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의 향연이 펼쳐지던 지난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기간, 하이 주얼리의 황홀한 성찬을 맛본 에디터의 오트 주얼리 견문록이 펼쳐진다.
독창적인 손맛의 한 수
피아제(Piaget)의 우아한 파리 부티크에서 열린 새로운 하이 주얼리&워치 컬렉션 ‘시크릿앤라이츠(Secrets & Lights)’의 프레젠테이션 현장. 말쑥하게 차려입은 파리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열정 어린 설명과 함께 그 방대한 컬렉션을 하나하나 소개시켜주었다. “피아제의 주얼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빛이죠. 창의적이고 놀라운 기술력을 통해 이토록 섬세하게 빛나는 주얼리를 완성할 수 있답니다.”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반해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에디터에게 그는 SecretsAndLights 라는 해시태그를 위트 있게 권했다. 베니스와 사마르칸트, 두 도시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건축과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살펴보던 중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 주인공을 발견. 바로 깃털 장인의 손길로 한땀 한땀 정교한 깃털 공예를 더한 독창적인 티아라와 커프였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 진귀한 모습에 시간조차 멎은 듯한 착각에 빠져든 순간. 진귀한 에그쉘 상감 래커 기법과 불리뇨 인그레이빙, 점묘법 등 사람의 손을 통해 완성되는 놀라운 기술력이 피아제의 미학이 더욱더 값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더없이 화려한 행운의 미학
지난 7월 지디를 비롯한 전 세계의 핫한 샤넬 크루들을불 러그랑팔레를 거대한 카지노로 꾸미고 갬블링을 하게 만든 샤넬의 파리 오트 쿠튀르 쇼를 보고 난 뒤. 일행과 함께 샤넬 파인 주얼리(Chanel Fine Jewelry)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레 탈리스망 드 샤넬(Les Talismans de Chanel)’을 만나러 갔다. 별빛으로 가득한 샤넬의 은하계를 재현한 프레젠테이션 현장도 신비했지만 진짜 주인공은 태양을 표방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주얼리들. 방 안에 들어서자 ‘수호자’를 상징하는 탈리스만 컬렉션의 매혹적인 주얼리들이 최면을 거는 듯 다가왔다. 인생을 살다 보면 굳이 종교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구원이나 보호를 바라게 된다. 이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가 아닐까. 행운의 모티프인 네잎 형태의 펜던트 목걸이를 비롯해 반짝이며 빛나는 주얼리들은 수수께끼 같은 인생에 안도감을 안겨줄 파트너로서 강렬한 파워를 드러냈다.
흥미롭게도 이 의미 깊은 컬렉션은 마드무아젤 샤넬이 생전에 자신을 보호해주는 다채로운 사물을 항상 주변에 두었던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특히 토파즈와 골드 반지 등 그녀가 평생토록 아낀 주얼리들은 자신을 수호하는 탈리스만 그 자체였다고 한다. 사실 ‘믿음의 주얼리’야말로 오랜 시간 누군가의 곁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치를 드러내는 존재일테니까 말이다.
자연을 품은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문구의 주인공, 드비어스(De Beers). 섬세하게 커팅된 다이아몬드가 지닌 영롱한 빛도 아름답지만, 연마되지 않은 원초적인 매력의 러프 다이아몬드야말로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를 향한 애정과 기술력을 드높인다. 각각의 다이아몬드가 지닌 신비로운 질감과 색감을 즐길 수 있는 러프 다이아몬드는 새로운 ‘탈리스만(Talisman)’ 컬렉션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대표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선 구 형태의 작은 우주를 닮은 ‘탈리스만 원더러스 스피어’가 눈길을 끌었는데, 얼핏 지구 밖의 전리품처럼 보이는 이 하이 주얼리 오브제는 2천 시간 이상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전례없는 아트피스. 나아가 컬러 다이아몬드가 지닌 특별한 아름다움이 담긴 ‘ 1888 마스터 다이아몬드’ 컬렉션 등이 숙련된 장인 정신을 통해 빛을 예술로서 승화시키는 하이 주얼리의 무한도전을 일깨워주었다.
신비로운 정원의 매혹
쇼파드는 이번 오트 쿠튀르 기간을 맞이해 쇼파드 제네바 공방 장인의 섬세한 손끝에서 탄생한, 진귀한 블랙 오팔로 제작된 오트 주얼리 캡슐 컬렉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유니크 피스들은 호주의 오팔 광산에서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한 원석으로 만들어졌다고. 사실 오팔은 고대 이래 마법의 힘을 가진 돌로 알려져 강력한 힘과 예지력을 상징해왔다. 그리고 에디터가 오팔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10월의 탄생석이라는 점, 희망과 순결을 상징하며 신비롭고 영롱한 색채와 동양적인 고아한 분위기를 지녔다는 것이다. 그래서 쇼파드(Chopard)가 선택한 주인공이 오팔이라는 소식이 반가울 수 밖에. 새로운 ‘플뢰르 드 오팔(Fleurs d’Opales)’ 컬렉션은 말 그대로 오팔로 만들어진 꽃, 아니 꽃 모양의 하이 주얼리가 선사하는 정원의 풍요로움을 담고 있다. 오팔 외에 사파이어, 자수정, 루비, 블랙 다이아몬드 등 색색의 원석 장식, 티타늄과 지르코늄을 통한 정밀한 작업이 더해진 주얼리는 야생의 꽃처럼 화려한 기운을 발산했다.
내겐 너무 완벽한 레이디
파리 애비뉴 몽테뉴에 위치한 크리스찬 디올의 플래그십 스토어디. 올 파인 주얼리(Dior Fine Jewelry) 프레젠테이션 초대장을 손에 쥔 채 다가간 매장 위층의 프라이빗한 공간엔 디올의 쿠튀리에 정신을 상징하는 미니어처 드레들스과 새로운 ‘스와 디올(Soie Dior)’ 주얼리가 어우러져 있었다. 프랑스어로 ‘디올 실크’를 뜻하는 이 주얼리 컬렉션은 성대한 이브닝 파티에 어울리는 화려한 드레스를 떠올리게 했다. 크리스찬 디올이 우아한 여인들을 위해 헌사한 플리츠와 리본 장식의 드레들스 말이다. 디올 주얼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의 말처럼 그 빛나는 주얼리들은 “보석은 움직일 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는 미학의 현전,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가 강조한 리본의 감각적이고도 순간적인 속성, 즉 자유로운 곡선의 움직임. 나아가 부드러운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듯 넘실대는 치맛자락과 리본을 연상시키는 모새양는 환상적인 컬러 팔레트와 함께 더없이 아름답고 유혹적인 여자의 꿈을 보여주었다.
- 에디터
- 박연경
- 파리 통신원
- 이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