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사랑해온 더블유는 지난 10년간 그랬듯, 창간 10주년 역시 좀 남다른 방식으로 기념하자고 마음먹었다. 젊고 재능 넘치는 영화감독들, 그리고 빛나는 배우들을 모아 세 편의 단편 영화를 찍었다. Mag. + Movie 프로젝트 1탄, <그게 아니고>.
<W Korea> 창간 10주년 기념 단편영화 프로젝트 <여자, 남자>는
3월10일부터 4주간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상영됩니다.
관람 방법은 3월 2일, 더블유 홈페이지 www.wkorea.com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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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 강진아
주연 | 이미연, 바로
“시청률은 얼마였어요? 그래도 우리 쪽이 더 높지 않았나?” 이미연이 활달하게 질문을 건네자 B1A4의 멤버이자 연기자인 바로는 대답 대신 수줍게 웃기만 한다. 둘은 지금 두산 매거진 건물 내의 회의실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참이다. 뜻밖의 장소라면 뜻밖의 장소고 의외의 만남이라면 의외의 만남이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더블유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맥무비(Magazine+Movie) 프로젝트 중 강진아 감독이 연출을 맡은 단편 <그게 아니고>의 촬영을 앞두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두 주연 배우도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했다. 대선배 앞에서 행동이 조심스러웠을 후배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미연은 둘 사이의 공통분모부터 화제에 올렸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tvN의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청춘>을 차례로 거쳐간 인연이 있다. 때 아닌 시청률 경쟁과 새삼스러운 배낭여행 무용담이 유쾌하게 오고 간 뒤에는 분위기가 한결 편안해진 듯했다.
나영석 피디에게 나란히 시달렸던(?)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는 어떤 사건을 겪게 되는 걸까? 직장 선후배 관계일까? 아니면 연인? 이면의 사연은 로맨틱하기보다는 난처한 쪽에 가깝다. 단편 <백년해로외전>과 이 작품을 블로우업한 장편 <환상 속의 그대>로 관객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긴 강진아 감독은 이번 작업을 위해 연쇄적인 우연과 곤란한 오해가 맞물리게 되는 코미디를 생각해냈다. 텅 빈 극장에서 과하게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하던 배우 미옥(이미연)은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등장에 당황한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바로)은 하필이면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미옥이 마시던 콜라를 입으로 가져간다. 놀란 것도 잠시, 이제는 슬슬 괘씸한 기분이 든다. 그녀는 지지 않겠다는 듯 홀더의 콜라를 낚아채 들이켠다. 하지만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장내에 불이 켜지자 미옥은 자신이 상황을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될까?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이들의 곤경은 이후로도 좀 더 이어진다. 힌트 삼아 덧붙이자면, 무려 스턴트맨까지 동원된 액션 아닌 액션 신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연은 “재미있게 하자”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돌이켜보니까, 즐겁게 한 작품일수록 결과도 좋더라고요.” 충실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배우의 화법은 애매하게 에두르는 법이 없이 담백했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유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눙치는 태도를 그녀는 그리 달갑지 않게 여겼다. 맹목적인 열심보다는 솔직하고 정확한 약속을 신뢰했다. 이미연이 내키지 않아하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추위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한겨울에 대뜸 찬 물로 뛰어드는 역할은 이제 피하고 싶어요.” 대화가 잠시 옆길로 샜을 때 웃으면서 털어놓은 말이다. “어렸을 때야 몰라서 했죠. 하지만 경험이 쌓이니까 너무 잘 알아서 엄두가 안 날 때가 있어요. 이 날씨에 물에 들어가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정확하게 짐작이 되는 거죠.” 사소한 문제라면 강진아 감독에게도 꼭 담고 싶어 한 그림이 있었다는 것. 물론 얼음물 입수까지는 아니었다. 연출자는 후반부의 로케이션으로 찬 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들 1월의 야외 벤치를 제안했다. 배우가 그 젊은 열의를 흔쾌히 존중해주면서 회의는 흡족하게 마무리가 됐다.
촬영 당일,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 도착하니 상당한 물량의 조명 장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한 진명현 프로그래머는 강진아 감독이 프리 프러덕션이나 후반보다 특히 현장에서의 작업에 치열한 완벽주의자라고 귀띔했다. 이 완벽주의자가 직접 그렸다는 콘티를 슬쩍 들춰봤다. 빈칸을 꼼꼼하게 채운 그림들이 허술한 명랑만화처럼 귀여워 서 속으로 좀 웃었다. <그게 아니고>는 미옥의 시점을 1인칭으로 좇는 형식이다. 그래서 이미연은 거의 모든 신에 등장해야 했지만 바로에게는 종종 대기 시간이 났다. 그는 자신의 분량이 끝나자마자 냉큼 밴으로 달려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스태프들 틈에 섞여 모니터를 흥미롭게 기웃거리고 혼자 노래를 흥얼대다가 결국에는 극장 로비에 비치된 만화책도 한 권 뽑아 들었다. 곁눈질을 하니, 아기 타다시의 <신의 물방울>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긴 해요. 와인에 좀 관심이 있어서요.” 관심 분야가 다양한 데다 좋아하는 것도 많다고 말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의미로 평범해 보였다. 아이돌 특유의 화려함보다는 그 또래 남자아이 같은 건강한 에너지가 먼저 느껴졌다. 객석에 나란히 앉은 이미연과 바로를 보니 썩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캐릭터를 단번에 설명해줄 만큼 설득력 있는 투샷이었다.
“오케이입니다!” 촬영은 시침이 대략 한 바퀴를 돌고 난 뒤에야 마무리됐다. 몇 시간째 야외에서 흰 입김을 뿜으며 대사를 하던 배우들도, 촉박한 일정을 진행시키느라 줄곧 긴장한 눈치였던 연출자도 비로소 홀가분한 얼굴이 됐다. “나중에 장편 같이 하면 그때는 원 없이 찍기로 하죠!” 이미연의 살가운 한마디는 제한된 스케줄과 작업에 대한 욕심 사이에서 싸워야 했을 강진아 감독의 어깨를 툭툭 다독이는 듯했다. 얽히고설키는 오해에 관한 이야기가 완성된 현장이었지만,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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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모델
- 이미연, 바로
- 스타일링
- 김혜정-인트렌드(이미연), 김정영(바로)
- 헤어
- 박선호(이미연), 강호-더 레드카펫(바로)
- 메이크업
- 정샘물(이미연), 강호-더 레드카펫(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