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우터 트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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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졌다고 겨울이 아니다. 여자들의 본격적인 겨울은 멋진 아우터를 입는 순간 시작된다.

SAC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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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로 승부하라

현실감이 패션의 화두가 된 몇 시즌 전부터 디자이너들은 겨울 패션의 핵심인 코트에 대해 한결같고 비슷비슷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소위 ‘오버사이즈 코트’라고 불리는 큼직하고 품이 넉넉하며 허벅지에서 무릎을 넘지 않는 길이가 대부분인 코트들 말이다. 너도나도 코트를 어깨에 걸쳐 넉넉하게 입는 스타일링에 경도된 바람에 이와 대척점에 존재하는 맥시 코트, 즉 몸에 꼭 맞고 발목을 덮는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코트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은 길이와 부피가 다양한 코트가 출시돼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기다란 소매와 날씬한 허리를 강조한 드레스형 코트를 만든 셀린, 슈퍼 롱 코트 안에 트레이닝팬츠와 스니커즈를 감춘 샤넬, 깜찍한 스쿨걸 룩 위로 터프한 가죽 롱 코트를 입힌 미우미우, 블랙&화이트의 간결한 조화에 힘쓴 빅토리아 베컴 등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짧게는 종아리 아래 부분에서 길게는 바닥에 살짝 끌리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길이의 맥시 코트에 도전했다. 오랜만에 귀환한 맥시 코트 외에도 디올드리스 반 노튼이 내놓은 무릎길이 캐시미어 코트를 비롯해 사카이의 패딩형 코트, 발렌티노의 케이프형 코트, 베로니크 브랑퀸호의 토글 코트처럼 이번 시즌은 다양한 선택지가 공존한다. 안전하고 익숙한 것과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것에 이르기까지, 패션의 극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1. 보송보송한 송치 소재로 만든 끌로에의 커다란 달마시안 무늬 가방.2. 긴 코트에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쿨한 스타일링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에르 아르디의 퍼 장식 운동화.3. 간결한 코트에 포인트가 되어줄 펜디의 뱅글.

1. 보송보송한 송치 소재로 만든 끌로에의 커다란 달마시안 무늬 가방.

2. 긴 코트에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쿨한 스타일링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에르 아르디의 퍼 장식 운동화.

3. 간결한 코트에 포인트가 되어줄 펜디의 뱅글.

온기를 부착하라

질 좋은 캐시미어 코트,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단된 플란넬 코트 등 괜찮은 코트 몇 벌을 갖추고 나면 별 어려움 없이 스타일리시하게 겨울을 날 수 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다변화된 시대는 중의적인 디자인을 원한다. 따뜻함을 위한 장치가 의외의 구석에 숨어 있는 디자인이 늘고 있는 것. 특히 모피를 사용하는 방식은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집중하고 있을 정도다. 가죽 코트의 칼라 부분에 퍼를 사용한 알렉산더 왕, 느슨한 튜닉과 재킷에 와일드한 모피 스톨을 걸친 마이클 코어스의 예처럼 기본적인 스타일도 있고, 코트의 가슴과 옆선에 곱슬거리는 퍼로 블록을 만든 샤넬이나 가죽과 퍼를 반반씩 섞은 톱을 만든 3.1 필립 림처럼 모피를 일반적인 소재처럼 접근한 발상도 있다. 특히 핸드 머프를 코트 위에 끼고 나온 셀린이나 무톤 소재 터틀넥을 만든 아이스버그, 퍼를 팔에 걸쳐서 응용한 디올처럼 모피를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것은 보온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는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시즌 핫한 소재로 떠오른 니트 역시 간편하며 따뜻해 보이는 아이템이다. 프린지 장식의 백팩을 같은 니트 소재에 매치한 이듄, 섬세한 코바늘 뜨기로 장식적인 숄을 만든 로다테 등이 이번 시즌 니트 입기의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보온을 강조한 장식은 결국 시각적으로 따뜻해 보이는지가 관건으로 소재의 부분적 사용은 보이는 곳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

1. 윤기가 흐르는 밍크 소재로 돌아온 토즈의 베스트셀러, 디큐브 백.2. 퍼와 가죽이 만나 대단한 보온력을 자랑하는 에르메스의 무톤 모자.3. 길이가 긴 털을 사용해 따뜻해 보이도록 장식하는 것이 이번 시즌 액세서리의 큰 트렌드 중 하나다. 펜디의 얼룩말 무늬 로퍼처럼.

1. 윤기가 흐르는 밍크 소재로 돌아온 토즈의 베스트셀러, 디큐브 백.

2. 퍼와 가죽이 만나 대단한 보온력을 자랑하는 에르메스의 무톤 모자.

3. 길이가 긴 털을 사용해 따뜻해 보이도록 장식하는 것이 이번 시즌 액세서리의 큰 트렌드 중 하나다. 펜디의 얼룩말 무늬 로퍼처럼.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포토그래퍼
JASON LLOYD-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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