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스쿨룩 걸’ 무드.
젊고 생동감 넘치는 패션을 추구하는 흐름이 압도적 기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이 간결한 스포티즘과 스트리트 무드로 ‘젊은 패션’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가운데, 추억의 하이틴 영화를 연상시키는 ‘스쿨걸 룩’을 변주한 일군의 디자이너들이 있다. 대표 주자는 60년대 모즈 룩을 재해석한 에디 슬리먼. 쇼에서 한나 가비 오딜르가 입은 흰 블라우스와 회색 주름 스커트, 그리고 더블 버튼 재킷과 메리제인 슈즈가 매치된 룩은 당장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스쿨걸 무드가 진하게 묻어났다. 그런가 하면 ‘걸’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미우미우의 룩은 어떤가. 백스테이지에서 마주한 미니스커트에 후드 점퍼를 입고 체인백을 배낭 메듯 손으로 잡고 어깨에 걸친 모델들은, 교실 뒤편에 모여 있는 ‘좀 노는’ 소녀들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젊다 못해 ‘어린’ 패션인이 스쿨걸 룩이 디자이너들의 손끝에서 재탄생해 20대는 물론 30, 40대까지 포섭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한 끗 차이의 스타일링과 소재 선택 덕분이다. 모범적인 룩에 스팽글 액세서리와 커다란 주얼리를 더한 에디 슬리먼. 그리고 단정한 아이템을 나일론 소재로 만들고, 여기에 자카드 소재 힐을 신긴 미우치아 프라다의 터치는 스쿨 걸 룩에 퇴폐적인 섹시함을 가미해 보다 성숙하고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그러므로 올가을 스쿨걸 룩의 대표 주자인 짧은 주름 스커트, 넉넉한 사이즈의 포근한 니트 스웨터와 카디건, 체크 패턴 아이템, 배낭, 그리고 실내화를 닮은 슬립온과 로퍼를 즐길 땐 십대가 아니라면 이처럼 성숙한 포인트를 섞을 것. 혹은 프레피 무드를 세련되게 업그레이드한 페이 런웨이처럼 아주 단순하고 간결하게 소화해도 좋을 것이다. 같은 미니 주름 스커트라도 90년 대 영화 <클루리스> 속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되느냐, 아니면 생로랑 런웨이의 매력적인 모델 한느 가비 오딜르가 되느냐는 입는 이의 몫 이니까.
- 에디터
- 이경은
- 어시스턴트
- 김가영
- PHOTO
- YOON JONG SUB, JASON LLOYD-EVANS,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