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 Olivier Rousteing)을 만났다. 서울의 박재범(Jay Park)과 함께, 더없이 글램하게.
< Jay Park >
이번 화보에 동참해줘서 너무 고맙다. 발맹의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당신이 발맹 룩을 입고 있는 것을 알아봤다고 하더라. 굉장히 모던한 카리스마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고 하는데, 당신이 본 올리비에의 첫인상은 어떠한가? 나 역시 그를 굉장히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보았다. 그런데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함께 화보 촬영을 하다 보니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더라. 글로벌한 명성을 지닌 디자이너임에도 거만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고 순수한 데다가 성격도 너무 좋다.
조금 전 영상 인터뷰를 통해 ‘제이팍의 음악이 곧 제이팍이고, 제이팍이 곧 나의 음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현재 제이팍을 설명하는 당신만의 패션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그 어떤 제한도 없는 다양성이 아닐까. 바로 지금처럼 힙합 무드의 캐주얼한 스타일을 입을 때도 있고,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타이트한 룩을 차려입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딱히 브랜드를 따지지도 않는다. 누구는 이 룩이 저번 시즌 제품이라 이번엔 못 입는다고 말하지만, 난 내 눈에 예뻐 보이면 그만이다. 그래서 내 옷장에는 20달러짜리 SPA 브랜드의 티셔츠도 있고, 고가의 퍼 코트도 있다.
이제 한 명의 뮤지션을 넘어 AOMG의 대표로서 책임감도 크겠다. 오너로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축복받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한다. 또 다른 누군가가 힘든 대신, 그 책임감을 지는 사람이 나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래 순간을 즐기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어떤 순간도 나아질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앞으로 AOMG의 모두가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스로의 매력을 꼽는다면? 2008년에 데뷔해 어느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좋은 면은 좋은 면대로, 안 좋은 면은 안 좋은 면대로 다 보여준 것 같다. 이렇게 가식이나 두려움 없이 표현해온 것이 사람들이 느낀 매력이 아니었을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이를테면 가장 친한 친구나 부모님이 이야기하는 제이팍은 어떤 사람인가? 아무리 가까워도 다른 사람들의 평이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겸손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또 어쩔 때는 굉장히 거만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누군가를 리드하는 리더라면 거만할 정도의 자신감을 갖춰야 할 때가 있다. 다만 군기 같은 건 안 잡는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보다 더 위에 섰다고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으니까. 무엇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웃고 다닐 수 있고, 밤에 잠도 편하게 잘 잔다(웃음).
현재 준비 중인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끊임없이 새로운 걸 기획한다. 콘서트도 지속적으로 하고, 영어로 작사한 R&B EP 앨범도 준비하고, AOMG의 래퍼인 어글리덕과 함께 작업하는 곡도 있다. 참, 얼마 전 시애틀에 가서 래퍼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과도 함께 작업을 할 예정이다.
오늘 화보도 그런 시도의 하나인가? 그렇다. 갑작스레 진행된 일이라 살짝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패션계의 대가와 인사를 나누고, 함께 한다는 자체로 괜찮은 경험 같아서 결정했다. 사실 평소에 발맹이 H&M과 협업한 재킷과 슈즈를 거의 매일 착용하기에 이 컬렉션을 만든 사람이 궁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늘 의상도 마음에 들었고, 화보 촬영도 매끄럽게 잘 끝냈고, 올리비에란 착한 사람도 만났다.
그냥 시도한 일인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을 때 기분이 어떤가? 너무 좋다. 그리고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모든 경험은 내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웃음).
< Olivier Rousteing >
만나서 반갑다. 열정과 감각을 지닌 당신의 발맹 컬렉션을 늘 눈여겨봐왔다. 서울에서 열리는 2016 럭셔리 콘퍼런스(Conde Nast International Luxury Conference) 참석차 서울에 온 것으로 안다. 이번이 첫 방문인가? 그렇다. 오늘 저녁의 ‘발맹 서울(#BalmainSeoul)’ 행사를 끝으로 내일이면 서울을 떠난다. 어느새 서울에서의 짧은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게 아쉽다. 그래서 파티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중엔 물론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서울에 와서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도 있다. 여기 와서 느낀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패션의 미래와 럭셔리에 관한 콘퍼런스에 참여한 것도 뜻깊었고, 서울이야말로 미래와 럭셔리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함께했다는 것이 영광이고, 그리고 내일 떠난다는 사실이 슬프다.
오늘 함께 촬영한 한국 뮤지션 제이팍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서울에 와서 알게 된 그는 캐릭터가 강한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고, 섹시한 건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젊고 모던하며 쿨하다. 오늘날 발맹이 추구하는 가치와 매우 닮아있다. 참, 이번 콘퍼런스에서 럭셔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좋은 예시인 것 같다. 그는 럭셔리하면서도 한편으로 팝적인 느낌도 있다. 그를 통해 서울을 알아가는 게 기쁘다.
화보 촬영 중 박재범이 소화한 룩 중에서는 어떤 의상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검정 점프슈트를 입은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금빛 메탈 장식 재킷과 가죽 팬츠를 입었을 때도 멋졌다. 특히 럭셔리한 재킷을 입었을 때 그의 모습은 귀족적인 동시에 매우 쿨했다. 발맹이 모던하고도 신선해진 순간이었다.
오늘 밤 발맹의 오랜 아카이브 피스를 엿볼 수 있는 전시 이벤트가 서울에서 열린다.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브랜드 아카이브의 핵심적인 아름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쿠튀르(Couture)! 이것이야말로 발맹의 심장이다. 나아가 리치(Rich), 유니크(Unique), 섹시(Sexy), 글래머(Glamour)로 표현될 수 있고 말이다. 발맹에게 있어 정교한 장식과 테일러링은 정말 중요하다. 나는 발맹의 쿠튀르적인 면모를 끝까지 간직하고 싶고, 이를 개성 있는 쿠튀르로 진화시키고 싶다. 한땀 한땀의 정성과 함께 말이다. 오늘 밤의 전시를 통해 내가 발맹을 이끈 지난 5년간의 의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할 때 발맹의 아카이브 역시 영감을 주는 대상이 되는가? 혹은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양함, 음악, 리한나와 켄달, 지지와 같은 뮤즈, 그리고 문화. 서울 역시 크고 아름다운 도시이고 영감을 주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느꼈다. 이처럼 도시를 가득 채운 불빛과 건축물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서울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을 기대해도 될까? 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웃음). 오늘 촬영에 쓰인 소품들(병풍과 자개장)의 색상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조화를 이루는 색상의 조합과 배치가 멋지다.
발맹의 수장이 된 이래, 당신이 목표로 한 브랜드의 새로운 변화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앞으로 발맹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발맹이 쿠튀르 하우스로서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때 스트리트 패션에 가까운 적이 있었지만, 나는 하우스에 쿠튀르와 럭셔리의 영원함을 입히고 싶다. 또 하나는, 팝 문화의 젊음을 하우스에 가져오는 것이다. 평소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에 발맹에도 그러한 음악적 소통을 주입하며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마지막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성이다. 즉, 서로 다른 피부색과 나이, 몸매, 문화를 지닌 여성들을 통해 발맹이 더욱 글로벌해지기를 바란다.
서른 살을 갓 넘은 어린 나이에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당신은 모든 걸 이룬 듯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신이 열망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글쎄, 개인적으로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것. 나아가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발맹이 더욱 강력한 왕국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 에디터
- 박연경
- 인터뷰
- 이길배(올리비에)
- 포토그래퍼
- 김희준
- 스타일리스트
- 박지영(박재범)
- 스탭
- 헤어 | 정명심 @ 제니하우스(박재범), 메이크업 | 박태윤(올리비에), 노미경 @ 에이바이봄(박재범), 세트 스타일리스트 | 유여정, 어시스턴트 | 장진영, 홍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