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화사한 아트워크와 소품으로 가득한 니나리치 디자이너 기욤 앙리 (Guillaume Henry)의 파리 아파트. 감각적인 미적 감각으로 무장한 그의 공간 속으로.
“패션보다도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얻어요.” 기욤 앙리가 꼽은 리스트 최상단에는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모히니 가이스웨일러(Mohini Geisweiller)가 있다. 4년 전 까르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 가이스웨일러를 처음 만난 앙리는 런웨이 쇼에서 그녀의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은 여전히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에서 자주 만난다. 음악을 시작하기 전 잠깐 모델 활동도 했던 가이스웨일러에게 빠져든 이유는 한눈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환상적이고 투명하며 외로운 기질을 지녔어요.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 같아요.” 앙리는 가이스웨일러의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가 현재 니나리치 작업의 바탕이 된다. “까르벵이 소녀였다면, 니나리치는 성숙한 여성이죠.” 기욤 앙리와 파트너 에릭 슈발리에(Eric Chevallier)가 함께 살고 있는 팔레 로얄 인근의 아파트는 평소 디자이너의 절제된 패션 감각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은 최대한 절제한 것이라 말하지만, 컬러풀한 소품과 가구가 가득 채워져 있다. 슈발리에(35세)는 콜레트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고, 까르벵 부티크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그래픽 요소가 강한 밝은 색조의 소파와 체어는 슈발리에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며, 이들이 함께 구입한 피에르 폴린 스툴과 장 프루베 테이블과도 인상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앙리는 프랑스 동부 오트 마른에서 태어나 18살 때 파리로 옮겨와 뒤프레 응용미술학교와 IFM(Institut Francais De La Mode)을 다녔다. “일하기 시작하면서 빈티지를 수집해왔어요. 사실, 제 스타일은 플리마켓이죠.” 슈발리에 덕분에 많이 바뀌긴 했지만 작은 장난감과 장식 소품에 대한 앙리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좋은 것들은 언제든지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해요.” 맥도널드 프렌치프라이 라디오와 선명한 빨간색의 에르메스 재떨이 등 앙리는 작은 테이블에 가득한 컬러풀한 소품을 가리키며 말한다. 평소 분주하고 강도 높은 스케줄 때문에 이들은 퐁텐블로 인근 샤토 드 부롱(Chateau de Bourron) 등의 가까운 곳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모험은 더 먼 곳으로 펼쳐진다. “기욤을 만나기 전에는 남프랑스에 머무는 데 만족했어요. 하지만 이젠 라자흐스탄이나 마추픽추나 탄자니아까지 다녀오죠.” 앙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최악의 여행자’라고 말한다. “분명 슈트케이스를 하나만 들고 떠났다가 돌아올 땐 세 개로 늘어나니까요.” 슈발리에 역시 “내 꿈은 깨끗한 화이트 큐브 속에서 사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 에디터
- 정진아
- 글
- ALEXANDRA MARS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