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의 춘추전국시대

임예성

SHRIMPS

ALTUZARRA

CHALAYAN

CHLOE

STELLA McCARTNEY

GUCCI

HOUSE OF HOLLAND

KENZO

MICHAEL KORS

MSGM

SAINT LAURENT

DRIES VAN NOTEN

STELLA McCARTNEY

VALENTINO

모피와 함께한 인류의 역사는 유구하다. 호모사피엔스 시절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의 털가죽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니까. 모피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은 건 1920년대, 폴 푸아레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이 소재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세계 대전으로 주춤했던 인기는 1950년대부터 모피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다시금 치솟았는데, 1980년대 들어 동물 보호론자들의 격렬한 반대가 시작되었고, 그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탁월한 방한 효과는 물론 화려한 시각적 효과까지 지닌 이 소재에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넘친다. 이번 겨울처럼 수많은 디자이너가 각양각색의 모피 코트를 내놓은 시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짧은 송치(캘빈 클라인 컬렉션)부터 길고 풍성한 양털(루이 비통)까지, 클래식한 고동색(마르니)부터 화사한 원색(생로랑)까지,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디자인’의 모피 코트가 런웨이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물론, 모든 디자이너가 모피에 환호하진 않았다. 지난 20여 년간 진짜 모피의 사용을 거부하고 인조 모피의 진화에 힘쓴 디자이너들의 신념 있는 행보는 이번에도 계속되었다. 스텔라 매카트니, 드리스 반 노튼, 그리고 2013년 브랜드 쉬림프를 론칭한 뒤 승승장구 중인 한나 웨일랜드가 대표적으로 이들은 질감과 풍성함, 컬러감 세 박자를 모두 갖춘 멋진 인조 모피 코트를 보란 듯이 내놓으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에디터
이경은
PHOTO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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