졸하고 낭만적인 음악 세계와 시각 세계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사물을 단순한 원초적 형태로 환원시키는 나의 ‘유기적 기하학’ 작업을 토대로 자이언티의 초상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평면적 2D 그래픽을 3D로 확장해 만든 결과물은 흥미로운 형태의 왜곡을 낳는 동시에 마치 그림이 현실 속으로 걸어 나온 느낌을 줍니다. 자이언티의 도시적이고 복고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그리드, 패턴, 색채를 구사했습니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진
- 피처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JANG DUK HWA
- artwork
- LVT
- 스타일리스트
- 한종완
- 메이크업
- 미장원 by 태현
- 어시스턴트
- 오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