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어느 수요일 밤, 셀레나 고메즈는 시카고 올스테이트 아레나의 한 중심부에 있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든 분장실에 갇혀 있었다. 매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일 때 열리는 징글볼 롤라팔루자 음악 축제 공연을 앞둔 채. 고작 5분 만에 100명 남짓 되는 행운의 참석자들을 만나 연습한 대로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아 있었고 허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고메즈와 함께 조금 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그녀에 대해 명료한 사실 하나를 이해했다. 그녀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복잡함에 대해서는 셀레네이터(셀레나 고메즈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팬들을 일컫는 명칭) 중 오직 소수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지난 1년간 하고 싶었던 모든 것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운명을 개척하는 것,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 그리고 감정적 혼란 상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 남자친구인 저스틴 비버로부터 멀어져 안정되는 것. 하지만 현재 고메즈는 그녀를 살아가게 해줄 더욱 원초적인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저스틴 비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고메즈는 긴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정말 지쳤어요. 솔직히 저는 다 끝난 일이라 생각해요. 그가 건강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그 이상 뭘 하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 커리어만으로도 주목받고 있지만 그녀는 사실 음악을 통해서 디즈니 아역 배우라는 오랜 경력에서 즉각적인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디즈니 예하의 할리우드 레코드에서 세 개의 황금레코드(싱글판으로 100만 매, LP 앨범으로 50만 세트 이상 판매한 뮤지션에게 수여하는 상)를 수상하고 히트곡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했다. 이후 그녀는 할리우드 레코드와 결별하고 Interscope와 계약했다. 작년 10월에 그녀는 앨범 <Revival>을 발매했다. 20대 뮤지션으로서 ‘부활’ 이라니 낯설게 들릴 수 있는 제목이지만 이 음반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서 그녀는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공연할 수 있었고, 리한나,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그녀의 오랜 친구이며 비공식적인 커리어 조언가이기도 하다)가 점유하고 있는 팝스타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디즈니라는 꼬리표를 제거하기 위해서 순결 반지를 담배로 바꾸고 자신을 중성적인 섹스돌로 치장하며 다소 무모하게 행동한 마일리 사이러스와는 달리 고메즈는 점진적인 경로를 택했다. <Revival>에 수록된 음악에서 고메즈는 쾌활하고 관능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저스틴 비버와 엮여 있던 과거에 대한 분노의 흔적을 표출한다. 이를테면 싱글 ‘Same Old Love’ 가사다. “나는 늘 똑같은 사랑이 지겨워. 그 쓸모없는 것. 그건 나를 갈기갈기 찢어놨어.”
맥도날드에 가는 길에 고메즈는 상점가에서 칠리스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오예!” 그녀가 말했다. “저는 칠리스가 너무 좋아요. 테일러와 저는 항상 여기서 식사해요.” (구글 검색 결과 정말 그랬다.) SUV가 멈췄다. 그녀의 보안요원이 먼저 내려 식당을 살피고 자리를 마련했다. 자리에 앉고 나서 고메즈는 십대 어머니 손 아래서 자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싸구려 음식에 익숙해져야 했어요.” 식당의 자리는 거의 비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들은 고메즈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고메즈는 셀레브리티 치장을 아주 화려하게 하고 있었고, 우리가 대화하는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셀카, 사인, 포옹을 부탁했다. 고메즈는 잦은 요청에도 개의치 않고 모든 부탁을 들어줬다. 친절하게 포즈를 취하고 사인하고 포옹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팬들이 이상하리만치 그녀 주변에서 편안해 보이는 것을 느꼈다. “맞아요. 그들은 저를 아는 사람처럼 느껴요.” 그것이 삶을 헤쳐나가는 고메즈 고유의 방법이 아닐까? “그런것 같아요.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아요. 더 나은 방법을 못 찾았거든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고메즈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오, 이런!” 그녀는 말했다. “매니저가 저한테 업로드하라고 시킨 걸 보세요.” 휴대폰 스크린에는 아주 잘생긴 금발의 남자가 오렌지 소다를 마시고 있었다. “‘Hands to Myself’ 뮤직비디오에서의 제 남자친구예요.” <Revival> 앨범의 싱글 중 하나를 언급하며 그녀가 설명했다. “다음 주에 발매돼요.” 바이럴을 위한 티저 이미지를 업로드해달라고 매니저가 부탁한 것이다. 나는 잠시 놀랐다. 고메즈는 이러한 계산적인 업무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곤 깨달았다. 고메즈는 우리 엄마든 킴 카사디안이든 모두가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그저 더 나은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SNS의 본질적인 인위성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진정한 접근이다. 나초 칩과 과카몰레가 치즈와 함께 도착했다. 고메즈는 정말 맛있게 식사했다. “태그를 하나도 안 달았어요. 봐요, 정말 열광적일 거예요.” 그녀의 ‘열광’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1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그 포스트는 120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코스모폴리탄> 웹사이트에는 다음 날 “셀레나 고메즈의 인스타그램에 있는 이 정체 불명의 잘생긴 남자는 누구일까?”라는 기사가 실렸다. 다른 웹사이트 역시 난리가 났다. 그가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일까? 고메즈는 비버를 놀리는 것일까? 그녀의 열광적인 팬들은 이 남자가 크리스토퍼 메이슨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냈다. 크리스토퍼는 고메즈가 미국 중서부에서 과카몰레를 먹는 사이에 국제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30분 후에 그녀는 시퀸으로 장식된 의상을 입고 무대를 누벼야 한다. 어느 자리에 서 있든 사진 세례가 이어질 것이다. 칠리스를 빠져나온 후 15분 뒤에 그녀의 팀은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팀의 친절한 환대를 받은 후 나는 쇼를 관람하기 위해서 공연장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에서의 고메즈가 나에겐 더 익숙하기에 방금 전의 식사는 아득한 기억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두개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반짝이는 그녀에게 몰두하기 시작했다. 화면에서의 그녀가 무언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화면 밑에 나오고 있는 고메즈의 라이브 트위터 창이, 정확히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을 말해줬다. ‘아직 같은 공기를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selenagomez
어쩌면 특종거리가 될지도 모를 말을 고메즈가 꺼냈다. “몇 년 내에 저는 SNS를 모두 그만둘 거예요.”
- 에디터
- 황선우
- 글
- David Adsden
- 포토그래퍼
- Steven Klein
- 스탭
- 스타일링 | Patti Wilson, 헤어 | Shon for Bed Head by Tigi at Julian Watson Agency, 메이크업 | Kabuki for Dior at Kabukimagic, 매니큐어 | Marisa Carmichael for Formula X for Sephora, 세트 디자인 | David White at Streeters, 프로덕션 | North Six, 디지털 테크니션 | Tadaaki Shibuya, 포토 어시스턴트 | Alex Lockett, 조명 어시스턴트 | Mark Lucksavage, Justin Mcmahn, 필름 촬영 편집 | Technician: Jim Alexandrou, 패션 어시스턴트 | Taylor Kim, 헤어 어시스턴트 | Ryuta Saiga, 메이크업 어시스턴트 | Caroline Hernandez, 세트 디자인 어시스턴트 | Brian Elwell, 비하인드 신 비디오그래퍼 | Tommy Moore, John Collazos, Patrick Willi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