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그 긴 시간 동안 잠자고 있던 역사적 보물이 장인들의 손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300년 동안 러시아 제국을 통치한 왕가의 혈통이자 이탈리아 배우인 니콜레타 로마노프가 간직해온 유산을 이탈리아 주얼리 하우스 다미아니가 21세기 식으로 재해석한 것. 그 역사적 만남의 주인공들과 얘기를 나눴다
로마노프 왕조와 다미아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실비아 그라시 다미아니(이하 실비아) 다미아니는 여러 나라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로마노프 왕가의 보물 역시 늘 다루고 싶었는데,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니콜레타의 아버지를 통해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이 컬렉션의 가장 적격인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왕가와 협업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크게 ‘피오리 다란치오’ ‘피오코 컬렉션’으로 나뉜다. 특히 피오리 다란치오 컬렉션은 당신의 조부모 니콜라스 로마노프와 스베바 델라 게라르데스카의 혼인 당시 쓰인 티아라에서 비롯됐다. 그 역사적인 혼인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나?
니콜레타 로마노프(이하 니콜레타) 할아버지는 러시아 황제의 후손이고, 할머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롬바르드 가문 출신이다.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고, 두 집안의 격렬한 반대에도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티아라는 전통적으로 결혼식에 사용되던 오렌지꽃을 사용한 것인데, 왁스로 처리한 덕에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내가1 9세 때 할머니 집을 정리하던 중 옷장에 처박혀 있던 걸 우연히 발견하고선 할머니께 가져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쉽게 가지라고 하셨다. 버리려고 하셨단다(웃음). 워낙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분이시다.
로맨틱한 얘기다. 컬렉션에 대해 할머니가 무척 기뻐하셨겠다.
니콜레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러 토스카나로 갔다. 할아버지는 프로젝트 얘기를 듣자마자 옛 사진들을 보여주시며 이것이야말로 바로 로마노프의 유산이다, 혁명에서 살아남은 박물관에 있는 유물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러시아와 이탈리아, 두 나라가 결합한 역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며, 적극 지지해주셨다. 론칭 프레젠테이션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 모두 참석했는데, 어린애처럼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실비아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 깊숙한 감동이 있었다. 이는 가족 기업인 다미아니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나 또한 일을 할 때 지금은 안 계신 ‘할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스스로 묻곤 한다.
컬렉션이 완성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들었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나?
니콜레타 피오코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인 리본 같은 경우 크기, 길이, 소재 등 세세하게 논의를 통해 조율했다.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의 이상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구현된 데는 집약된 기술력을 보유한 다미아니와 이탈리아 최고 장인들의 공이 컸다.
리본이 주 모티프인 피오코 컬렉션 얘기를 해보자. 17세기 중반 유럽에서 유행하던 리본이 러시아 왕실에서도 인기를 누리면서 예카트리나 2세가 낮에는 간단한 리본 장식, 밤에는 파베 버전을 즐긴 전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다. 피오코 컬렉션이 핑크 골드 소재의 간결한 버전과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된 화려한 버전으로 구성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인가?
니콜레타 그렇다. 하지만 이 컬렉션 자체는 타임리스(Timeless)에 더 많은 의미를 뒀다. 낮밤 상관없이 고상한 진주 목걸이를 티셔츠나 청바지에 캐주얼하게 매치할 수도 있다. (사진을 보여주며) 실제로 나도 그렇게 한다.
실비아 다이아몬드 파베는 다양한 크기의 스톤을 아주 낮고 매끈하게 세팅했는데, 이 덕분에 반짝임이 더욱 극대화됐다. 어떤 룩에 매치해도 탁월한 우아함을 선사할 것이다. 진주 목걸이의 다이아몬드 파베 리본 또한 떼어내서 브로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링 방식을 통해 21세기 여성들이 더 모던한 방식으로 이 컬렉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당신만이 간직하고 있을 진귀한 컬렉션의 세계가 더욱 궁금해진다. 또 다른 이야기를 간직한 주얼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니콜레타 이건 실비아만이 얘기할 수 있다(웃음).
실비아 아직 준비 중이다. 더욱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