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야만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던 ‘낙서’. 장 미셸 바스키아와 같은 선구자 덕분에 예술과 하위문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낙서 프린트가 어느 날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고급스러운 하이패션마저 캔버스 삼아버린 낙서의 위풍당당한 기세.
심오한 세계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클레어 바로(Claire Barrow)는 이미 카린 로이펠드, 리한나를 팬으로 거느린 신예 디자이너다. 알코올, 록밴드 등 펑크 하위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그린 커스텀 가죽 재킷으로 유명하며, 이번 시즌 인간의 복잡 미묘한 내면 세계를 담아낸 추상적 드로잉을 선보였다.
동심으로 돌아가요
돌체&가바나(Dolce & Gabbana)의 듀오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이번 시즌, 강렬한 디지털 프린트 대신 조카들이 크레용으로 그린 유치한 그림을 실크 드레스 위에 프린트했다. 쇼 전체 테마인 ‘가족애’를 표현한 것으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어린 시절 향수에 젖게 한다.
그 시절, 기억나
라프 시몬스(Raf Simons)는 자신의 추억이 서린 수첩을 들춰, 대학 시절 통과의례의 기억을 모슬린 코트로 재현했다. 해괴한 해골 그림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들만 봐도 그 스트레스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만, 라프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낙서로 뒤덮인 우아한 코트를 만들어냈다.
-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