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스피커와 이어폰의 볼륨이 높아지는 뜨거운 여름에는, 록 무드 액세서리에 절로 눈길이 간다.
많은 이들이 더는 ‘잇백’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한다. 획일화된 아이템보다 각자의 취향과 욕구, 믹스 매치가 중요한 시대에 누가 봐도 브랜드와 시즌이 확연히 드러나는 ‘한 시즌용 인기 백’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여성들의 이러한 욕구를 간파한 현명한 디자이너들은 발 빠르게 시즌을 타는 백보다 긴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세련된 백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난 뒤에도 멋스러운 백을 오랫동안 내놓고 있는 선두주자격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이다. 2013 S/S 시즌 생로랑 하우스 데뷔쇼를 치른 그는 2016 F/W 시즌을 마지막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그는 패션 철학이 뚜렷한 디자이너다. ‘록 음악과 청춘’으로 대변되는 그의 일관된 취향은 지금까지 그가 디렉팅한 패션 하우스들의 이미지를 동시대적으로 재정립하는 기반이 되었다. 생로랑 역시 그의 손을 거치며 우아한 동시에 젊고 역동적인 패션 하우스로 거듭났는데, 룩에 있어 혁신적인 시도를 서슴지 않은 에디가 액세서리, 특히 백에 있어서만큼은 늘 신중한 방향으로 하우스를 이끌었다. 부임 첫 해인 2013년에 선보인 오리가미 장식의 베티 백, 클래식한 삭드주르 백, 그리고 더플백이 여전히 매 시즌 새롭게 출시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잇백의 사양길’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언제 마주해도 동시대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백을 만들었다. 이는 2014년에 선보인 태슬 백과 모노그램 백 시리즈, 작년에 내놓은 리브고쉬 백과 컬리지 백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에디의 선명한 미학이다. 그 결과 생로랑 백은 ‘한 시즌 뒤엔 쑥스러운 백’ 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들기 좋은 백’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획득했다.
최근, 기온이 올라갈수록 에디터의 마음을 들 썩이게 만드는 백 라인이 있다. 2015 프리폴 시즌에 탄생한 컬리지 백 라인으로 사선 퀼팅 장식, 클래식한 카산드로 로고, 탈착 가능한 가벼운 알루미늄 체인 스트랩이 특징이다. 이 백을 눈여겨본 건 모델 셀린 불리가 피터팬 칼라 드레스와 가죽 재킷을 입고 이 백을 짧게 크로스로 멘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이번 시즌 광고 컷을 마주하고서다. ‘밴드 음악 애정인’의 마음에 설렘을 선사한 이 컷을 본 순간, 바이 커 재킷과 펜슬 스커트 양쪽 모두에 제대로 어울리는 사첼백이 오랜만에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이에 더해 프리폴 시즌부터는 라지와 미디 엄 사이즈만 출시되던 이제까지와 달리 단독으로 들기에도, 다른 빅 사이즈 백과 레이어드 하기에도 유용한 초소형 사이즈의 미니 버전도 출시될 예정. 이 요망한 백을 데님 쇼츠의 벨트 걸이에 힙색처럼 걸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록 페스티벌에 가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흥겨워지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다른 무엇보다 올해가 지나면 점점 더 희소성이 높아질 에디 슬리먼의 손길이 닿은 생로랑의 백이라는 점만으로도, 투자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 에디터
- 이경은
- 포토그래퍼
- 조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