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광고 필름 디렉터 등 다방면에 걸쳐 활약해온 최고의 비주얼 아트 크리에이터 장 폴 구드(Jean-Paul Gould)는 지난 40여 년간 패션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이미지들을 창조해왔다.
<W Korea> 최근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장 폴 구드 이세이 미야케의 ‘ 이미지 메이커스 (Image Makers)’ 전시회 일정을 마치고 막 돌아왔다. 도쿄의 21_21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밥 윌슨, 데이비드 린치와 일본 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했고, 곧 아시아 전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또 스타드 드 프랑스 (Stade de France)에서 상연할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연출을 맡았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타악기와 캐스터네츠, 스페인, 투우, 피와 열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은 1989년 퍼레이드만큼 압도적인 건 아니지만(그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파리 퍼레이드를 연출했고 당시 8,000여 명의 관객이 참여 했다), 사실 테크놀로지에만 초점을 맞춘 대규모 무대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프로젝트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광고 커리어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샤넬 에고이스트 향수 광고를 찍을 때 자크 엘루(Jacques Helleu, 당시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는 ‘어쩌면 이번이 제대로 된 광고 필름을 찍을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부터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과 세일즈가 시작되고 판도가 바뀔 걸 직감했던 거 같다. 논란이 될 만한 스펙터클한 광고 이미지의 필요성이 줄어들 거라 판단한 거다. 그의 말대로 마케팅의 판도는 바뀌었지만, 다행히도 내겐 여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행운이 주어진다. 종종 브랜드에서 트렌드에 맞게 재편집하는 게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렇다면 이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는 더 이상의 여지가 없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소셜 네크워크에 사로잡혀 있다. 그건 곧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짧은 단편이 넘쳐나고 있다는 얘기다. 난 야심만만하고 현명하며 구조적으로 뛰어난 광고가 그립다.
하지만 여전히 광고를 통해 당신의 유머를 기대해도 될까?
그러길 바란다. 프라다 광고 작업을 할 때 미우치아 프라다는 모던한 젊은 여성을 위한 새로운 향수 광고를 원했다. 난 그녀에게 오래된 아파슈 댄스 필름을 보여주었는데, 여자와 남자가 굉장히 호전적이고 격렬한 춤을 추는 이 장면을 보고 난 후 그녀는 아이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막상 편집 과정에서 필름은 조금 귀엽고 나약한 버전으로 바뀌었다.
아트, 디자인, 사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작가를 꼽는다면?
난 빌 비올라(Bill Viola)의 엄청난 팬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재해석한 그의 공간 연출뿐만 아니라 그랑 팔레에 서의 전시회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또 사진에 있어선 여전히 기 부르댕, 어빙 펜, 리처드 아베던을 존경한다. 팀 워커의 유머 감각과 우아함도 감탄스럽고.
리터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리터칭은 특정 잣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컴퓨터 이전에는 모든 걸 손으로 작업 했는데, 드로잉에서 사진 커팅이나 페인팅에 이르기까지, 독자 들에게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이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방식이 변화했다. 난 지금도 사진을 리터칭하는 일은 삼가지만, 컴퓨터상에서 사진의 구성 효과는 조절하곤 한다. 그건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프린트에 대한 생각은?
난 프린트를 사랑한다. 앞으로도 사진 프린트가 영원히 살아남길 바란다. 비록 미래를 장담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자주 체크하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컴퓨터로 많은 걸 체크하지는 않는다. 흰 노트와 연필에 더 흥미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갖고 있지만, 아주 가끔씩 소소한 사진만 찍을 뿐. 아직도 디지털 과정은 늘 워밍업 단계다.
패션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건 아마도 가족사 때문일 거다. 조부모님은 파리에서 아주 작은 쿠튀르 상점을 운영하셨는데, 그들은 온몸으로 세기의 변화를 겪어내셨다. 이른바 에밀 졸라의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Au Bonheur des Dames)>을 연상시키는 스토리다. 패션은 내 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패션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장 폴 고 티에, 아제딘 알라이아, 이세이 미야케 등의 레전드 디자이너 외에도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난 컬렉션은 한 번도 디자인해본 적이 없지만, 요즘 엔 시계 디자인을 시도하는 중이다. 결혼 20주년을 기념한 시계로, 아내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어울릴 만한 동그란 형태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정진아
- 글
- Laure Gilbault
- PHOTO
- WWD/INT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