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온 사미르 다마니는 서울에 매혹되어 이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을 만화로 담았다.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 속에는 가장 사실적인 우리가 있다.
<W Korea>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라는 책에 는 당신이 보고 그린 서울과 서울 시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떻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나?
사미르 다마니 2013년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3개월간 진행하는 해외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 한 국을 찾았다. 특히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행사에 참여하면서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작가들은 물론, 한국의 출판업계 관계자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날 무렵 그들과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출판사 ‘서랍의 날씨’의 박세연 대표가 있었다. 내 그림을 관심 있게 보았던 그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최근에는 서울도서관에서 같은 주제로 전시도 진행했다.
서울문화재단과 연희문화창작촌에서 진행하는 공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재단에서 선정한 작가에게 지원금도 주는 제도다. 마침 서울에 관련된 주제로 뭔가를 새로 창작하고 싶던 차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점에 특별히 신경을 썼나?
책에 삽입된 그림의 원본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림을 책에 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바뀌는 요소들이 있다. 그래서 전시관에서만큼은 사람들에게 원래 형태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목적은 모든 원본을 전시하는 것이었지만 공간 제약 탓에 원본과 카피본을 적절히 섞어서 전시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이번 전시는 내가 서울 에서 관찰한 모습이 담긴 그림들을 서울 시민에게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도 매우 궁금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입장에서 또 다른 관찰을 할 수 있었 다.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하다.
밖에 나갈 때 간단히 스케치할 수 있는 도구를 챙기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나가지는 않는다. 그림을 그릴 장소를 고를 때도 딱 한 가지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처음 을지로에 간 이유도 ‘을지로’를 발음할 때의 어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엉뚱한 발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다(웃음). 한마디로 그림 그리는 장소는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그렇게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각적으로 독특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거리 한편에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 만약 내가 한국인이었으면 ‘왜 거기서 우리를 그리고 있냐’는 말도 들었을 텐데,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방해하지 않더라(웃음).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도시의 풍경과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연관성을 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결혼을 고민하는 30대 여성이 지하철 역 안에서 결혼정보회사 광고를 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적이 있다. 사회가 그 여성에게 바라는 점과 여성 스스로가 바라는 이상향이 충돌하는 지점을 상상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두 가지 메시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다.
여러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지하철을 꼽았다.
지하철에 타서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이 참 재미있더라. 지하철 안에 서는 모두가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앉아 있기 때문에 쉽게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지하철 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싫어 하는 사람도 많다. 지하철에서 자주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점은 느끼지 못했나?
그 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한다. 책에도 비슷한 말을 적었다. 밝게 웃던 사람들 도 지하철역 입구에 들어가고 개찰구를 통과하는 순간 우울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의 표정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와서 보고 느낀 것 중에 당신이 상상한 것과 가장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나?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봤기 때문에 이곳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활기찬 곳인지는 생각조차 못했다. 직접 와서 보니까 내 상상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프랑스보다 길거리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사람들은 밖에서 만나는 것을 더 즐기는 것 같다.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일까?
물론이다. 사람이 많고 장마철에 날씨가 매우 습해진다는 점만 빼면 충분히 살기 좋은 도시다(웃음). 하지만 오랫동안 살려 면 한국어를 필수로 배워야 한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당신은 한국에 온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이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당연하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사진을 몇만 장 찍을 정도로 모든 것에 관심이 가더라. 하지만 이제는 어떤 것이 재미있고 어떤 것이 조금 시시한지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더 익숙해지기 전에 책이 나오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웃음). 물론 앞으로는 이곳에 서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생길 거라고 믿는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