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봤지만 그 결과물이 서로 오묘하게 닮은 아트와 패션. 그 짜릿한 조합을 발견해, 두 작품의 만남을 주선했다.
박선기, <An Aggregation – Reflection 20160301> | 크리스털, 숯, 비즈 등 작은 조각들을 조합해 구성체를 만들고, 공중에 달아 작품을 만드는 작가 박선기. 작가는 거울이라는 오브제를 깨뜨린 후, 그 불규칙한 파편의 뒷면을 하나하나 채색해 작품으로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전시된 공간 속 보이지 않는 바람, 공기, 자연광이 조화를 이뤄 찬란함을 더한다. 작품은 창을 통해 주변의 상을 담아내고, 빛을 흡수, 반사하며 판타지를 만든다.
지미 추, <클라우드 튜브 클러치>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가 지미 추의 2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메멘토 캡슐 컬렉션. 그중 한 가지인 메탈 소재의 사각 클러치는 여닫는 부분의 기하학적인 모양의 버클이 특징이다. 메탈릭한 소재는 거울의 형상을 하고 있어 백을 들고 다니는 곳의 면면을 자연스레 담게 된다. 가격은 2백만원대.
정홍식, <Multitype> 연작 | 정홍식 작가는 냉장고, 전기 주전자, 마사지기, 청소기, 오디오 등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에 몬타나 스프레이로 컬러링했다. 색의 모티프는 애니메이션의 장면이나 등장인물에서 가져왔지만, 가전제품의 형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도색 작업은 의식적으로 캔버스 위에 올려놓고 시행하며, 하나의 제품을 칠할 때마다 그 물건의 형태가 예상치 못한 형상으로 남아, 도색 과정 기록 회화인 <Leftovers> 연작이 한 작품당 하나씩 남게 된다.
루이 비통, <시티 스티머 백> |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만든 시티 스티머 백은 1901년에 선보인 루이 비통의 빈티지 트렁크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특별한 가방으로, 수작업 페인팅을 통해 만들어진다. 때문에 가방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이 없어 마치 예술 작품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가격은 5백만원대.
박혜수, <H.E.L.P> | 자본주의 체계 아래 개인의 삶에서 사라지는 가치에 대해 사색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리서치한 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전개해온 박혜수 작가. 그중에서도 <H.E.L.P>(2016)는 작가가 겪고 있는 불면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바닥에서 비스듬히 새어나오는 빛 아래 끼어 있는 베개와 벽과 천장 뒤에서 마치 희미한 물소리처럼 잔잔히 들려오는 수많은 시계의 초침 소리는 내일에 대한 불안으로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사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셀린, <필로우 백> | 현대 여성의 니즈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셀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 그녀가 만든 필로우 백은 구름 모양의 틀이 특징적이며, 부드럽고 물컹한 촉감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소재로 사용된 보드라운 양가죽, 안으로 숨어 있는 버튼은 마치 푹신한 매트리스 디테일을 떠오르게 한다. 가격은 3백만원대.
꽃이여 내게 오라
장-미셸 오토니엘, <검은 연꽃, 2015> | “나의 작업에서 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꽃의 숨은 의미나 상징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오 토니엘의 말이다. 이번 작품 <검은 연꽃(Black Lotus)>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진행해온 유리구슬 조각의 일환이지만, 기존의 유리가 아닌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육중한 느낌을 더한다.
로저 비비에, <부아트 드 뉘 클러치> | 파리의 럭셔리 액세서리 메종 로저 비비에는 슈즈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매 시즌 레드카펫에서 볼 수 있는 이브닝 클러치도 만든다. 부아트 드 뉘 클러치는 로저 비비에의 아이코닉한 이브닝 클러치로 아르데코 양식에서 영감 받은 고풍스러운 잠금장치와 심플하면서도 클래식한 박스 형태의 실루엣이 특징이다. 크리스털과 진주가 마치 만개한 꽃을 떠오르게 만든다. 가격은 4백40만원대.
기억의 습작
신모래, <ㅈ.gif– No Sequence, Just Happening> |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는 주로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핑크 톤의 색감과 그림자, 네온 조명과 같은 빛의 강약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지된 장면을 이어 붙여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gif’’라는 새로운 형식을 활용하여 그동안의 작업에 중요한 모티프가 된 기억의 다양한 결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이 레터링 작품은 ‘그림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작품. 작가의 단편적 기억은 글이 되어 하나하나 흘러간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레터링 셔츠> | 일본의 전위적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는 컬렉션에서뿐만 아니라, 옷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는 런웨이의 철학자다. 하얀 캔버스를 연상시키는 셔츠의 뒷면에는 ‘Now I Don’t know Where We Are’라는 레터링 프린트가 적혀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 휩쓸려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자각하게 만드는 글귀다. 가격은 50만원대.
서핑 USA
최중호, <Flag> 연작 | 경주 출생의 87년생 작가 최중호의 작품은 흰색 젯소와 바탕 이미지를 통해 그려진, 또는 인쇄된 것으로, 3가지 회사의 젯소로 그림을 그리고, 본래 지지체의 이미지를 그 위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만 들었다. 기본 지지체의 종류에 따라 ‘Wood Flag’ 와 ‘Putty Flag’로 구분되며, 구현된 이미지는 성조기이지만 이 작품은 그것의 상징성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 단지 재스퍼 존스의 〈깃발〉을 재해석한 것이다.
생로랑, <캘리포니아 스니커즈> | 자신의 홈타운 LA와 유스 컬처에 대한 본인의 취향을 거부 감 없이 이식시킨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 캘리포니아 스니커즈는 웨스턴 무드와 록 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2016 S/S ‘사이크 록’ 컬렉션 때 함께 선보인 신발이다. 옆면의 사선과 별무늬 패치 장식이 돋보이는 디자인은 성조기를 이루는 요소들을 차용했다. 가격은 70만원대.
그들 각자의 오리
공석민, <Picking> | 독일에 거주하는 85년생 공석민 작가는 본인이 속한 사회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역설에 반응하는 행위를 기록한 비디오를 주로 제작한다. 이 비디오 안에서 작가는 새에게 내내 모이를 주며 새들을 이끌고 공원을 활보한다. 그의 작업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물리적 이동을 했 지만 결국 달라진 것이 없는 구조, 그리고 더 나은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으로 끊임없이 고달픈 생활을 놓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과연 ‘인생 환승’이라 불리는 물리적 이동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되묻는 작업이다. 작업 속에 등장하는 새들은 한국 사회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려하는 한국 청년의 메타포다.
에르메스, <쁘띠 H: Click a Zoo> | 에르메스는 가죽 상품을 제작한 후 남은 가죽이나 부자재를 재활용하여 제2의 새로운 오브제를 제작하는 쁘띠 H 프로젝트. 그 컬렉션 중 하나인 ‘click a zoo’는 라운지나 사무실에 두는 장식품으로, 동물들이 그곳에 함께 공존한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오브제다. 이 귀여운 오리는 의자를 제작할 때 쓰고 남은 가죽으로 만들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추억을 느낄 수 있으며, 섬세한 터치는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최정화, <총 꽃> |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작가 최정화는 1988년에 개관한 서예박물관의 재개관을 기념해 작품을 만들었다. 총이 꽃이 되는, 평화의 날을 기원하며 만든 작품으로 무겁고 어두운 총기 대신, 환하고 아름다운 색감의 메탈 릭한 총들이 모여 꽃을 이뤘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통일이 정치와 전쟁 이전의 화두임을 깨닫게 된다.
구찌, <말린 샌들> |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판타지가 담긴 펑키한 디자인의 말린 샌들은 장인이 직접 장식한 스터드 장식과 안으로 굽은 인힐이 특징이다. 얼핏 날카로운 것이 잔뜩 박혀 있는 무기를 연상시키지만, 이 안에는 구찌의 아이코닉한 웹(web) 트리밍을 이루는 빨강, 파랑, 초록, 하양이 골드 컬러와 함께 조합되어 구찌의 클래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굽 높이는 11cm, 가격은 1백73만원.
조민석, <통일_세계평화> | 건축가 조민석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의 재개관 기념 전시에서 건축가의 시각으로 관객과의 상호 소통에 기반을 두고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서예가, 주한 외교 사절, 일반인과 아이들한테서 통일, 평화 등을 주 제로 받은 수천여 점의 ‘일자서(一字書)’ 손글 씨 작품은 벽과 천장에 구조적으로 배치되어 공간을 채웠다. 만국기처럼 천장에 휘날리는 글자, 바닥과 벽면을 가득 채운 글귀에서는 온몸을 휘감는 듯한 웅장한 기운이 감돈다.
릭 오웬스, <삭스 스니커즈> | 그로테스크한 디자이너 릭 오웬스의 스테디셀러 아이템, 삭스 스니커즈는 레깅스의 디자인에서 영감 받은 스니커즈 부츠다. 부드러운 양가죽을 사용했기 때문에 종아리에 완전히 밀착되는 디자인임에도 착화감이 편안하다. 또한 흑백의 모던한 조합, 유니크한 디자인은 어떤 룩에 매치해도 파워풀한 힘을 발휘한 다. 가격은 2백38만원.
- 에디터
- 김신
- 포토그래퍼
- 박종원
- 어시스턴트
- 임다혜
- 사진출처
- COURTESY OF 313 ART PROJECT, 서울시립미술관, 송은 아트 스페이스, 국제갤러리, 구슬모아당구장,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