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애스리지(Roe Ethridge)는 자신의 작업을 종종 ‘합주곡’에 비유한다. 전혀 다른 성질의 매개체들을 조합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그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미국의 아티스트이자 포토그래퍼다. 최근 스포트막스 2016 S/S 광고 캠페인 작업을 진행한 그가 더블유 코리아의 물음에 응답했다.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당신의 시선이 참 재미있다. 예전 인터뷰들을 찾아보면 의도하지 않는 촬영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던데, 늘 카메라를 곁에 두는가?
그렇진 않다. 아, 그러고보니 아이폰은 늘 곁에 있다.
당신에 관한 글엔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이란 수식어가 자주 등장한다. 게다가 이번 스포트막스 캠페인의 경우엔 광고라는 틀 안에서 완전히 브랜드가 드러나는 애드버토리얼과 좀 더 자유로운 에디토리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접근했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는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다. 내 생각에 어떤 면에서 예술과 상업은 같은 것이고, 한편으로 그들은 결코 동일할 수 없는 각자 다른 세계를 구축한다. 누군가 내게 오늘날 패션계에서 사진가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내가 ‘이미지 서비스 업계’에 종사한다고 말한다.
스포트막스의 패션 디렉터 그라치아 말라골리는 당신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촬영장에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 또 세트 스타일링은 미국 <W> 화보를 비롯해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한 아티스트 앤디 하만과 함께했던데, 촬영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인가?
스포트막스 2016 S/S 컬렉션을 살펴보면, 마린 요소가 가득하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얼마 전 전시를 마친 나의 개인적 작업 <Shelter Island>의 스토리와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에, 더 흥미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다양한 의미를 뒤섞고, 병렬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번 스포트막스와의 작업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 있었다면?
비디오를 위한 선곡!
2016 F/W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동안 거리 곳곳에서 광고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볼 때마다 강렬해서 시선이 가더라. 선곡 이야기를 하니 궁금해지는데, 촬영할 때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
더 스투지스(The Stooges)의 음악!
피사체가 ‘사람’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당신의 사진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그런가? 일단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나는 피사체가 무장해제된 상태임을 느끼는 것, 피사체와 포토그래퍼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를 좋아한다.
좋은 사진은 찍는 즉시 감이 오는가?
몇 년 전 모델 힐러리 로다와 잡지 화보 촬영을 한 적이 있다. 한 컷은 첫 프레임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내 착각일 수도 있어 몇 프레임을 더 찍기는 했다.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데, 결국 첫 프레임으로 돌아간다면 본능적으로 찍기 때문인 것 같다.
힐러리 로다라면, 추수감사절을 주제로 한 <Visionair> 화보 말인가? 이후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추수감사절에 있었던 사촌과의 기억이 모티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과거의 경험들은 당신의 미적 관점에 큰 영향을 끼쳤을까?
지난가을, 나를 가르쳤던 교수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학창 시절의 내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한 ‘풍자적 교외 미학(wry suburban aesthetic)’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여전히 맞다. 하지만, 점점 더 현재 진행형인 뉴욕과 이미지 비즈니스 업계에서 받는 영향이 막대해지고 있다. 난 항상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앞에서 언급한 당신의 최근 작업 <Shelter Island>에선 여유와 따뜻함이 느껴졌다. 지난 <Sacrifice Your Body>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앞으로 작업이 좀 더 따뜻하고 가족적으로 변화할지 궁금해졌다.
글쎄. 일과 사적인 삶의 경계가 확실한 편이다.
인스타그램 계정(@roeethridge)에 업로드를 자주 하진 않더라. 사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각종 SNS 채널과 디지털 시대를 바라보는 당신의 의견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이미지들은 19세기 사진이 등장하며 예술가들과 그림의 관계를 변화시킨 방식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사진에 대한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현재 이에 푹 빠져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겠지. 그 어마어마한 힘에 쉽게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에게 있어 완벽한 사진이란 무엇인가?
나는 완벽한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시간이 지나도 계속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꺼내 보는 것 같다.
- 에디터
- 이경은
- 사진출처
- COURTESY OF SPORT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