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 폴 페이그, 찰리 시스켙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던 존 말루프는 지난 2007년, 경매장에서 오래된 네가티브 필름으로 가득 채워진 상자를 손에 넣는다. 그 비범한 이미지들에 매혹된 그는 15만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은 뒤 단 한 장도 현상하지 않은 미지의 인물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여러모로 말리크 벤디엘로울의 <서칭 포 슈가맨>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의 관심 밖에 있던 예술가의 가치를 깨닫고, 아낌없는 열정을 쏟게 되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2015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
트래쉬/스티븐 달드리 두 명의 소년이 브라질 리우의 쓰레기장에서 지갑 하나를 발견한다.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으로 인해 이들은 경찰의 표적이 된다.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등을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의 신작은 빈민가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 속도감 넘치는 모험극이자 묵직한 성장 드라마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모순을 짚고, 아직 오염되지 않은 새로운 세대에서 값진 희망을 읽으려 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빌리 엘리어트>와 일맥상통한다. 앤디 멀리건의 베스트셀러 소설 <안녕, 베할라>를 <러브 액츄얼리>의 리처드 커티스가 각색했으며, 루니 마라와 마틴 신이 조연으로 참여했다.
스파이/폴 페이그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과 <히트>의 성공을 통해 증명했듯 폴 페이그는 여성 캐릭터 활용에 특히 탁월한 코미디 연출자다. 그의 페르소나라 할 만한 배우 멜리사 매카시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스파이>는 CIA 내근 요원이 불가피한 이유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매카시는 자신에게 맞춘 듯한 캐릭터를 입은 느낌이고, 주드 로와 로즈 번의 능글맞은 캐릭터 역시 영화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런데 특히 기대가 되는 건 빈 디젤, 드웨인 존슨과 더불어 할리우드의 큰형님으로 불리는 제이슨 스타뎀의 몸개그다. 북미 시사 이후 상당한 호평이 쏟아져 나오는 분위기다.
아리아/아시아 아르젠토 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아시아 아르젠토는 감독으로도 꾸준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2014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프리미어를 가졌던 세 번째 장편 <아리아>는 아홉 살 소녀의 쓸쓸한 성장통을 선명한 색감으로 묘사한다. 주인공의 이기적인 어머니 역할로 등장하는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캐스팅이 흥미로운데, 그녀와 아시아 아르젠토는 걸출한 예술가의 2세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도 하다. 감독과 배우의 성장 배경은 이야기에 흥미로운 한 겹을 더하는 느낌이다. 플라시보의 브라이언 몰코가 음악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