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부터 타투, 버스킹, 스케이트보드까지. 2014년 새로운 스트리트 컬처를 조형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타투이스트
노보의 작업실에서는 늘 특별한 이야기가 들린다.
작업실이 매우 독특하다.
이곳을 작업실로 쓴 지 4년 정도 됐다. 전에는 지금보다 더 조용한 동네에 있었다. 교통수단이 편리한 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단, 작업실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나는 작업실에 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다음에 작업을 하는 편이다.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야기를 하다가 동기 부여가 되면 작업을 하지만 아닌 경우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해버린다. 내 타투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뻔히 보일 때도 많다.
노보의 작업실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의 느낌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에 더 가깝다. 남자들도 오기는 하지만 공통된 성향이 분명히 있다. 남성성이 강한 사람보다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오더라.
사람들이 타투를 하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타투는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영원하고 평생 간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타투만의 특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각인된 것들이 타투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 그래서 타투에 영원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오히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타투를 진정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타투에 관한 인식이 아직도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나쁘다고 생각한다. 아마 우리 세대에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타투 합법화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솔직히 나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타투는 마치 아이폰처럼 원래 없던 것이 새롭게 창조된 것이 아니다. 타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지 않았나? 그런데 그걸 가지고 국가에서 불법이다, 합법이다라고 정하는 것은 미개한 일이다. 최소한 그 미개함으로 인해 아티스트에게 제약을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노보가 생각하는 타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금기시하는지 궁금했다. 거기에 호기심이 갔고 그걸 건드려보고 싶더라. 나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도 싶었고. 나와 작업을 한 사람과 함께 평생을 간직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점도 특별하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그라피티는 멋있다. 그라피티를 하는 사람 또한 그렇다.
처음 그라피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모트 너무 뻔한 대답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멋으로 시작했다. 멋있으니까.
메녹 1994년에 난 14살이었고 독일에 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이야기인데, 친구들이랑 조금 말썽을 피우던 시절이었다. 우리만의 그룹을 만들고 싶었고,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 글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라피티 작업을 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모트 요즘은 더 이상 새롭고 신선한 것이 거의 없다. 그라피티도 마치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져서 원래의 그라피티 스타일이 많이 없어졌다. 내가 강조하는 건 나만의 스타일이다. 어쨌든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그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코마 난 다양한 색을 사용한다. 복잡하고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색을 표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선 하나를 그을 때도 삐뚤어지지 않게 공을 들이느라 오래 걸린다. 나는 성격상 깔끔하고 꼼꼼한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그라피티를 하는 사람에게는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메녹 예전에는 남들처럼 깔끔하게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스스로를 정해진 틀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그리려고 한다. 또 예전에는 그라피티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요즘에는 고집을 조금 버리려고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그라피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예전에 비 해 많이 달라진 것 같나?
모트 그라피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그라피티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 전파되는 것 같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라피티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은 좋지만 시작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마 예전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라피티를 단순히 벽에 몰래 낙서하고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그라피티는 다양성의 끝을 보여준다. 정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팝아트 스타일로 작업할 수도 있고, 패션이나 디자인과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
메녹 97년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길거리에서 그라피티를 쉽게 볼 수 없었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도 그라피티가 뭔지 잘 몰랐던 시절 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최소한 그라피티가 뭔지 대충이라도 알지 않나? 지금은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래커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모트 나는 작업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그래서 그냥 계속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누가 들으면 재수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작가라는 표현이 싫다.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티스트다운 작업을 하고 싶다.
코마 일단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다. 최근에는 캔버스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거리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은 기존에 했던 그라피티와 는 조금 거리가 먼데 그라피티적 요소를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메녹 이제는 인물을 더 그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얼굴은 그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