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공룡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에 더욱 몰두하는 이유는?
패션 산업이 환경을 막대하게 오염시킨다는 건 감추려 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옷의 기능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어왔고, 패스트 패션일수록 ‘저렴한 가격이어서 버리기도 쉽다’는 인식과 함께 이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오명에 해결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H&M이 먼저였다. H&M은 폐기물을 줄여 패션 산업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지난 2013년부터 의류 수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꼭 H&M 옷이 아니더라도, 헌 옷을 매장에 가져가면 쇼핑백 하나당 5천원 할인권으로 교환해주며, 헌 옷에서 수거한 섬유나 장식,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원단 등을 의류 제작에 사용한다. 매장 제품 중 ‘H&M 컨셔스(Conscious)’라는 초록색 태그를 붙인 옷들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유통 공룡 기업인 자라 역시 ‘지속 가능한’ 패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기농 코튼, 재활용 울, 그리고 주기적 산림 녹화 등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가꾸는 숲에서 얻은 펄프를 채취해 가공하는 ‘텐셀’ 소재 등 환경 영향이 적은 직물을 활용하는 ‘조인 라이프(Join Life)’ 컬렉션을 선보인 것. 또 포장용 종이 상자는 100% 재활용 골판지로 제작하여 연간 21,840그루의 나무를 보호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헌 옷 수거 프로그램은 해외 몇몇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 수거함을 비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슈퍼모델 사샤 피보바로바를 캐스팅해 촬영한 조인 라이프 컬렉션 이미지를 보면 미네랄 톤에서 영감을 받은 잔잔한 컬러와 단정한 실루엣을 통해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간결한 라인업을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윤리적 패션에 대한 개념이 막 태동하던 10년 전만 해도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고 하면 재활용,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것이 전부였기에 마치 ‘생활 한복’과도 비슷한 부담스러움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2016년의 지속 가능한 패션에는 디자인적으로 동시대적 아이디어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실제로 중화권 배우 서기는 지난달 초 H&M의 컨셔스 드레스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레드카펫이나 결혼식에서도 어울릴 만한 의류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 이 ‘마음 뿌듯한 선택’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 에디터
- 최유경
- PHOTOS
- COURTESY OF ZARA, 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