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씨네드쉐프 압구정에서는 특별한 생일 파티가 열렸다.
주인공은 바로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은 더블유.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단편영화 프로젝트 맥무비(MAGazine+MOVIE) <여자, 남자>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던 그날, 10년 동안 더블유와 함께한 친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오늘은 10년 동안 한결같이 더블유를 사랑해준 친구들이 모여 더블유의 생일 파티를 즐기는 날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지난 3월 3일 씨네드쉐프 압구정에서는 이혜주 편집장의 인사말과 함께 더블유의 열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특별 한 행사가 열렸다. 생일 파티 장소로 평범한 연회장이 아닌 영화관을 택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자리는 더블유의 친구들의 모여 함께 즐기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더블유 창간 10주년 기념 단편영화 프로젝트 맥무비 (MAGazine+MOVIE) <여자, 남자>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된 건 본격적으로 10주년 기념호를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해 겨울, 평소처럼 단순히 책 한 권에 기록되는 결과물이 아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주고받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10주년 기획 회의에서 우연히 나온 그 단어의 운명은 그렇게 모두가 예상한 결말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단편영화 제작에 있어 전문성과 함께 패션 잡지가 지닌 고유의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KT&G 상상마당이 결정된 후, 프로젝트는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KT&G 상상마당 팀과 함께 모든 일은 물 흐르듯 착착 구체화되었고, 이 엄청난 일의 중심에 서게 된 더블유 에디터들은 매일같이 전화 돌리기와 미팅을 반복해야만 했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이던 이 일에서 가장 먼저 완수해야 했던 미션은 더블유만큼이나 늘 도전 정신으로 신선한 결과물을 만드는 재미를 아는 영화감독을 섭외하는 것이었다. <환상 속의 그대> 속 섬세한 연출로 이름을 알린 강진아, <족구왕>으로 충무로 대세 감독으로 떠오른 우문기, <배우는 배우다>로 독보적인 연출력을 인정받고 얼마 전 <개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의 각본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신연식이 합류하고 난 후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장대한 기획도 하나둘 제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감독의 톡톡 튀는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에도 ‘산 넘어 산’과 유사한 뜻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속담과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더블유 사무실 안팎에서 매일같이 벌어졌다. 그래서였을까. 강진아 감독의 <그게 아니고>에 이미연과 바로, 우문기 감독의 <슬픈 씬>에 이나영과 안재홍, 그리고 신연식 감독의 <내 노래를 들어줘>에 크리스탈과 서준영의 출연이 확정되는 순간, 사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다행이다’와 ‘잘됐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더블유가 이 여섯명의 특급 배우들과 재미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2월이었다. 대중의 반응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비밀을 지켜야 했던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뜨거웠다. 이미연과 이나영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동안 종종 드라마에서 연기 경력을 쌓아온 크리스탈이 드디어 영화 데뷔를 한다는 점, 그리고 이 세 여자배우들와 세 남자배우들이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조합으로 각각 짝을 이루어 연기를 한다는 소식은 영화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급 배우들 만큼이나 특급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티파니, 토즈, 버버리, 구찌가 그간 10년간 더블유와 이어온 좋은 인연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에 힘을 실어주면서 프로젝트는 더블유가 원하던 방향으로 잘 흘러갈 수 있었다.
더블유는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세 편을 3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9시에 KT&G 상상마당 시네마의 단편 상상극장에서 상영하기로 결정하고, 그에 앞서 3일에 열리는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10년 동안 누구보다 더블유에게 힘이 되어준 다양한 브랜드 관계자들과 광고주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특별한 생일 파티를 위한 장소로는 영화와 음식을 함께 즐기기에 완벽한 씨네드쉐프 압구정이 낙점되었다. 밤새 내리던 봄비가 그친 3일 오후, 씨네드쉐프에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1시간 반 간격으로 네 번에 걸쳐 손님들을 초대한 덕분에 북적거리는 공간에서 서로 예의상 인사만 주고받는 것이 아닌 진짜 친구들끼리 모인 생일 파티 분위기가 가득했다. 파티를 즐긴 후 티켓에 적힌 자기 자리를 찾아 상영관에 들어간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와 흥분이 넘쳤고, 그걸 지켜보는 더블유 식구들의 마음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차 있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시킨 주인공인 세 감독과 안재홍, 서준영이 마지막 상영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씨네드쉐프에서의 길었던 하루도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누구는 <그게 아니고>의 이미연과 바로의 조합이 신선해서 가장 좋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슬픈 씬>의 이나영에 감정이 이입되어서 울컥했다는 말을 전했으며, 꽤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줘>에서 웃음을 책임진 감초 연기자들을 칭찬하는 말을 남겼다.
세 편의 영화가 모두 개성 넘치는 색을 지닌 작품이었기에 손님들 모두 작품 세 개가 모두 좋았다는 의견보다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의견이 다소 갈리며 때아닌 토론을 벌이는 유쾌한 상황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세 감독이 모두 골고루 새로운 팬을 나눠 가졌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이후에 그들이 새 작품으로 돌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더블유의 열 번째 생일 파티가 있었던 이날을 한 번쯤 떠올릴 것이다. 가장 더블유다운 방식으로 10주년 기념하며 앞으로도 지난 10년간 이뤄온 그 모든 것들 이상의 무언가를 더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당당히 증명해 보인 이날을 말이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박종원, 조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