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명의 모델과 모델보다도 더 포토제닉한 그들의 털북숭이 가족이 카메라 앞에 함께 섰다.
휘황 × 노아 & 다행
휘황과 만나기 전, 두 마리의 개는 꽤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미니핀인 노아는 파양이 돼서 갈 곳이 없는 처지였다. 진돗개 다행이는 지방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던 중 사진가 김태은에 의해 구조됐다. “누나가 그때 두 마리를 데려왔어요. 각각 이름을 ‘천만’과 ‘다행’이라고 붙였죠. 천만이는 다른 주인을 찾았고, 다행이는 제가 입양했어요.” 그나마 노아는 과거의 상처를 잘 극복한 편이지만 다행이는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겁이 많고 소리에 예민하다. 가혹한 경험을 한 동물들인 만큼 아무래도 특별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휘황과 가족이 된 건 그래서 여러모로 ‘천만다행’한 일이다. “둘을 키우면서부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죠. 나보다 개들 위주로 생활을 하게 돼요.” 말썽이 만만치 않기는 해도, 노아와 다행이는 상처 입은 손가락처럼 조심스럽고 늘 마음이 쓰이는 존재다. 그런데 휘황에게는 둘 외에도 아픈 손가락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얘네가 힘이 굉장히 세거든요. 산책이라도 가면 흥분해서 내달리려고 하기 때문에 줄을 단단하게 붙들어야 해요. 자꾸 왼쪽 새끼손가락이 꺾여서 늘 얼얼해요.”
황기쁨 × 쎈
앞에 서는 게 일상이자 직업인 사람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카메라를 든 입장일 때는? 주로 어떤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게 될까? 황기쁨의 경우에는 태어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인 쎈이다. “매일 스무 장 이상은 기본으로 찍거든요.”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본인보다 반려묘의 사진이 훨씬 더 많을 듯했다. 쎈은 그가 처음으로 집에 들인 고양이다. 그전까지는 강아지만 여러 마리를 키웠고, 고양이는 오히려 무서워하는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호기심이 있었어요. 워낙 독립적이니까 가끔 혼자 두더라도 덜 미안할 것 같았고요.” 요즘 황기쁨은 새로운 식구에게 푹 빠져 지내는 중이다. “그냥 완벽해요.” 정답이라도 되는 듯 그가 확신을 실어 말했다. “이름을 부르면 냉큼 달려오는 것만 봐도 신기해요. 얘의 존재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굉장히 커요.” 사실 이 모델은 반려동물에게 그리 많은 걸 바라는 편이 아니다. “지금껏 키운 개들이 대부분 비글, 슈나이저 같은 말썽쟁이였거든요. 용변은 당연히 못 가렸고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쎈이 화장실 가는 것만 봐도 기특해서 어쩔 줄을 몰라요. 어떤 말썽을 부리든 용서하지 않을까요?” 아마 쎈에게도 황기쁨은 완벽한 보호자이자 친구일 것이다.
최 준 영 × 로 키, 송 해 나 × 짜 장
최준영과 송해나에게는 직업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두 모델은 형제 처럼 닮은 검정 푸들과 함께 산다. 그중 손위는 이제 5살이 된 송해나의 짜장이 다. 선천적으로 앞다리보다 뒷다리가 짧은 채로 태어나 강아지 때는 걸음마에 애를 먹었다. 수술 후 상태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관절에 무리가 갈 우려가 있어서 혹시라도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최준영이 키우는 로키는 태어난 지 11개월쯤 됐다. 가끔 과하다 싶을 만큼 활달해서 이름도 힙합 뮤지션 에이셉 로키에게서 따다 붙였다. “애견숍에서 처음 만나 안아봤는 데 겁에 질린 것처럼 몸을 벌벌 떠는 거예요. 너무 안쓰러워서 무조건 데려와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부터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 더라고요. 제가 속은 것 같아요.” 짜장은 모델의 동거인답게 취향이 까다로운 편 이다. “인조 가죽은 거들떠도 안 봐요. 꼭 진짜만 씹어놓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구입 자체를 줄이게 됐죠. 이미 갖고 있는 신발은 높은 곳에 보관하고요.” 송해나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첫 1년은 마냥 예쁘기만 했어요. 이후로는 말썽이 심해져서 솔직히 힘 들었고요. 3년쯤 지나서야 헤어질 수 없는 제 가족이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더 라고요.” 사랑에는 충동적인 감정보다 지속적인 노력과 이해가 더 필요한 법이 다. 최준영은 로키가 부모님께 살갑게 구는 모습을 볼 때면 특히 늦둥이 막내 동생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지나친 에너지가 종종 버겁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도 얘의 개성이잖아요. 가족이니까 인정해주고 적응해야죠.
한경현 × 용산동, 한남동
한경현은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첫째는 용산동인데, 짐작하다시피 주소지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한 마리만 키우자니 외로워하는 눈치여서 얼마 뒤에는 둘째까지 들이게 됐다. 옆 동네인 한남동이 이 녀석의 이름이다. “제 성이 한씨니까요.” 뭔가 당연하다는 투의 설명이다. 접히고 펴진 귀 모양만큼이나 둘의 성격은 상이하다. 용산동은 “인생을 다 산 듯” 시큰둥하고, 한남동은 장난이 꽤 심하다. 공통점도 있기는 하다. 주인이 귀가할 때마다 두 마리가 쪼르르 달려 나와 반가운 체를 한다. 침대에 몸을 누이면 슬그머니 나타나 꾹꾹이를 시도하고, 한경현의 머리와 가슴을 하나씩 차지한 채 눈을 붙인다. “그럴 때마다 너무 예쁘죠. 애교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도 고양이 털은 어쩔 수 없이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스코티시가 원래 털이 많이 빠진대요. 입양 전에는 몰랐어요. 처음에는 ‘털갈이를 몇 달씩이나 하는 건가…’ 이랬다니까요?” 덕분에 모델들의 유니폼이라는 검은색 옷을 입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고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접착 테이프는 늘 챙기는 필수품이 됐다. 그래도 그는 둘과 함께 지내면서부터 일상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얘들한테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제 훈육 방식이에요.”
이명관 × 제리
털이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는 애묘인들 사이에서도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 게다가 관리에 있어서도 유의할 점이 많다.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고, 몸에서 나오는 기름은 주기적으로 닦아줘야 한다. 심지어 사료는 보통 고양이의 세 배 정도를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관은 직접 키우기 전부터, 이미 스핑크스 종의 매력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살게 되자마자 수소문해서 제리를 분양받았다. 한때는 수주라는 이름을 고려한 적도 있다. 날카롭고 세련된 분위기가 모델 수주를 연상시킨다는 지인들의 의견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을 사람 이름으로 부르기가 꺼려지더라고요. 결국 <톰과 제리>의 제리를 따다 붙였어요. 얘 꼬리가 좀 쥐꼬리 같지 않아요?” 이명관은 개보다는 고양이 쪽에 끌린다고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말을 잘 안 듣는 게 고양이의 매력 같아요. 고분고분한 쪽보다 키우는 재미가 더 커요.” 밀당이 심한 고양이와의 관계는 더디게 발전하는 연애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이 잘생긴 모델은 로맨스에 있어서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여성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는 편일까? “글쎄요, 제가 연애를 많이 못 해봐서….”
이 혜 정 × 럭 키
5월이면 이혜정이 럭키와 함께 산 지도 1년이 된다. 새 가족 덕분인지 그동안 정말 ‘럭키’한 일이 많았다면서 그가 밝게 웃었다. “예를 들면… 오빠를 만났다는 거요?” 알려졌듯이 이혜정과 배우 이희준은 4월 중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질투를 할 법도 한데 고양이는 새 신랑에게 이미 마음을 연 눈치다. 이희준이 뭔가에 열중해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리곤 한다. “한 가지가 걱정되긴 해요. 신혼집에 들일 가죽 소파를 주문했거든요. 결국 다 뜯어놓을 텐데 괜한 돈을 썼나 싶어 요.” 럭키는 원래 국가대표 농구선수인 양지희가 선물로 받은 고양이였다. 훈련으로 바쁜 그를 대신해 친구인 이혜정이 예방 접종 등 필요한 조치를 하며 2주쯤 보살피다가 그만 정이 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눈에 밟혀서 결국 입양을 했고, 지금은 잠시 라도 멀어지면 서로를 궁금해하는 사이가 됐다. 심지어 이혜정은 럭키의 미용도 직접 책임지고 있다. “숍에서는 시술 전에 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염려가 됐어요. 지금 이 모습도 제가 다듬어준 거예요.” 그는 럭키가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니라고 했다. “제가 하소연이라도 하면 맞장구라도 치는 듯 야옹거리는데 뭔가 알아듣는 눈치예요. 저희는 서로 대화가 돼요.”
김원경 × 뭉이
사실 김원경에게는 개 알러지가 있다. 그래서 키울 결심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다른 분들이 키우는 걸 보면 너무 귀엽더라고요. 게다가 남편이 개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소원 한번 들어주는 셈치고 입양을 결정했죠.” 처음에는 약 복용은 물론이고 집에서까지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면역력도 생겼고, 무엇보다 새 가족에게 깊은 정이 들었다. “혼자 두고는 외출하기도 꺼려져요. 결국 집에 CCTV까지 하나 설치했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밖에서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요.” 그런 한편으로 김원경은 꽤나 냉정하고 객관적인 견주이기도 하다. 뭉이에 대해 “머리가 나쁜 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훈련도 안 시켜요. 스트레스를 주기 싫어서요. 저한테 복종하게 만들기보다는 그냥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한 달 전에는 온 가족이 을왕리의 바닷가에 다녀오기도 했다. 뭉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풍경이었다. 지금껏 본 가운데 가장 들뜬 모습이었다면서 김원경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잠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는 바닷가 근처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요.” 작은 털뭉치 같은 식구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건, 이제 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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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강현진, 메이크업 이숙경, 어시스턴트 홍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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