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기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무려 세 편이나 극장에 걸린다.
가족과 상실, 혹은 죽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응시하는 것들이다. ‘사연’있는 가족의 이야기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영상으로 흐르지만, 그것이 남기는 파장은 크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저희들끼리 삶을 살아내는 아이들의 모습,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뒤바뀐 아이와 부모가 낯선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올 여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무려 세 편이나 국내 극장에 걸린다. 7월 28일 개봉하는 <태풍이 지나가고>, 8월 4일 재개봉하는 <걸어도 걸어도>, 그리고 얼마 전에야 개봉한 데뷔작 <환상의 빛>까지, 그의 특별전이라도 열리는 기분이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잘 나가던 시절을 잊지 못한 채 유명 작가를 꿈꾸는 사설 탐정이 태풍이 휘몰아치는 밤, 헤어졌던 가족과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 올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최고의 작품” “언제나처럼 진심 어리고 따뜻하며, 인간적이고 평화롭고 현명하다”라는 평을 들었다.
어느 가정의 장남이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면 남은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까? 15년이 지나서야 묵은 감정과 진심을 쏟아내는 가족들을 그린 <걸어도 걸어도>는 개봉 7년 만에 재개봉한다. 모든 가족은 서로 상처를 주고 받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또 어긋남을 반복하는 레퍼토리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을 상실하는 사건이 생기면, 그제서야 ‘있을 때 잘하자’를 다짐하게 된다.
20여 년 전 영화지만 이제서야 국내 개봉하는 <환상의 빛>에는 자살하는 가족이 나온다. 90년대 초반 다큐멘터리 연출가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자살에 관한 다큐를 찍으며 죽음과 상실이라는 테마에 관심을 가졌고,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첫 장편영화다. 답이 없고 끝이 없는 모두의 삶, 그 가운데 어떤 사건을 툭 던져주며 우리에게 통찰의 시간을 건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 에디터
- 권은경
- PHOTOS
- GETTYIMAGE / IMAZ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