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지 말고 마셔라

견과류의 대명사 아몬드를 섭취하는 조금 새로운 방법.

고백하자면, 나는 아몬드 성애자다. 건강을 위해서 견과류를 섭취할 때는 일반적으로 성인 기준 하루 한 줌이면 충분하다는 데, 아몬드만큼은 한 줌이 아니라 한 봉지의 바닥을 보아야만 기어이 손을 멈춘다. 아몬드이기만 하다면 생이든, 볶은 것이 든, 소금을 뿌리거나 훈제한 것이든 상관없다. 심지어 아몬드 특유의 향도 애정하는데, 가장 즐겨 쓰는 핸드크림은 버츠비의 ‘아몬드 밀크 비 왁스 핸드크림’이며 일명 ‘별다방(아몬드 향이 나는 핸드워시 제품이 구비되어 있다)’에 가면 일부러 화장실에 들러 손을 닦을 정도다. 그러니 외국의 슈퍼마켓에서 ‘아몬드 밀크’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쁨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심지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을 잘 갖춘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아몬드 밀크를 발효한 요거트나 푸딩류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아몬드 밀크의 매력을 말하자면 끝이 없는데, 일단 보통의 콩으로 만든 두유와 달리 텁텁한 끝맛이 없다. 오히려 깔끔하다 못해 약간의 비릿함을 느낄 정도인데, 보통 바닐라 향이나 아가베 시럽 등을 첨가해 이를 보완한다. 향과 맛이 모두 강하지 않은 편이라 스무디나 셰이크를 만들 때 우유 대용으로 쓰기에도 좋다. 굉장히 묽은 질감이라 목 넘김도 꽤나 부드러운데 무지방 우유의 그것과 비슷하다 생각하면 쉽다.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아몬드 밀크는 추천할 만하다. 아몬드 밀크의 모체가 되는 아몬드는 <타임>지가 꼽은 세계 10대 건강 식품의 하나. 콜레스테롤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식후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 원장 역시 “아몬드에 불포 화지방산과 비타민 B·E가 풍부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두뇌 발달에도 피부 미용에도 이만한 게 없죠”라고 설명했다. 카제인과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 소이밀크(두유)의 인기를 추월했을 정도. 유당을 함유하지 않아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사람이나 어린아이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장점이다.

아몬드가 견과류인 까닭에 지나치게 칼로리가 높지는 않을까 염려되겠지만, 설탕 등의 당류를 첨가하지 않은 아몬드 밀크 기준 한 컵에 100kcal 안팎 으로 우유보다는 약간 높고 두유보다는 오히려 낮다. 희소식이 있다. 이전까지 해외여행 시 사재기를 하거나 ‘직구’로만 겨우 구매가 가능했던 아몬드 밀크가 최근 국내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물론,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는데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하루 정도 물에 불린 아몬드를 믹서기로 곱게 갈아 체에 받쳐 거르거나 면보로 짜내기만 하면 OK.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첨가해도 좋다.

1. Sahmyook 아라몬드 

두유 음료로 유명한 삼육식품에서 출시한 아몬드 밀크. 두유나 우유를 혼합하지 않은 순수 아몬드유다. 190ml, 가격 미정.

2. Tree of Life 오리지날 아몬드 밀크

단맛을 첨가하지 않아 한 컵(240ml)당 고작 40kcal에 불과한 저지방 아몬드 밀크. 바닐라 향이나 초콜릿 맛이 첨가된 제품도 있다. 아이허브 등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946ml, 가격 미정.

3. Yonsei Soymilk 고소한 아몬드 & 잣 두유

대두로 만든 일반 두유액에 아몬드와 잣 페이스트를 더해 고소함을 극대화했다. 195ml, 가격 미정.

4. Eco Mil 아몬드 드링크
스페인산 아몬드 밀크를 넣은 혼합음료. 보존제, 합성첨가물, GMO(유전자 조작 식품)를 함유하지 않았다. 200ml,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