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GISELE

W

지젤 번천. 현재 지구상에서 ‘슈퍼모델’이라는 단어를 가장 명확하게 정의하는 인물. 사진가 테리 리처드슨의 아이코닉한 앵글 속에서 독보적인 오라를 발산하는 지젤과 더블유 코리아의 첫 랑데부!

 ‘지젤 번천(Gisele Bundchen)’은 한 사람의 이름이자 동시에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슈퍼모델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몇천원짜리 샴푸에서 몇억원을 호가하는 오트 쿠튀르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과 관련 있는 제품의 트렌드를 바꿔버리는 모델은 현재 지구상에서는 지젤이 유일무이하다. 더블유 코리아와의 첫 커버 촬영과 데뷔 20주년, 그리고 브랜드의 앰배서더이자 캠페인 모델로 참여하게 되는 서울 샤넬 크루즈 쇼를 기념한 인터뷰에서, 지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델은 어디까지나 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지켜야만 이 세계에서 유의미하게 설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아이보리 색과 남색으로 이루어진 클래식한 마린룩 스타일의 니트 톱과 쇼츠. 같은 무늬의 니트 부츠는 모두 Chanel 제품.

서울-파리 샤넬 크루즈 쇼를 위해 곧 한국을 방 문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일본과 중국은 가봤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모두가 서울이 매우 에너제틱하고 활기가 넘치는 도시라고 말해주었다. 나와 잘 맞을 듯해서 기대된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나? 대부분은 보스턴에서 지낸다. 남편(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의 팀이 보스턴 연고다 보니 그곳에 정착한 지 7년 반이 넘었다. 뉴욕에도 집이 있는데 오늘처럼 가끔 일이 있을 때만 머문다. 보스턴 집은 자연을 품은 작은 마을에 있는데, 내가 작은 도시 출신이다 보니 대도시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전원 풍경을 볼 수 있어 참 마음에 든다.    트리밍 선을 따라 로맨틱한 꽃을 장식한 메탈릭한 톤의 반소매 재킷, 브랜드의 로고가 돋보이는 양손의 뱅글은 모두 Chanel 제품.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촬영에는 당신이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사 진가 테리 리처드슨과의 호흡도 좋아 보인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더블유를 위한 첫 촬영에서 1970년대의 핀업걸을 연출하고 싶었다. 매우 쿨하면서도 재미와 장난기 로 가득 찬 그런 핀업걸. 섹시함도 분명 존재해야 하지만 노 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장난 스러운 면이 부각되도록 조절하면서 촬영했다. 테리와는 많 은 작업을 했는데, 늘 흥미롭고 편안하다. 아마 우리가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의 전형적인 촬영 스타일, 그러니까 하얀 벽에 강렬한 플래시를 이용하는 스타일을 아주 좋아하는데, 간결해 보이면서도 아주 진실한 사진이다. 그의 사진은 피사체의 날것 그대로의 신선함과 진실함이 담겨 아주 파워풀하다.    지젤이 양 어깨에 둘러멘 고유의 체인 장식이 돋보이는 데님 소재의 보이 핸드백, 큼직한 엠브로이더리를 장식한 양손의 뱅글은 모두 Chanel 제품. 데님 재킷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5년 봄/여름 샤넬 쇼의 런웨이에 아주 오랜만에 서서 그 유명한 ‘말 걸음’ 워킹을 선보였다. 모든 관객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나의 모든 커리어는 런웨이로부터 출발했다. 1997년 런던, 알렉산더 매퀸의 저 유명한 ‘레인(Rain, 1998 S/S)’ 컬 렉션의 런웨이가 출발점이 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래서 런웨이는 언제나 내 힘의 원천이라고 느낀다. 무대에 서면 스스로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타입인데, 다른 모델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는 엄청난 힘이 내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한 남 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이며, 수많은 대외 활동이 즐비한 지금의 내 생활 패턴에는 맞지 않아 더 이상 런웨이에 서지 않고, 그렇게 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체인과 진주, 크리스털을 엮은 굵직한 목걸이, 메탈과 체인, 유색 크리스털이 어우러진 양손의 뱅글, 방돔 광장의 모습을 형상화한 프리미에르 워치, 수채화 물감을 칠한 듯한 색감의 플랫 부츠, 인디언 핑크 생상의 브라톱은 모두 Chanel 제품. 데님 오버올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데도 런웨이 워킹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샤넬의 런웨이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여성의 권리 신장(Women Empowerment)을 테마로 쇼가 진행되었기에 칼 라거펠트 는 나를 통해 그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 역시 혹시라도 다시 런웨이에 선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였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 쇼의 피날레에 확성기를 들고 ‘Free, Freedom!’을 외치며 데모대 선두에 섰는데, 한 여성이 잠재적으로 지닌 무한한 힘, 여성적인면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철저하며, 일에서는 프로페셔널하지만 또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삶 등 다양한 각도로 읽을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고 싶었다.    체인과 진주, 크리스털을 엮은 굵직한 목걸이, 메탈과 체인, 유색 크리스털이 어우러진 양손의 뱅글, 방돔 광장의 모습을 형상화한 프리미에르 워치, 수채화 물감을 칠한 듯한 색감의 플랫 부츠, 인디언 핑크 생상의 브라톱은 모두 Chanel 제품. 데님 오버올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든 슈퍼모델들이 몸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당신은 공백기를 믿을 수 없을 만큼 런웨이와 오늘 촬영에서도 완벽하다. 비결이 뭔가? 모든 것은 생활방식에서 출발한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된다는 거다. 나는 지금 34세이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몸은 나만의 성전 (Temple)이다. 이를 인식한 이후로 내 성전을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정신에 자양분을 공급 하기 위해 명상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요가와 사이클, 쿵푸를 한다. 운동이라기보다는 몸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일상적인 활동이다. 원래 배구선수였고, 오랫동안 서 핑도 해와서 거기에 요가 등이 더해진 것뿐이다. 또 먹거리에도 아주 신경을 쓴다. 내가 먹은 것은 곧 내가 되기에 아무것 이나 내 성전에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90살이 되어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메탈릭한 진주와 크리스털로 장식한 체인을 엮은 목걸이, 큼직한 유색 크리스털 장식과 브랜드 로고를 디자인에 이용한 양손의 뱅글, 로커팅 기법의 주머니 장식이 돋보이는 새먼 핑크색 와이드 팬츠는 모두 Chanel 제품. 흰색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 노력을 바탕으로 데뷔 20년이 흘렀어도 당신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패션계는 많은 것이 변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큰 사건, 터닝포인트가 있다면?알렉산더 매퀸의 쇼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16세에 런던에서 40개가 넘는 캐스팅에 갔지만 아무도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당시는 퀭한 눈의 헤로인 시크가 유행이던 시절이라 나같이 건강미 넘치는 타입은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매퀸만은 달랐다. 절대 신을 수 없을 법한 신발을 주고 걸어보라 한 후 소파에 앉아 유심히 지켜보았다. 결국 나는 유일하게 매퀸 쇼에만 캐스팅되었고, 알몸에 페인트칠을 한 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런웨이에 섰다. 그 쇼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 쇼 이후에 마리오 테스티노와 패트릭 드마셸리에와 작업을 할 수 있었고, 커버를 찍자는 콜이 이어졌다. 매퀸은 나뿐만 아니라 패션계, 나아가 세계를 바꾸어놓았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타계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1999 년 미국 <보그> 커버를 전설적인 어빙 펜과 촬영한 순간도 잊을 수 없다.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살아온 거장과의 작업은 나를 극도로 흥분시켰다. 그때 타이틀이 ‘곡선의 귀환(Return of Curve)’였다. 건강한 모델의 시대가 돌아왔음이 나로 인해 알려진 것이다. 서점에 나오자마자 전부 사야 한다고 소리 질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샤넬 No.5의 모델이 된 것. 이것이야말로 나의 꿈이 실현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의 꿈을 대 변하는 브랜드의, 그중에서도 브랜드의 정수인 아이템의 얼굴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소름 돋는 일이었다.    넓은 플레이트에 인조 진주를 촘촘히 엮어 클래식하면서도 그래픽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목걸이와 뱅글은 모두 Chanel 제품. 빈티지 데님 베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EAUTY NOTE또렷하지만 자연스러운 눈매를 위해 에끄리뛰르 드 샤넬(10호). 아이라이너를 라인을 따라 그린 후 손가락으로 살짝 펴 발라 번진듯이 연출한다. 여기에 레 베쥬 헬시 글로우 시어스틱 (20호)을 광대뼈 주변에 넓게 펴 발라 태닝한 듯한 피부 톤을 만들고, 레 베쥬 모이스처라이징 헬시 글로우 립밤(10호)으로 건강한 혈색이 도는 핑크 톤 입술을 표현했다. 모두 Chanel 제품.

지젤의 이름을 더욱 파워풀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이 각종 사 회공헌 활동에도 열정적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런 활 동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나?세이브더 칠드런을 비롯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회공헌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 특히 환경과 아동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더욱 활동을 넓힐 생각이다. 최근에는 UN의 환경보호 운동에 관여하고 있는데, 내 아이들을 비롯해 새로운 세대에게 좋은 자연과 지구를 남겨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모델로서의 커리어 외에 앞으로 힘을 실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과 자연에 관한 것이다.   모델을 지망하는 어린 세대들이 이 인터뷰를 읽으며 꿈을 키 우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남들이 원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업계에 들어오면 많은 이들이 ‘다른 모습’ 으로 만들고 꾸미려 할 때가 많다. 거기에 휩쓸리다 보면 자신을 잃기 십상이다. 건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이다.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일에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어리고 신인이며 경력이 없으니 하란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금세 질리고 잊히고 만다. 모델로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때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남이 원하는 모습은 결국 거짓이다. 그러니 오롯이 자신이 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하기를 바란다.   세로 줄무늬 패턴의 니트 캐미솔, 짙은 남색 바탕과 흰색 줄무늬가 어우러진 페이턴트 소재의 크롭트 팬츠, 브랜드 로고가 돋보이는 벨트, 큼직한 진주를 세팅한 양손의 뱅글과 금색 오픈토 레이스업 슈즈는 모두 Chanel 제품.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Terry Richardson
모델
지젤 번천
스타일리스트
Katie Mossman
헤어
David von Cannon (Streeters)
메이크어
Frank B. (The Wall Group using Chanel)
매니큐어
Gina Edwards (Kate Ryan Inc using Chanel)
라이팅 테크니션
Seth Goldfarb
사진 어시스턴트
Rafael Rios
프로덕션
Kaneko Maeda (www.pertwony.com)
책임 프로듀서
Joel Kimbeck (www.pertwony.com)
프로덕션 어시스턴트
Yoon Choi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