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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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 케이 니노미야(Noir Kei Ninomiya)는 검은색을 향한 강렬한 열망과 지속적인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 가와쿠보가 이끄는 꼼데가르송 사단에 합류해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옷을 만드는 검은 숲의 은자,
케이 니노미야와 나눈 심도 깊은 이야기.

왼쪽부터 | 원형 파임 장식이 있는 니트 톱과 튤 스커트, 무릎을 덮는 길이의 검은색 팬츠는 Noir Kei Ninomiya 제품.

왼쪽부터 | 원형 파임 장식이 있는 니트 톱과 튤 스커트, 무릎을 덮는 길이의 검은색 팬츠는 Noir Kei Ninomiya 제품.

“학생 시절부터 꼼데가르송의 팬이었다.

꼼데가르송의 철학과 사람을 자극하는 그 방식을 동경해왔다” .

케이 니노미야는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약력을 읊는 대신 이렇게 답했다. 아오야마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앤트워프 로얄 아트 아카데미에서 패션을 공부한 그는2 008년 꼼데가르송의 패턴사로 입사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간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2년 4월 그의 멘토 레이 가와쿠보로부터 그만의 라벨을 론칭할 것을 권유받게 되었고, 준야 와타나베쿠, 리하라 타오, 후미토 간류에 이어 꼼데가르송 그룹 안에서 자신만의 컬렉션을 이끄는 권위자가 되었다. 2010년 10월 론칭한 누아 케이 니노미야(Noir Kei Ninomiya)에서 그는 브랜드 이름처럼 블랙이라는 단 하나의 강력한 색을 가지고 우아함과 아방가르드가 혼재된 실험적인 디자인을 완성하며, 창조에 대한 마르지 않는 열망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는다.

최근 꼼데가르송 사단에 합류한 디자이너 케이 니노미야.

최근 꼼데가르송 사단에 합류한 디자이너 케이 니노미야.

브랜드 네임에서 알 수 있듯 당신에게 블랙은 아주 강렬한 존재인 것 같다. 당신에게 블랙은 어떤 의미인가?

<케이 니노미야> 블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이고 더없이 강렬한 컬러다. 난 항상 그 색을 이용해 새롭고 강한 무언가를 표현하길 원했다. 블랙은 끊임없는 재탄생을 의미하고, 나로 하여금 그것을 테크닉과 과정으로 채우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누아 케이 니노미야는 검은색만으로 디자인 세계를 탐구하는 브랜드다. 블랙은 그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품고 있는 색이다. 그 이야기와 이미지를 연구하고 찾아가는 매력이 있는 컬러가 바로 블랙이다.

당신의 옷장이 궁금하다. 평소에 즐겨 입는 옷은 무엇인가? 역시 검은 옷만 입나?

난 항상 검은색을 좋아해왔다.

꼼데가르송이라는 창의적인 샘터에서 일하면서 레이 가와쿠보에게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

일단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고, 그런 다음에는 무엇이 옷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 또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내 옷은 패턴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해하기 쉬운 계획이야말로 옷을 제작하는 사람에게 구조가 복잡한 내 옷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다. 패턴사로 일한 기간의 경험은 지금 내 브랜드를 이끄는 데 있어 정말 소중하고 유용한 밑거름이 되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에 둘러싸여 일하는 환경 또한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레이 가와쿠보가 단순하고 진실하게 자신의 창조(Creation)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진주와 스터드를 주재료로 삼은 2015 S/S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

진주와 스터드를 주재료로 삼은 2015 S/S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

당신의 창조의 과정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누아 케이 니노미야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표현하는 데에 몰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 접근 방식, 디테일, 테크닉-은 매 시즌 바뀔 것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스트립이 링과 테이프로 연결되어 옷의 형태를 갖춘 것처럼 말이다.

당신의 불문학 전공 이력이 독특하다. 이것이 당신의 디자인이나 철학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문학이 지금 나의 작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크게 의식해본 적은 사실 없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난 항상 새로 운 형태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진주와 스터드를 주재료로 삼은 2015 S/S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

진주와 스터드를 주재료로 삼은 2015 S/S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

당신에게 ‘새로운 형태’란 레이블을 이끄는 근간인 듯하다. 첫 컬렉션부터 지금까지 당신이 만든 새로운 형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다면?

사실 새로운 형태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새로운 과정, 공정, 방법을 통해서 만드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바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접근 방식부터 새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을 통해서 나는 천을 실로 바느질하는 방법 대신에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을 찾는 방향으로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재봉 없이 옷이 형태를 찾아가고, 그러한 형태는 반대로 얘기하면, 재봉으로는 얻을 수 없는 형태다. 그런 점을 찾아내고, 그런 부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렇다고 그런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특별한 옷을 창작해내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술을 고안해내는 것이 중요하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표현 방법을 탐구하는 것 외에, 매 시즌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다른 요소가 있나?

컬렉션에 영향을 주는 특별한 영감은 없다. 그렇다고 아이디어가 갑자기 탁 하고 떠오르는 것도 물론 아니다. 각각의 컬렉션은 그전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앞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크고 작은 발견을 하며, 다음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힌트를 발전시켜서 그 아이디어에 형태를 입혀 새로운 컬렉션이 만들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진주와 스터드를 주재료로 삼은 2015 S/S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

진주와 스터드를 주재료로 삼은 2015 S/S 누아 케이 니노미야 컬렉션.

그렇다면 2015 S/S 컬렉션의 영감과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시즌 나는 스터드와 진주로 옷을 만들거나, 장식으로 사용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형태를 만들기 위해 바느질을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시즌에는 소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체인과 링으로 연결해 풍부한 입체감을 만들었다. 그러한 레이어들이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입었을 때 몸을 따라 움직이는 형상이 생각지 못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몸의 곡선을 따라 테이핑의 곡선이 흐르고, 팔 부분이 물결처럼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번 시즌 스터드로 된 피스들 역시 사람의 몸에 따라 움직이도록 그 공간을 계산한 것이다. 진주로 된 피스에서는 서로 다른 사이즈의 진주를 사용해 옷에 형태를 부여했다. 간단한 패턴을 두고 바느질이 아닌 다른 테크닉으로 깊이와 공간감을 더하는 것, 이번 컬렉션의 아이디어다.

데뷔 시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컬렉션을 관통하는 테마가 있나?

각각의 컬렉션이 그 시즌만의 구조적인, 테크닉에 대한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테마는 역시 블랙이다. 당신의 옷에서는 조형적, 건축적 요소가 눈에 띈다.

당신이 컬렉션을 만드는 방식을 다른 분야에 대입해본 적은 없나? 혹은 대입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없다.

당신에게 있어 좋은 옷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나? 

좋은 옷이란, 그 옷을 만지고 그 옷을 입을 때에 당신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고 행복감을 안겨주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내
옷 또한 만든 방식이나 기술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보고, 입는 것만으로 입은 사람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준다면 매우 기쁠 것이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진아
포토그래퍼
홍장현
모델
강소영, 곽지영
헤어
한지선
메이크업
박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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