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연주, 송라이팅까지 직접 해내는 것은 물론, 비주얼과 스타일까지 훌륭하다. 전 세계의 뮤직 신을 바탕으로 치열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지금, 이 젊은 아티스트들은 각자 생의 정점에 서 있다.
<형제 자매는 용감했다>
더 레몬 트위그스 The Lemon Twigs
19세의 브라이언과 17세의 마이클 다다리오는 뮤지션인 아버지가 틀어놓은 비틀스에 맞춰 청소기를 붙들고 록스타 흉내를 내면서 성장했다. 이제 어엿한 밴드가 된 그들이 얼마 전 첫 싱글 ‘These Words / As Long As We’re Together’를 발표했다. 음반 녹음 때건 공연에서건 각자가 쓴 곡은 스스로 부르는데, 그래서 꼭 ‘These Words’는 브라이언이, ‘As Long As We’re Together’는 마이클이 부른다. 1960~70년대 사이키 팝/글램 록을 멋지게 리바이벌 해내는 형제의 메이크업과 의상은 마치 지기 스타더스트 시절의 보위를 보는 듯.
이베이 Ibeyi
이런 종류의 엄친딸 자매도 있다. 21세의 나오미와 리사카인데 디아즈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퍼커셔니스트인 미구엘 앙가 디아즈와 프렌치-베네수엘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이지리아 요루바족의 피도 섞인 터라, 밴드 이름은 요루바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이베이’로 지었다. 이베이는 데뷔 전부터 루이 비통 2014년 캠페인 영상에 ‘Oya’가, 2015년에 는 비욘세의 <보그> 화보 트레일러 영상에 ‘River’가 삽입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큐반 베이스의 에스닉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의 음악은 칼 라거펠트까지 매료시키기에 이른다. 올해 5월 샤넬의 리조트 컬렉션에서 선보인 공연은 그의 극찬을 끌어냈다.
샤미르 Shamir
1994년생 샤미르 베일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화려하고 깜찍한 패션을 고수한다. 평소의 스타일뿐 아니라 컬러풀한 옷을 입고 촬영한 프로모션 사진이라든지 화려하고 기발한 뮤직비디오에서도 그 요망함은 도드라진다. 컨트리 음악을 들어왔으며, 펑크 밴드를 했고, 롤모델은 벡과 테간 앤 사라라는 종잡을 수 없는 친구. 지금은 댄스 음악이 재미있는데, 미래에는 하드코어 밴드를 하고 싶다나? 그 통통 튀는 매력으로 <크랙>, <인터뷰>, <원더랜드> 매거진을 비롯해 <더블유> 매거진 본지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온갖 장르를 신박하게 믹스한 데뷔작 <Rachet>은 피치포크, 올뮤직, <스핀>, <NME>, <롤링 스톤> 등 온갖 매체에서 ‘2015년의 앨범’ 리스트에 등극했다.
이지 비주 Izzy Bizu
지난 9월 이지 비주의 데뷔 앨범 <A Moment Of Madness>가 발매됐다. 재즈, R&B, 인디 록을 융합시키는 그녀는 2014 년 글래스톤베리 ‘BBC Introducing’ 무대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샘 스미스, 제이미 컬럼, 폭시즈 등의 UK 투어 오프닝을 장식했다. 그녀의 이국적인 외모는 에티오피아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는데, 이국적일 뿐만 아니라 얼굴도 몸매도 정말 ‘예쁜’ 편이다. 올 여름에는 H&M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페스티벌 무대와 캠핑을 즐긴다는 22세 소녀의 노래 ‘White Tiger’가 요즘 전 세계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중.
켈시 루 Kelsey Lu
뉴욕에서 첼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린 독특한 이력의 싱어송라이터. 블러드 오렌지, 케렐라 등의 앨범에 참여하다가 아브라와 같은 트루 팬서 사운드와 계약한 첼시 루는 지난 7월 발매된 자신의 첫 EP <Church>를 브루클린의 가톨릭 교회에서 라이브로 녹음했다. 첼로와 루프 페달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신비로움을 넘어서 주술에 가깝다. 에이전시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가끔 모델 일도 하는데, 앤아더스토리의 란제리 캠페인에 참여 하기도 했다. 매혹적인 마스크와 가느다란 몸, 부스스한 아프로 헤어와 암핏 헤어까지 있는 그대로를 언제나 자신 있게 드러내는 그녀의 화보는 <i-D>, <엘르> 등의 매거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브라 Abra
아브라는 1980년대 R&B 하우스와 일렉트로 훵크가 조합된 음악을 한다. 국적 미상, 나이도 미상이다. 아틀란타 어풀 크루의 홍일점으로 피처링, 디제잉을 병행하면서 꽤 많은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셀프 릴리스해오다가 킹크룰,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가 속한 레이블 트루 팬서 사운드에 발탁됐다. 자체 제작한 EP에 수록된 곡 ‘Roses’는 발 빠른 J.W.앤더슨의 쇼에서 가장 먼저 쓰였다. 아브라의 매혹적인 외모와 유니크한 스타일은 온갖 음악과 패션 매거진의 인터뷰와 화보 페이지를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즈드>의 25주년 창간 기념호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브릿 팝 소년 소녀>
랫 보이 Rat Boy
얼굴에서부터 장난기가 가득한 1996년생 소년 조던 카디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탄탄하게 실력을 쌓았다. 대형 레이블과 계약하기 전에는 에섹스 보이, 계약 후에는 랫 보이 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 솔직한 가사, 재치 넘치는 사운드로 펑크와 힙합이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을 현시하는 재기 발랄한 ‘요즘 영국’ 음악을 이끌어가는 신예다. 2015년 영국 대규모 페스티벌 중 하나인 레딩 앤 리즈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2016에는 NME 어워즈 신인상 수상과 더불어 ‘BBC Music Sound of 2016’ 후보에 선정 됐다.
윌 조셉 쿡 Will Joseph Cook
데뷔 EP 한 장으로 글래스톤베리 무대에 오른 영국 음악 계의 원더 키드. 13세 때 기타를 집어들고 작곡을 시작했다는 윌 조셉 쿡은 지금 18세가 됐다. 그래 봐야 아직 스무 살도 안 됐는데, 나름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답시고 온몸으로 부딪쳐 체득한 개똥 철학을 음악에 녹여내는 것이, 제법 성숙하고 의외로 묵직하다. 독특한 질감으로 자유롭게 음역을 넘나드는 보컬, 산뜻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비트, 차곡차곡 쌓아 올린 코러스가 음악을 대하는 소년 윌의 진지함을 드러낸다.
두아 리파 Dua Lipa
1995년생 싱어송라이터인 두아 리파는 어릴 적 데이비드 보위와 밥 딜런을 들었고, 15세부터 혼자 런던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알바니아어로 ‘사랑’을 의미하는 이름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다크 팝’으로 소개한다. 독특하고 매혹적인 음색은 조스 스톤, 저음의 성숙한 보컬은 라나 델 레이, 큼직한 이목구비와 ‘걸 크러시’ 비주얼은 찰리 XCX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8월 말 공개한 ‘Blow Your Mind (Mwah)’는 2017년 발매될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의 예고편이다. 이미 ‘BBC Sound of 2016’ 후 보에도 오른 당찬 소녀.
<준비된 실력파, 미래의 거장>
삼파 Sampha
런던 출신 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정규 앨범 한 장 없이도 섭트랙트, 제시 웨어, 프랭크 오션을 비롯해 드레이크의 ‘Too Much’, 카니예 웨스트의 ‘Saint Pablo’까지 피처링했다. 모던하고 감각적인 비트, 소울풀하다 못해 서글픈 보컬이 절묘하게 결합된 음악은 딱 요즘 청춘이 선호하는 스타일. 9월 들어 올해 두 번째 싱글 ‘Blood on Me’ 가 발매됐고, 내년 초 정규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가장 최근에는 솔란지 놀스의 신보에도 참여했다. ‘Don’t Touch My Hair’ 뮤직비디오의 후렴구에서 스웨그 넘치는 솔란지 옆에 딱 붙은 채 흰 옷 차림으로 말도 안 되는 춤을 추는 남자가 바로 삼파다. 그조차 아저씨 같다기보다 귀여워 보인다. 역시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된다.
샘 겔러이트리 Sam Gellaitry
생경하다 못해 발음도 힘든 샘 겔러이트리의 이름은 애써 연습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뮤지션은 지난 8월 자신의 데뷔 EP 앨범 <Escapism>에 이은 두 번째 EP <Escapism II>를 발표했다. 플라잉 로터스, 로익숍, 허드슨 모호크, 아웃캐스트 등의 영향을 받은 다채로운 요소와 매끄러운 일렉트로닉 사운드, 솔 음악적인 애티튜드를 아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듯한 느낌. 이제 19세다.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고, 스타일도 쿨하다. 해외 음(악)덕(후) 블로그와 게시판에서 이미 ‘갓샘’으로 추앙받고 있을 정도.
케이트라나다 Kaytranada
강렬하고 때로 날카로운 음악에 비해 순박한 이미지를 지닌 아이티 태생의 아티스트. 인터넷의 ‘Girl’ 피처링을 비롯해 프로젝트 13개와 40여 개에 이르는 리믹스 트랙을 발매했고, 마돈나의 ‘Rebel Heart’ 투어에 오프닝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케이트라나다의 데뷔 앨범 <99.9%>는 카림 리긴스와 리버티버, 크레이그 데이비드, 빅 멘사, 앤더슨 팩, 시드, 골드링크 등 엄청나게 화려한 피처링 리스트를 자랑한다. ‘캐나다판 그래미’쯤 되는 폴라리스 어워드 에서 그라임스, 유에스걸스, 칼리 래 젭슨 등을 제치고 최우수 앨범으로 선정됐다는 사실. 얼마 전 커밍아웃했다는 소식도 전한다.
나오 Nao
싱글 ‘Girlfriend’에 이은 나오의 첫 정규 앨범 <For All Know>가 지난 8월 공개됐다. 이스트 런던 출신인 그녀는 일찌감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두 번 입성했고, BBC의 ‘Sound of 2016’에도 랭크됐다. 일렉트로니카 베이스에 두왑식의 1950년대풍 R&B 보컬을 쌓아 올리는 그녀의 노래에 대해 영국 매체들은 프랭크 오션의 감정, 재닛 잭슨의 목소리, 위켄드의 리듬감, 디안젤로의 관능, 리안나의 트렌디함 등을 언급하며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다. <가디언>은 나오의 네오소울 스타일을 ‘미래의 R&B 사운드’라고 요약해버렸고, 힙하기로 유명한 <피치 포크>조차 ‘그녀의 목소리는 훅 그 자체’라고 평했다.
리스 Liss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독특하고 참신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덴마크 출신의 밴드 리스는 19세부터 21세의 소년 네 명으로 이뤄졌다. 1980년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부드럽고 낮게 흥얼거리는 R&B 보컬로 라디오헤드, 시규어 로스, 엑스엑스, 뱀파이어 위켄드, 아델 등이 속해 있는 XL레코딩을 사로잡았다. 올해 3월 공식 데뷔 싱글 ‘Sorry’를, 5월에는 첫 EP 앨범 <First>를 발표했는데, 블러드 오렌지, 코난 모카신, 프랭크 오션 등이 떠오른다. ‘보이 밴드 아닌 보이 밴드’인 셈. 이미 NME, DIY 매거진은 물론, i-D 매거진까지 입이 마르게 칭찬했을 정도로 스타일도 훌륭하다.
- 에디터
- 황선우
- 글
- 강경민 (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