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찬 축제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곳에서 루이 비통의 2017 크루즈 컬렉션이 열렸다. 꿈꾸는 모든 것이 현현하는 곳, 루이 비통의 유토피아로 초대한다.
루이 비통 2017 크루즈 컬렉션은 브라질의 이상주의와 리우데자네이루라는 도시에서 시작된다. 브라질은 월드컵에 이어 올림픽까지 연이어 개최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 쇼 당시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전 세계 수십억 인구의 눈과 귀가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루이 비통과 브라질은 꽤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트로피 케이스를 루이 비통이 제작했으니까. 우승 트로피를 브라질이 가져갔더라면 더욱 완벽한 스토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쇼는 구아나바라 만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세워진 니테로이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브라질 출신 건축 거장 오스카르 니에메예르가 설계한 곳으로 문명과 자연의 역설적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남미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획기적인 미래주의적 건축물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도시와 자연이 한데 어울린 지정학적 특성은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이상향을 선보이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나는 오스카르 니에메예르가 갖고 있던 신념의 힘을 존경한다. 그의 비전, 그의 파격성, 심지어 그의 이상향까지도…” 제스키에르는 미술관을 미래로 향하는 관측소(Observatory to the Future)로 재탄생시켰다. 미술관 안으로 이어지는 물결 모양의 길을 걷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레 한없이 펼쳐진 바다를 향하게 되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광장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돌로 만들어진 벤치를 중심으로, 캣워크를 따라 배치한 형형색색의 콜라주 좌석은 제스키에르가 바라본 리우의 현재를 표현한다. 20년간 니에메예르의 복고풍 미래주의를 표방해온 조형물과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제스키에르가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이후 루이 비통은 혁신을 거듭했다. 한마디로 클래식과 퓨처리즘의 완벽한 조우. 루이 비통이 찾은 유토피아에 대한 답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열망, 바로 판타지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역동성 그리고 모더니즘과 열대 자연, 그 사이에 존재하는 넘치는 에너지였다. 나는 자연과 도시 사이의 이중성,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멋진 광경에 매혹됐다.” 그는 브라질의 생동감, 에너지, 다문화, 자유, 도시적 미래주의와 로맨티시즘 등을 고스란히 컬렉션에 담았다. 특히, 브라질의 대표적인 두 명의 예술가 엘리우 오이치시카와 아우데미르 마르칭스에 대한 경의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경량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연처럼 펼쳐진 파카와 태피터 재질의 케이프 드레스는 신구상주의 미술을 추구하는 엘리우 오이치시카의 작품인 ‘빛의 옷’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람이 불면 날아 갈 듯한 옷들이었다. 아우데미르 마르칭스는 그림 ‘페라(1969)’로 축구 황제 펠레에게 경의를 표했는데, 이 그림에서 영감 받은 프린트를 상의나 드레스에 클래식을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제스키에르는 아마도 브라질을 상징하는 색상에서 깊은 감명 을 받은 듯 옷은 대부분 콜라주 좌석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이뤄져 있었다. 공기역학적 실루엣을 표현한 구조적이면서도 스포티한 드레스, 네오프렌 스니커즈, 카세트 플레이어 모양의 트렁크 등 위트 넘치는 아이템도 잊지 않았다. “내게 가장 큰 과제는 내가 프랑스 문화에 익숙한 방문객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브라질 문화의 한 부분인 이 모든 요소를 어떻게 새로운 컬렉션에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사실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는 곳을 뜻한다. 토머스 모어가 그리스어 의 ‘없는(ou)과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다. 존재하지 않지만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곳. 누구에게나 유토피아는 있다. 루이 비통과 제스키에르는 열대 국가 브라질에서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찾았다.
- 에디터
- 정환욱
- PHOTOS
- COURTESY OF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