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로 온 종일 잔뜩 움츠렸던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입욕을 즐겼는가? 그렇다면 과연 목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해보자.
목욕이 보약
문 앞을 나서는 순간 얼굴과 온몸을 때리는 칼바람과 숨이 막힐 정도로 빵빵하게 틀어놓은 사무실의 히터 사이를 오가는 겨울에는 피부만큼이나 몸도 괴롭다. 추위에 저절로 온몸에 힘이 들어가 근육은 잔뜩 경직된 상태이며, 극과 극을 오가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니 그저 촉촉함만을 위해서 목욕 후 보디로션과 오일을 몸에 흠뻑 들이붓는 건 일차원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간지러울 정도로 건조할 뿐만 아니라 겨울만 되면 이상하게도 몸이 잘 붓고, 부기마저 잘 빠지지 않는다면 목욕에서 해법을 찾자.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고 더불어 노폐물 배출마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는 통증마저 불러오곤 한다. 목욕은 단순히 까칠한 각질과 먼지나 대기 오염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한 더러움을 씻겨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제대로 된 목욕은 몸의 순환을 도와 독소를 배출하고, 정신의 안정을 찾아주는 내 몸을 위한 가장 극적인 치유의 방법이다. 목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늘 등장하는 것이 ‘배스(Bath)’와 ‘스파(Spa)’라는 단어다. 이는 그냥 영어 단어가 아니다. 배스는 잉글랜드 에이번 주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며 목욕의 기원이 된 곳이다. 로마 시대 목욕탕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기원전 860년 켈트의 왕이었던 블래더드가 이곳에서 진흙 찜질로 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스파 역시 마찬가지. 18세기 치유 효과를 가진 광천수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벨기에의 작은 마을, 스파우(Spau)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라틴어 Solus(건강), Par Aqua(물)에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어느 것이 먼저이든 물을 소재로 한 치유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이렇듯 잘만 하면 보약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까지 하는 목욕에는 지켜야 할 규칙과 방법이 있으니, 알아두면 유용한 목욕법을 정리해보았다.
냉온욕
한겨울에 웬 찬물 목욕이냐고 놀라지 마시라. 다 이유가 있으니까. 뜨거운 물에서는 내장 기관들의 과열을 막기 위해 체액이 내장에서 피부 쪽으로 확 이동하고(그래서 피부가 빨개진다), 차가운 물에서는 내장 기관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체액이 내부로 쏠린다(이때 피부는 창백해진다). 이렇게 냉온욕은 체액을 빠른 시간 내에 온몸으로 순환, 정체된 흐름을 원활히 해 몸의 저항력을 높인다. 당연히 요통이나 신경통 등의 관절 질환이나 만성피로 및 소화기 질환에 좋다. 그뿐 아니다. 체액이 온수에서는 알칼리성으로, 냉수에서는 산성으로 변하니 체액이 중성 내지는 약알칼리성으로 개선되는 데도 일조한다. 게다가 모세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피부 속 노폐물이 쏙 빠지고, 세포벽을 부드럽게 만들고 운동력을 회복시켜 탄력 회복과 보습에도 효과가 그만이다.
▶혈액이 심장에서 출발해 온몸을 돌고 돌아 다시 심장으로 오는 데 25초가 걸린다. 이런 순환이 3회 이상 되면 외부의 온도가 내부 장기로 전달되기 때문에 냉욕과 온욕은 각 1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 7온 8냉이 기본이다. 모공과 혈관을 수축시켜 외부 온도가 피부 깊숙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냉욕으로 시작해 냉욕으로 마무리할 것.
▶찬물은 15~18℃, 뜨거운 물은 41~43℃가 좋은데 악건성이라면 38~39℃로 유지하자.
▶ 처음 시도할 때는 종아리, 허벅지, 허리 아래, 목 아래 순서로 각 20초씩 적응 시간을 갖는다.
▶ 냉온욕은 공복에 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식사를 했다면 1시간 후에 할 것.
▶ 아침 냉온욕은 피로 해소에, 저녁 냉온욕은 자율신경 안정에 좋다.
▶ 집에 욕조가 있다면 뜨거운 물을 받아서 온욕을 즐기고, 냉욕은 샤워기로 대체하자. 온욕 시에는 얌전히 움직이지 말고, 냉욕을 할 때는 온몸을 움직여라. 그래야 체액의 중화가 잘된다.
▶냉온욕은 민감성 피부, 아토피 피부에는 좋지만 심혈관계 질환이나 부정맥, 심한 고혈압이 있다면 절대 피할 것.
▶ 냉온욕은 100m를 전력 질주한 것만큼 체력 소모가 크니 일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
각탕
제2의 심장이라는 발을 적당히 자극하고 냉한 하체의 온도를 올려 건강에 그만이라며 족욕이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반신욕 혹은 그 이상의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각탕이다. 각탕은 따뜻한 물에 종아리까지 담가주는 부분 목욕의 일종으로 말단 부분의 혈행을 풀어주고 땀을 통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두꺼운 스타킹과 꽉 끼는 레깅스로 하체를 조이고 있는 겨울이면 다리뿐 아니라 복부도 붓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 그게 다 하체 순환이 막혀서 그런 거다. 이런 내 몸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종아리다. 종아리가 차거나 열이 나듯 뜨겁다든지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반대로 손가락으로 눌렀다가 떼면 자국이 오래 간다면 말초 순환이 문제라는 신호다. 또한 종아리까지 담그는 각탕은 족욕보다 혈액과 체액 순환에 더 효과적인지라 온몸이 뜨끈해지는 건 물론 땀을 통한 독소 배출에 탁월하다. 게다가 냉온욕을 피해야 하는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는 사람도 물의 온도를 조절해서 즐길 수 있다. 하 체 부종뿐 아니라 신경통, 관절염, 생리통, 두통 등 다양한 통증은 물론 위와 장이 더부룩하니 불편을 겪고 있다면 오늘부터 각탕을 실천하자.
▶40℃의 물을 준비한 뒤 복사뼈에서부터 위로 15cm까지 발을 담근다. 복사뼈 위로 손가락 네 개 너비의 위치에는 간, 췌장, 신장을 다스리는 경락이 교차하는 중요한 혈인 ‘삼음교’가 있기 때문.
▶5분마다 물을 부으면서 43~45℃까지 온도를 올리되 각탕 시간은 20분 내외로 할 것.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위와 십이지장 궤양 환자라면 온도를 40℃ 이상 올리지 말며, 정맥류가 있을 때도 40℃ 이하의 물에 종아리 이상으로 수위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
▶보다 강력한 노폐물 배출 효과를 원한다면 소금 한 줌을 넣어주자.
CHECK POINT
감기가 심하거나 육체 피로가 심할 때는 냉온욕보다 고온욕이 더 좋다. 근육 속의 피로 물질인 젖산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바이러스 등을 비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42~45℃의 물에 10분 정도 입욕할 것. 아침이라면 5분 내외로 짧게 끝내자.
스트레스로 머리가 복잡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아토피로 고생한다면 교감신경의 과도한 작용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교감신경과의 균형을 맞추는 데 좋은 37~39℃ 사이의 온욕이 좋다.
목욕의 효과를 높여 주는 조건
비단 목욕의 조건이 온도나 시간에만 있는 것이 아 니다. 물을 통해 온몸의 모공이 숨을 쉬면서 노폐물 과 독소 배출을 돕는 만큼 물 속에 어떤 원료가 담겨 있는지도 중요하다. 온천과 스파라는 것이 물 속의 미네랄 성분 때문에 효과적인 것과 같은 이치다.
소금 소금은 삼투압 효과로 독소 배출에 기본이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소금 혹은 아로마 오일을 섞어준다면 금상첨화다.
다시마 건조함 때문에 가렵고 심지어 붉게 부풀어오르 기까지 한다면 각질 제거와 보습에 도움을 주는 다시마를 이용하자. 전신욕을 할 때는 다시마 200g을 면 보자기에 쌓아서 욕조에 넣고 소금 3~5큰술을 넣는다. 반신욕을 할 때는 150g과 소금 3큰술, 각탕에는 50g과 소금 1큰술이 적당하다.
쑥 감기가 심하다면 말린 쑥을 잘라 물에 끓인 뒤 목욕 물에 섞는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농도를 조절할 것.
국화 신경통과 근육통 등의 통증에 좋다. 말린 국화 한 줌을 보자기에 담아 15분간 끓인 뒤 목욕물에 섞어준다.
청주 노폐물 배출은 물론 근육통과 요통, 변비에 효과적. 전신욕 기준 청주 1~1.5L가 적당하다.
하지만 약탕을 만드는 일이 번거롭다면 다양한 효능의 성분이 담긴 입욕제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위한 오일 제품을 활용해도 좋다. 한껏 곤두선 신경을 누그러뜨리고 숙면을 취하고 싶을 때는 라벤더, 근육의 피로를 풀고 싶을 때는 네롤리나 유칼립투스, 통증에는 페퍼민트, 기분이 다운 되었을 때는 오렌지나 레몬, 보습을 위할 때는 로즈 오일을 선택하자. 소금 한 줌에 아로마 오일을 10방울 정도 섞어주면 그만이다.
- 에디터
- 뷰티 디렉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정용선, 박종원(Park Jong Won)(제품)
- 모델
- 정호연
- 헤어
- 오종오
- 메이크업
- 송윤정
- 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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