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격동의 시대를 보낸 패션계. 그 돌풍의 중심에서 변화를 외친 인물들로 살피는 2016년 다시 보기.
뭣이 중헌디, Z세대
Z세대의 입맛을 따라 고무줄처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패션계. SNS로 소통하는 패션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파워풀한 세대이기도 하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영감을 주는 뮤즈로 켄들과 지지를 꼽았을 정도니까. 지지와 벨라 하디드 자매, 캔들과 카일리 제너 자매, 럭키 블루 스미스, 제이든과 윌로우 스미스 남매, 피터와 해리 브랜트 형제, 카이아 거버, 릴리 로즈 뎁 등 끈끈한 우애를 자랑하며 유전자의 힘을 보여주는 이들은 2016년 눈부신 활약으로 패션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패션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쇼의 런웨이에 서고, 캠페인 모델이 되거나 쇼의 프런트로에 초청을 받았다. 나아가 켄들과 지지는 올해 <W Korea>를 비롯한 하이패션 매거진의 커버를 꿰차며 그 위풍당당한 위상을 높이기도. 그뿐일까. 켄들과 카일리 자매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고, 지지 하디드는 유수의 브랜드들과 협업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참, 최근 지지 하디드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슈퍼 스타로 급부상한 남자친구인 제인 말리크는 베르수스와 캡슐 컬렉션 협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하기도 했으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기회를 즐겨라.
말해 뭐해, 셀렙 파워
리한나와 협업한 푸마의 펜티 컬렉션은 날이 갈수록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중. 올봄의 뉴욕 쇼에 이어 가을에는 파리에서 펜티 쇼를 진두지휘하며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포스를 보여준 리한나. 물론 푸마는 그녀 덕에 한동안 과거에 머물렀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동시대적으로 진화시켰다. 단순히 크리퍼 스니커즈와 같은 솔드아웃 행진의 판매 호조를 이끌어낸 것에서 나아가 브랜드에 대중이 원하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리한나. 그녀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나, 그리고 내 패션의 정체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트위터로 공지한 모델 캐스팅으로 모은 혼혈 모델들, 초특급 쇼규모 등으로 화제를 모으며 어느새 네 번째 시즌을 치른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 컬렉션. 또 독자적인 팬덤을 형성한 칸예의 이지 부스트 시리즈 스니커즈는 매번 완판 행진에 리세일가도 엄청났다.
패션은 움직이는 거야
“더 많은 사람과 얘기할수록 변화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우리가 누구인지, 현 시점은 어떤지, 모두가 대혼란의 상태죠.” 알버 엘바즈의 말처럼 이런 패션 대공황 상태를 타계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인 새 패션 캘린더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첫 타자는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그는 올초, 9월 쇼부터 남녀 컬렉션을 통합한 채 ‘See Now, Buy Now’를 캐치프레이즈로 한 인시즌(In Season) 쇼를 선보인다고 공포해 파장을 일으켰다. 톰 포드 역시 같은 의견. “현대와 맞지 않는 구식의 패션 캘린더를 더는 따르지 않을 거예요. 매장에 옷이 도착하는 시기에 맞춰 쇼를 열어 고객들은 쇼에 등장한 옷을 바로 살 수 있도록 말이죠.” 그 결과 뉴욕 패션위크 기간, 톰 포드를 비롯해 랄프 로렌과 타미 힐피거가 온타임(On Time) 쇼의 시대를 열었다.
브랜드의 회전문, 빙글빙글 돌고 돌고
지난해 말 사임한 라프 시몬스의 후임은 다름 아닌 디올 하우스의 첫 여성 수장이라는 영예를 안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그녀는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오늘날의 여성을 재현하는 패션을 창조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라프 시몬스 역시 지난 8월 캘빈 클라인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라는 새로운 직함을 받아들여 화제를 낳기도. 또 알버 엘바즈와 무성한 소문 속에 결별한 랑방 하우스 역시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받아들였다. 그 주인공은 파리에서 쿠튀르 컬렉션을 이끌어온 부크라 자라. 에디 슬리먼이 홀연히 떠난 생로랑 하우스에는 센슈얼 글램 룩으로 알려진 안토니 바카렐로가 입성해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생로랑의 수장이 되면서 자신의 레이블을 접겠다는 발표로 굳은 각오를 선보이기도. 나아가 발렌시아가 의 뎀나 바잘리아,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로라 킴과 페르난도 가르시아 듀오, 멀버리의 조니 코카 등이 첫 쇼로 데뷔전을 펼쳤다. 하우스의 패션 유산을 토대로 자신의 비전을 새롭게 선보인 이들의 두려움 없는 도전에 박수를!
왔노라 보았노라, 서울
글로벌한 패션 디자이너들의 서울 나들이가 지난해에 이어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마치 디자이너들 사이에 ‘서울이 흥미롭고 핫한 패션의 새로운 수도이니 꼭 한번 가봐야 한다’라는 증언이 줄을 이은 듯. 가장 큰 이슈를 모은 건 지난 5월, ‘2016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대거 서울을 찾은 이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과 코치의 스튜어트 베버스, 디젤의 니콜라 포미체티, 안야 힌드마치 등이 컨퍼런스에 참석해 ‘럭셔리의 미래’를 주제로 열띤 논의를 펼쳤다. 그중 서울을 세 번째 방문한 니콜라 포미체티가 전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왔을 때 보다 서울은 진화했고, 사람들이 옷 입는 방식 또한 흥미로워졌어요. 놀라운 속도로 말이죠.” 한편 가을 바람과 함께 서울에 도착해 비이커와의 캡슐 컬렉션 론칭 행사를 치른 랙앤본의 마커스 웨인라이트, 비공식적으로 서울을 방문한 채 더블유와 익스클루시브한 서울 여행을 즐긴 릭 오웬스, 9년 만에 행사차 서울을 방문한 마이클 코어스도 서울의 매력에 빠진 인물들이다. 참, 다가오는 11월 29일에 버버리의 160주년 기념 페스티브 행사를 위해 서울을 찾는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보고 만끽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패션 신대륙, 동유럽의 핏줄
뎀나 바잘리아가 베트멍을 통해 일으킨 돌풍! 그는 스트리트 문화와 뉴 아방가르드를 접목한 생경하고도 신선한 스타일을 선보였고, 이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환호로 이어졌다. 발렌시아가 쇼 데뷔전을 펼치며 하이패션 하우스 까지 접수하고, 오트 쿠튀르 기간에 베트멍의 슈퍼 특급 협업을 펼쳐내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등 전에 본 적 없는 패션 도전을 벌이고 있는 그. 또한 뎀나의 오른팔로서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쇼 스타일링을 전담하며 슈퍼 스타일리스트로 떠오른 로타 볼코바 역시 올해 패션계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금껏 성장하면서 보아온 것, 그리고 현재 접하는 흥미롭고 다양한 것을 참고로 해요. 러시아에는 독특한 방식으로 옷을 입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어요. 우린 이렇게 다양한 또 다른 관점을 보여주길 원하고요.” 그렇다면 그의 또 다른 러시안 동지인 고샤 루브친스키는? DHL 로고만 봐도 그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고샤는 러시아어가 적힌 후디 톱과 볼캡, 보드 문화를 접목한 90년 대 유스 컬처의 선봉에 선 채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 에디터
- 박연경
-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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