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론칭한 스페인 브랜드 제이 델 포조는 남성복으로 시작해 여성복, 향수 등의 분야로 범위를 넓혀갔고, 2012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셉 폰트(Josep Font)가 합류하며 델포조로 새롭게 태어났다. 오트 쿠튀르의 정교한 기법과 현대적 실루엣을 접목한 구조적인 미학이 특징으로 현대 여성을 위한 낭만적이고 센슈얼한 룩을 선보인다.
델포조 하우스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다. 델포조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델포조는 스페인의 유명한 패션 하우스다. 델포조의 설립자인 제이 델 포조(Jesus del Pozo)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그는 스페인의 패션 역사에 잊히지 않을 예술적인 업적을 남겼다.
2012년 델포조 하우스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것 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 나는 하우스의 역사를 존중하고 보존함과 동시에 새롭고 현대적인 시각을 제공해야 했다. 당연히 새로운 언어로 델포조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싶었다. 패션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현대 여성을 위한 페미닌한 컬렉션을 제작하고 싶달까. 나의 컬렉션은 색상과 텍스처가 조화롭게 융합된, 유기적 형태가 특징이다.
델포조에 합류하기 전 어떠한 경험을 쌓았나? 패션은 나의 일이자 생활이다. 패션은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출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창의성을 구체화할 창이다. 난 항상 패션이 나의 직업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에어프랑스가 후원한 대회에 참가했고, 칵테일 드레스를 디자인해 내셔널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이 드레스는 파리 장식미술관에 전시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나만의 브랜드를 론칭해서 배우고 싶다는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
델포조 컬렉션은 쿠튀르적 감성과 구조적이고 아름다운 실루엣을 가진 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과 패션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해준다면? 패션은 몸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건축 작업이다. 실제로 나는 건축학에서 배운 많은 요소를 나의 디자인에 활용한다. 예를 들면 모양과 부피의 중요성이나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실루엣 등이다. 또 알맞은 비율과 균형을 찾는 것을 건축에서 배우기도 했다.
2015 F/W 시즌 콘셉트와 테마, 그리고 영감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호주의 아티스트인 리스 리(Rhys Lee)의 다채로움과 러시아 화가 안드레이 렘네프(Andrey Remnev)의 라파엘 전파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에서 영감 받아 강인하고 오묘한 스타일을 창조했다. 특별히 벨벳 소재에 초점을 맞췄으며 세 가지 다른 종류로 선보이는데, 데이 웨어에 적합한 테크니컬 벨벳, 매우 호화로운 전통적인 실크 벨벳, 그리고 이브닝 웨어에 알맞은 데보레 벨벳이 있다. 실루엣 역시 더욱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델포조의 시그너처는 무엇인가? 델포조의 시그너처는 ‘유기적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여성스럽고 섬세하지만 강인하고, 현대적인 건축학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다. 심플해 보이는 정교한 패턴을 사용해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델포조의 본질은 ‘프레타 쿠튀르’에 있다. 오트 쿠튀르를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오트 쿠튀르야말로 패션의 가장 고급스러운 표현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델포조의 비전은 무엇인가? 예전부터 나의 목표는 자수나 정교한 무늬와 같은 섬세한 디테일이 들어간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델포조를 통해 사람의 태도와 생활 방식을 제안할 것이다.
델포조의 브라이들 라인 역시 대단히 매혹적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라이들 가운의 소재는 실크 튤이다. 이 컬렉션에 델포조의 특징인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실루엣이 담겨 있다. 2013년에 약 12개의 가운으로 브라이들 라인을 처음 선보였고, 매 시즌 1~2개 새로운 디자인과 몇 가지 수정된 피스를 더하고 있다. 브라이들 라인은 델포조의 대표적인 라인이고 고객의 성향에 따라 맞춤 가능하다.
디자인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있다면? 균형과 비율이다. 색상, 모양, 실루엣, 부피, 소재 등 모든 부분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소매가 매우 풍성한 룩을 디자인할 때 튤이나 오간자 같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 하면 완벽한 균형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델포조 하우스에서 일하며 가장 벅차고 경이로웠던 순간이 있다면? 지나간 모든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었지만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다시 론칭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말 많이 이루었 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6개의 컬렉션을 발표했고, 마드리드와 마이애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우리는 더 확장을 해나갈 것이고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당신의 조국인 스페인의 문화는 델포조 컬렉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나? 스페인은 수공예 문화와 오래된 노하우나 기술이 매우 발달한 나라다. 이런 면에선 델포조가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두세 시간 정도 떨어진 코스타 브라바라는 지역에 위치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을 즐기는데, 정말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곳은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한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 혹은 이미지가 있다면? 뛰어난 감각과 정교함을 가진 자크 데미의 모든 영화.
델포조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쿨함’ 혹은 ‘우아함’ 혹은 ‘스타일리시함’의 정의는 어떠한가? 이 세 가지 개념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쿨함은 나의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현대적이고 신선한 느낌이다. 그리고 독창적인 컷이나 색상 조합 또는 획기적인 소재로 여성에 내재된 우아함을 드러낸다. 델포조 여성은 매우 섬세한 동작을 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발레리나와 같은 침착함도 품고 있다고 느낀다. 어떤 오라나 패션에 대한 태도라고 할까. 스타일리시함은 어떤 룩을 완성시킬 때 자신만의 마지막 느낌을 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성격이나 상상력 같은 것 말이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