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의 특급 프로젝트 ‘아이콘과 아이콘 재해석자-모노그램을 기념하며(The Icon And The Iconoclasts – Celebrating Monogram)’를 기리는 행사 현장!
때는 2014년 11월 7일 저녁 8시. 장소는 맨해튼 W 53번지의 모마(MoMA)였다. 관광객들과 학생들이 분주히 오간 뮤지엄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까만색 세단이 모마의 정문 앞에 정차 할 때마다 스크린에서, 레드 카펫에서, 무대에서, 혹은 런웨이에서 익히 보았던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 그리고 이 행사의 호스트이자 이 패션사에 길이 남을 프로젝트를 기획한 두 인물, 루이 비통의 회장 마이클 버크와 부회장 델핀 아르노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문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자 모노그램을 배경으로한 팝업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루이 비통(@louisvuitton)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당일 공개한 셀레브리티들의 사진이 탄생한 공간이었다. 심지어 촬영을 맡은 포토그래퍼는 전설적인 사진가 패트릭 드마셸리에. 이제껏 상상이나 했나? 한 시대를 풍미한 은발의 포토그래퍼가 행사장을 찾은 인물들을 행사 직전에 촬영해서 이를 실시간으로 SNS에 포스팅하는 건 디지털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 신선하고도 도전적인 시도였다. 색색의 이름 이니셜과 이번 프로젝트의 원천인 모노그램 프린트를 배경으로 찍은 SNS 화보에는 반가운 얼굴, 배두나도 포함되었다. 루이 비통의 굵직한 글로벌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대되는 배두나는 이날 지난 10월 1일 선보인 2015 S/ S 루이 비통 컬렉션의 벨벳 팬츠 룩을 입고 모마에 등장했다. SNS 화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거의 대부분의 셀렙들이 얌전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것과 달리 그녀는 고난도의 룩을 골랐다.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 내는 벨벳 팬츠와 브라톱, 그리고 바이커 재킷의 조합은 웬만한 모델도 소화해내기 어려운, 어려운 스타일. 그래서일까? 파티장에서 배두나를 만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 범상치 않은 룩을 근사하게 소화한 배우에게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미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nicolasghesquiereofficial)에 영화 <괴물> 속 배두나의 스틸컷을 올리면서 ‘팬심’을 드러냈을 정도이니 그녀의 선택이 얼마나 기특하고도 고마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터.
한편 이 기념 행사의 주인공이자 이 시대의 패션, 건축, 예술, 제품 디자인을 대표하는 거물들이 파티장 곳곳에서 게스트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모노그램 백에 녹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크리스찬 루부탱, 사진작가 신디 셔먼 그리고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그들. 그런데 단 한 명. 레이 가와쿠보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불참이었다. 워낙 세상과의 소통에 인색하기로 악명(?) 높은 인물이니만큼 이 화려한 행사장에 나타났다면 오히려 그 사실이 의아했을지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이 루이 비통의 이름으로 모였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 이들의 컬렉션을 보고, 느끼기 위해 이벤트에 참석한 이들 역시 초현실적인 건 마찬가지. 특별 제작한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의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니콜 키드먼과 키스 어번, 크리스찬 루부탱과 다정하게 포옹을 나눈 애슐리 올슨, 제스키에르의 오랜 친구이자 뮤즈인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제니퍼 코넬리, 미셸 윌리엄스, 클로에 세비니, 카트린 드뇌브, 피터 마리노 등 이렇듯 걸출한 인물들이 한 브랜드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앞으로도 또 있을까? 이는 루이 비통이기에, 또한 예술, 건축, 디자인 등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문 프로젝트였기에 가능했던 자리. 이 시대 패션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협업의 역사를 다시 쓴 ‘모노그램을 기념하며’ 프로젝트는 공교롭게도 모노그램의 역사와 같은 160명의 게스트는 물론 우리에게 길이 남을 컬렉션으로 기억될 것이다.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PHOTO
- COURTESY OF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