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정보와 지식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유통되는 시대다. 더는 진기할 것도 신선한 것도 없지싶다가도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뷰티 역시 다를 바 없으니 더 예뻐지고 싶고 젊어지고 싶은 여자와 남자를 위해 이번 시즌 주목할 만한 이슈를 정리해봤다.
향기의 가치
유럽에 비해 턱없이 작았던 대한민국의 향수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니치 향수 브랜드가 앞다투어 제품을 선보이고, 향초나 룸 스프레이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까지 아우를 정도로 부쩍 커졌다. 그렇게 향에 관한 취향이 까다로워진 과정에서 나만의 향을 찾는 여정에 입문하는 이들도 하나둘 늘어났다. 이런 남녀의 마음 을 귀신같이 알아챈 향수 브랜드들은 원료에 더욱 공을 들인 고가 향수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냥 ‘명품’, ‘고가’라는 라벨 을 단 것이 아니라 제품의 출발부터 남다르고, 그 안에 브랜드의 철학과 DNA를 오롯이 녹여내어 향수 제품의 가치를 재는 척도부터 달리했음을 어필한다. 천재적인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은 “예전에는 단순히 남들보다 빨리, 새롭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었지요. 그래서 소위 트렌드세터가 구매한 것을 따라 사려 했다면 이제는 본인이 좋아하는 향, 브랜드의 가치 자체를 함께 소유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향료와 향수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향수를 얻는 공간이자 브랜드인 뻬르뿜(4월 론칭 예정)의 대표 헬렌 장은 “파리에서 조향 공부를 하면서 받은 충격은 향수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 그리고 젊은 아가씨나 나이 지긋한 노부인 할 것 없이 향을 자유자재로 즐기는 모습이었어요. 흔히 향수를 작은 사치라고 하잖아요? 이 작은 사치를 제대로 즐기면서 누리려면 그저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듯 비싼 것만 찾을 것이 아니라 반대로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브랜드들은 고가 향수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조 말론이 새롭게 선보이는 고가 향수인 레어 티 컬렉션은 일본의 산기슭부터 중국과 히말라야까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서 차의 싹눈을 채취해 찻잎을 직접 우려내는,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던 방식으로 향을 창조했다는 것만으로도 듣는 이의 마음을 솔깃하게 만든다. 조 말론의 프레이그런스 디렉터인 셀린 루는 “장인 정신, 순수함, 지역 고유의 향 그리고 차를 대하는 오랜 의식까지 포괄한 컬렉션이지요. 차는 마치 와인처럼 땅과 기후, 고도, 채취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져요. 이런 세심한 과정을 거친 차 한잔은 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불가리의 레젬메 임페리얼리 컬렉션은 조향된 향이 불가리를 상징하는 보석의 관념과 가치에 부합하도록 전 세계 점유율 1위의 향료업체 지보단 사(社)의 가장 좋은 퀄리티의 향료인 Orpur급의 향을 사용해 순도 높은 향료를 사용했으며, 톰 포드는 베스트셀러인 ‘네롤리 포르토피노’에 최고급 원료를 더한 ‘네롤리 포르토피 노 포르테 오드퍼퓸’을 추가했다.
뷰티 플랜 Z, 마스크
‘1일 1팩’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만큼 시트 마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돈은 적게 쓰지만 만족은 크게 얻는다는 ‘플랜 Z’가 뷰티에서도 일맥상통함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물론 한 장에 1천원 하는 제품부터 3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제품까지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최고보다는 최선을,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녹아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일견 시트 마스크는 레드오션처럼 보이지만 K-뷰티의 관점에서 보자면 블루오션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중국과 일본 여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쿠션 파운데이션이 이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트렌드 아이템이 된 것처럼 한국의 시트 마스크 역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K-뷰티의 라이징 스타가 되었다. 바르고 씻어내는 제품이 대다수를 이루는 외국에서 시트 마스크는 편리함과 그에 못지않은 제품력을 무기로 해외 뷰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시트 마스크의 인기 덕분일까? 해외 뷰티 브랜드에서는 제품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형태의 마스크를 내놓기도 했는데, 에스티 로더의 일명 ‘포일 마스크’가 대표적. 마치 요리용 쿠킹 포일을 닮은 시트지가 제품의 깊숙한 흡수를 돕는다. 시트 마스크의 세계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
-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박종원
- 어시스턴트
- 이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