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소란스럽고 과시적이며 화려해도 좋다. 1년 중 반짝임이 가장 극대화되는 파티 시즌, 찬란하게 빛나는 당신을 위한 스타일링 아이디어!
눈부신 빛의 반짝임에 매혹되는 것, 극도의 아름다움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반짝임’이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생하게 느낀 적이 있었다. 주위가 온통 푸른 산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전통 부족 인타족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청정 고원 지대인 미얀마의 인레 호수를 방문했을 때다. 미얀마는 전기 부족으로 정전되는 일이 흔한데, 야외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어김없이 정전이 되어 세상이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암막 대신 세상에서 가장 큰 스크린이 마법처럼 머리 위로 펼쳐져 숨이 막힐 듯한 찬란한 장면이 연출됐다. 밤하늘의 영롱한 반짝임이 쏟아져 내 눈동자에 알알이 박히는 것만 같았고, 그 찬란한 별무리에 감탄하며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저 위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한 별무리가 은하수예요. 별들의 강이라는 뜻이지요.”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목동이 아가씨에게 별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소년 소녀가 바라본 것은 바로 이러한 밤하늘이 아니었을까?
1년 중 반짝임이 가장 극대화되는 시기는 바로 12월. 도시의 밤은 황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별빛이 되고, 수많은 파티장은 이슬 같은 청량한 기포가 반짝이는 투명한 금빛의 샴페인과 반짝이는 의상으로 넘실거린다. 파티의 베스트룩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아이템! 마침 시퀸부터 루렉스, 라메, PVC, 메탈릭 브로케이드 등 요란하게 반짝거리는 금속사를 활용한 대담하고 맹렬한 맥시멀리즘이 트렌드로 등극한 이번 시즌은 블링블링한 파티 룩을 완성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다. 그렇다면 런웨이에 펼쳐진 환상적인 은하수의 향연을 살펴볼까? 시끄럽고 반짝이며 사치스러운 것으로 가득했던 1980년대 글래머에 푹 빠진 디자이너들은 눈을 현혹시키는 반짝이 소재와 패턴으로 영원불멸의 디스코 룩을 제안했다. J.W.앤더슨 쇼에는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무드의 반짝이는 라메 소재 드레스를 입은 1980년대 후반 베를린의 파티 걸들이 등장했고, 발맹 런웨이에는 찰랑거리는 메탈릭 프린지 드레스와 메탈릭한 튜브톱 차림으로 ‘스튜디오54’에 드나들던 조앤 콜린스와 린다 에반스의 향락적인 룩들이 런웨이를 밝혔다. 성적 매력과 관능적 아름다움을 탐구한 크리스토퍼 케인은 루렉스 소재를 활용해 지그재그 패턴이 담긴 반짝이는 드레스를 만들었고,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빛의 각도에 따라 아름답게 빛나는 라메 소재의 플리츠스커트를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올 블랙을 주제로 삼은 알렉산더 왕 역시 피날레에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메탈 나일론 소재의 골드 드레스와 MA-1 항공 점퍼 시리즈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No.21쇼에도 알렉산더 왕의 그것과 비슷한 골드 컬러의 광택 있는 브로케이드 드레스가 등장했다. 이번 시즌 반짝이는 것에 대한 찬미는 시퀸 아이템으로 이어진다. 언제나 그랬듯 펑크와 록, 코카인 시크에 심취한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은 불량한 이미지의 메이크업을 한 모델에게 시퀸으로 도배된 화려하고 도발적인 지브라 패턴 미니 원피스를 입혔고, 로다테 쇼에는 오간자 소재에 무지갯빛 시퀸이 촘촘히 박힌 스타워즈 드레스들이 영롱하게 반짝였는가 하면 루이 비통 런웨이에도 디스코볼처럼 쉴 새 없이 반짝이는 시퀸 미니 드레스가 출현해 눈길을 끌었다. 정숙하고 차분한 니나 리치 레이디 룩 사이에서도 전체가 시퀸으로 반짝이는 강렬한 레드 드레스는 단연 돋보였고, 부티가 줄줄 흐르는 마이클 코어스의 아메리칸 글래머 컬렉션 사이에 자리한 호화로운 골드 글리터 드레스는 럭셔리 그 자체였다. 클럽의 천장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미러볼 조명처럼 빛나는 옷들은 화려한 파티를 위한 충실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성운처럼 반짝이는 푸치의 시퀸 사이하이 부츠, 주먹만큼 큼직한 미우미우의 코스튬 주얼리, 영롱하게 빛나는 발맹의 크리스털 클러치 등 보석처럼 빛나는 액세서리로 시선을 압도하는 것 또한 파티를 위한 완벽한 아이디어다. 이 모든 것이 너무 과시적이고 현란하며 강렬하다고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1년 중 단 한 달, 파티 시즌만큼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만끽해도 좋을 테니! 영롱하게 빛나는 1년의 마지막 밤을 위해 더 과감해지길, 대담함의 지수를 한 단계 더높이시길!
- 에디터
- 정진아
- ARTWORK
- PYO KI SIK
- PHOTOS
- INDIGITAL, GETTY IMAGES KOREA/MULTIB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