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당신의 다리를 옥죄지 마라. 패션 하우스들의 프리폴 컬렉션에서 시작을 알린, 통 큰 팬츠 실루엣 대전.
깡총한 한 수
판탈롱 팬츠를 향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애정은 2015 S/S 시즌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선보이는 팬츠 실루엣의 특징은 하이웨이스트라는 것, 엉덩이에서 허벅지 2/3까지는 타이트하게 이어지다 그 아래부터 힘 있게 살짝 넓어진다는 점, 그리고 발목 길이라는 것. 자칫 퍼져 보이기 쉬운 이 깡총한 실루엣을 슬림하고 세련되게 완성하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묘책은? 라인을 잡아주는 날 선 중간선과 타이트하고 굽이 높은 앵클부츠.
수려한 직선
잘츠부르크에서 프리폴 컬렉션을 진행한 칼 라거펠트. 샤넬 프리폴 컬렉션에 등장한 팬츠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턱주름 없이 일자로 떨어지는 통 넓은 실루엣이라는 것, 둘째, 옆부분에 군복을 연상시키는 라이닝을 더했다는 것. 그 결과 중성적이라 더 멋진 와이드 팬츠가 완성되었다. 특히 와이드 팬츠의 취약점인 하체가 팽창되어 보이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커버하는 라이닝 디테일을 눈여겨보도록.
우아한 곡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부재한 가운데 발표된 구찌 하우스의 프리폴 컬렉션. 그 안엔 전혀 다른 두 가지 실루엣의 팬츠가 등장했다. 그중 하나가 크롭트 커프 팬츠. 몸을 따라 흐르는 이 낙낙한 실루엣은 멋스럽지만 다리가 짧아 보이기 쉬우니 굽이 높은 슈즈와 매치하도록. 이 실루엣은 이후 디올의 F/W 컬렉션, 알렉산더 왕을 비롯한 스트리트 감성을 가진 패션 하우스들의 F/W 쇼에도 등장했으니 기억해둘 것.
날 선 모래시계
앞서 언급한 구찌 프리폴 컬렉션의 전혀 다른 두 팬츠 실루엣 중 나머지 하나가 바로 부츠컷 실루엣이다. 무릎까지는 타이트하고, 그 아래로 넓게 퍼지는 이 실루엣은 킬힐과 매치해 슈즈를 덮으면 다리를 극적으로 가늘고 길게 표현해주는 효과가 꽤나 매력적. 2015 S/S 컬렉션 중 아크네 스튜디오와 에밀리오 푸치가 대표적이며, 탄력 받기 시작한 흐름은 F/W 시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담대한 사다리꼴
클래식한 시가렛 팬츠의 변주를 즐기는 라프 시몬스가 이번 프리폴 시즌에 선보인 와이드 팬츠는 대담해서 더 모던하다. 하이웨이스트 라인으로 양쪽으로 두 개의 턱주름이 잡혀 거침없이 넓게 떨어지는데, 두께감 있는 소재로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이러한 실루엣은 로에베와 드리스 반 노튼 등 많은 패션 하우스의 F/W 런웨이를 점령한 주인공이기도 하니, 하반기에 꼭 하나 구입해 그 멋을 즐기도록.
직관적인 선
빈티지 스카프의 프린트에서 영감 받아 스트라이프 패턴이 가득한 프리폴 컬렉션을 만들었다는 칼 라거펠트. 그 때문일까? 이번 프리폴 컬렉션에 등장한 데님 팬츠들 역시 아래로 쭉 뻗은 시원한 라인이 특징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허벅지 부분은 일자로, 그 이후로 아주 살짝 넓어지는 실루엣. 이는 통 넓은 팬츠 열풍이 시작된 지금 스키니 팬츠에 길들여진 이들이 부담 없이 시도해보기 좋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여성들에게 궁극적인 도회적 세련미를 제시해온 피비 파일로는 오랫동안 낙낙한 실루엣의 다양한 팬츠를 선보였다. 그건 이번 프리폴 시즌도 마찬가지. 길이와 소재가 다양한 큐롯 팬츠와 와이드 팬츠를 선보였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팬츠가 하나 있다. 바로 아코디언 플리츠 니트 소재로 만든 와이드 팬츠! 이 팬츠는 입고 가만히 서면 일자로 떨어지는 정제된 실루엣을 유지하지만, 다리의 움짐임에 따라 팬츠 실루엣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많은 디자이너가 ‘한 방’의 실루엣을 고민하는 이 시점에, 이러한 팬츠라니! 역시 피비 파일로다.
- 에디터
- 이경은
- 포토그래퍼
- 목정욱
- 모델
- 박희정
- 헤어
- 강현진
- 메이크업, 바디 페인팅
- 오가영
- 장소 협찬
- 아트선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