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현재 이들의 초상이 한국 문화의 한 장면을 구성한다. 더블유매거진닷컴과 더블유코리아가 함께 만난 서울 사람들.
바조우
누군가 일을 재밌게 하고 사는 사람에 대해 물으면, 지금 패션계에선 바조우를 가리킬 수 있다. 어릴 적 밴드 하는 형들을 따라다니며 펑크 신에 스며든 그는 한마디로 재주를 살리면서도 더욱 잘 놀기 위해 디자이너가 됐다. 그가 음치가 아니었다면, 악기 하나라도 연주할 줄 알았다면, 99%IS-라는 브랜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2012년 도쿄를 베이스로 생겨난 99%IS-를 통해 바조우는 꼼데가르송, 캠퍼와 협업하며 그만의 커스텀 의상을 선보였다.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비버가 99%IS-의 의상을 구입해 입고 다닌 건 바조우에게도 신기한 일이었다. 10월 서울패션위크 기간, 바조우는 서울에서 첫 컬렉션 쇼를 했다. 갑자기 쇼를 치를 장소에 문제가 생겨, 쇼 36시간을 앞두고 하얏트 호텔 직원 주차장이 무대로 낙점되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뭘 보여주려고 했나?
기본적으로는 프랑스 브랜드인 페이스 커넥션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고, 타이틀이 A.G.T(Against Great Truth)다. 기존의 진실들은 내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진 진실인지 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발음상 ‘아지트’와도 비슷하다. 겉모습은 달라도 추구하는 바가 비슷한 이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
99%IS-의 정체성이기도 한 펑크 정신은 세계 각 도시들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예를 들어 태국엔 머리를 빡빡 민 펑크족이 다수다. 머리 길러서 스파이크 스타일로 세워봤자 습기 때문에 금방 흐트러져서 그렇단다. 도시와 문화에 따라 외양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어떤 정신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펑크로, 히피로, 혹은 다른 형태로 드러나고 퍼질 수 있다. 내가 하는 일도 시대에 맞는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갔으면 한다.
서울의 매력은 뭘까?
벽도 많은데, 틈도 많은 것 같다. 두 달을 준비한 쇼가 디데이 이틀 전에 흐지부지되고, 다시 이틀 만에 또 어떻게 일이 진행된다. 은근히 정해진 바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도 뭔가를 정확히 알아보고 한다기다는 그냥 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부딪쳐볼 수 있겠다. 그저 객기가 아니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야 한다는 지점이 없다는 걸, 그걸 행동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서울에서 보여주고 싶다.
늘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일단은 비염이 심하다(웃음). 그리고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마스크를 낀 사람이 많아서 나도 이상했는데, 남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그렇다는 말을 듣고 새로웠다. 그 후로 마스크를 써보니 코가 따뜻하고 좋다.
2017년에 이루었으면 하는 것들은?
얼마 전에야 일본에 드디어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전까진 학교 내 창고 같은 빈 공간을 이용해 작업했다. 이제 한국에도 작업실을 마련해놓고 싶다. 그리고 내 일 도와주는 동생들을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패션 에디터
- 정환욱
- 피쳐 에디터
-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