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와 괴담, 그리고 10대의 로맨스와 황혼의 파국.
45주년 결혼 기념 파티를 일주일 앞둔 노부부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이 도착한다. 알프스에서 실족해 사망한 남편의 옛 연인이 발견됐다는 것. 빙하 속의 시신은 50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동요하는 배우자를 바라보며 아내는 함께 쌓아왔다고 생각한 세월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감독인 앤드류 헤이는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해 되돌릴 수 없이 무너져버리는 일상을 섬세하면서도 냉정하게 그려낸다.
1980년대의 더블린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코너가 밴드를 결성하게 된 이유는 여러 걸출한 뮤지션들과 다르지 않다. 즉, 좋아하는 소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원스> <비긴 어게인> 등을 연출한 존 카니는 자전적인 경험을 각색해 또
하나의 음악 드라마를 완성했다. 더 큐어, 듀란듀란, 아하 등을 아우르는 사운드트랙은 MTV와 뉴웨이브 록의 시대를 기억하는 관객들을 들뜬 향수에 젖게 할 것이다.
‘잔혹 동화’라는 건 군더더기가 붙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동화는 잔혹한 설화에서 비롯됐으니까. 마테오 가로네의 <테일 오브 테일즈>는 <라푼젤> <신데렐라> 등의 초기 버전을 썼던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작품을 각색한 판타지다. 임신을 위해 괴물의 심장을 요구하는 여왕, 왕과의 동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노파, 그리고 거인의 신부가 된 공주의 사연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밤에 잠을 못 자고, 급체를 했다고도 했다. <곡성>을 먼저 본 영화 관계자들의 반응은 이 괴담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자극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의문의 연쇄살인이 벌어진 시골 마을이다. 야생 버섯 중독으로 결론이 내려진 뒤에도 주민들은 문득 출현한 외지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15세 관람가 등급인 걸 보면 직설적인 폭력보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긴장감이 더 압도적일 듯하다.
- 에디터
- 정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