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 쿠니스는 어떤 범주 안에 쉽게 가둘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할리우드 거리에 있는 클래식한 클럽풍 레스토랑 ‘무소 & 프랭크 그릴’. “이거 정말 최고죠!” 밀라 쿠니스는 가장 좋아하는 웨이터 도밍고가 플란넬 케이크 접시를 내려놓자 이렇게 외친다. 30세가 된 쿠니스는 약혼자인 애슈턴 커처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지만, 지금 이 음식은 임신으로 인해 입맛이 갑자기 당겨서 먹는 건 아니다. 헐렁하고 두툼한 스웨터에 발목 부분을 말아 올린 빛바랜 진을 입은 쿠니스는 평생 이 음식을 먹어왔다. “내가 플란넬 케이크를 얼마나 좋아하느냐면, 2년 전 보스턴에서 <19 곰 테드>를 찍을 때 이 식당에서 케이크 반죽을 주문했어요. 이걸 먹으면 집에 온 것 같거든요.”
‘무소 & 프랭크 그릴’은 쿠니스에겐 안전한 곳이다. 파파라치가 없는 천국이라는 뜻이다. 히트했던 TV 시리즈 <댓 70’s 쇼>에 함께 출연한 36세의 커처와 사귀기 시작한 이후 쿠니스는 타블로이드지가 쫓는 사냥감이 되었다. 애슈턴과 밀라는 파격적인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둘은 드라마상에서는 연인이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치 소설처럼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중요한 순간을 여러 번 공유했다. “그와 처음으로 제대로 키스한 건 촬영하면서였어요. 그리고 <댓 70’s 쇼>의 졸업 무도회 장면에서, 내 프롬 파트너가 내 약혼자가 되었죠. 우린 정말 함께 무도회에 갔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요! 그 에피소드에서 내가 집으로 데리고 간 사람은 다른 남자였던 것 같지만요. 우린 그 부분 얘기는 안 해요.”
쿠니스는 커처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중의 눈앞에서 살아온 경험,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태도다. 그렇지만 광기는 계속된다. 우리가 아침 식사를 했던 날, 연예 잡지인 는 표지에 ‘밀라 & 애슈턴: 쌍둥 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쌍둥이를 임신하지 않았고, 임신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조차 하지 않았던 쿠니스는 몹시 화가 났다. “낮이나 밤이나 파파라치가 늘 우리 집 앞에 차를 대놓고 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오면서 파파라치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워너브라더스 주차장을 지나와야 했어요. 내가 임신했다는 걸 증명해야 하니까, 그들은 내 배 사진을 찍고 싶은 거죠. 왜 새삼스레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몇 년 동안이나 내가 임신했다고 떠들어 왔으면서. 이젠 내가 정말로 임신을 했으니, 날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 거죠.”
쿠니스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왔다. 영어 실력을 키우려고 부모님은 그녀를 연기 수업에 등록시켰다. 현재의 에이전트인 수전 커티스는 밀라를 그곳에서 발견했고, 남편인 캐머런과 함께 즉시 밀라와 계약해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밀라가 처음으로 했던 일은 바비 인형 광고 모델이었다. 촬영 후 인형은 밀라가 가졌다. “환상적이었어요. 이 일을 하면 장난감이 생기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정말 마음에 들었고, 그 뒤로 지금 까지 쭉 일하고 있어요.” 열네 살 때 그녀는 <댓 70’s 쇼>에 캐스팅되었다. 이 시리즈는 8시즌까지 갔다. 그 당시의 패션을 좋아하지는 않는 그녀지만(“내가 나팔바지 입은 모습은 다시는 못 볼 거예요.”) 쿠니스는 이 드라마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플란넬 케이크를 먹어가며 말한다. “이 드라마 덕에 약혼자를 만났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내 모든 실수를 나중에 볼 수 있도록 기록되어 있다는 게 정말 고마워요. 나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사춘기를 겪었어요!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 나는 키가 13센티미터 컸고, 정말 여러 가지 눈썹 모양을 했다고요! 난 여자애가 겪을 수 있는 부끄러운 모든 걸 다 내 약혼자 앞에서 보여줬어요. 그가 내 최악의 모습을 봤다는 건 분명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참 편안해요.”
영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TV 스타들이 많지만, 쿠니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감과 노력으로 커리어를 관리해오며 굉장히 실속 있는 자세를 취해왔다. <댓 70’s 쇼>가 끝난 후 그녀는 호러 영화, 액션 영 화, 로맨틱 코미디 등 닥치는 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자신이 다양 한 연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내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려고 오디션을 봤어요. 출연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거절한 경우도 많아요. 오디션을 본 까닭은, 내가 TV 스타라는 작은 상자에 갇혀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쿠니스의 가장 성공적인 변신은 아마 2010년 작 <블랙 스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어두운 면이 있는 발레리나를 연기했다. 쿠니스는 춤을 춰본 적이 없었고, 4개월 동안 힘든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마른 몸에서 9킬로그램이 더 빠졌고, 발레를 싫어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토슈즈를 신었을 땐 비명을 질렀어요. 다시는 춤을 추지 않 을 거예요. 이제까지 내가 해본 일 중 가장 힘들었어요.”
그녀가 가장 최근에 도전한 영화는 <주피터 어센딩>이었다. 라나와 앤 디 워쇼스키가 쓰고 감독한 작품으로 내년 초에 개봉한다. 그들의 <매트릭스> 시리즈와도 비슷한 <주피터 어센딩>은 우주의 형이상학적 상태에 대한 명상을 담은 영화다. 쿠니스는 영화의 디테일에 대해 아직 밝혀서는 안 되지만, 유전자 조작된 휴머노이드(채닝 테이텀)에 의해 구출되는 시카고 여자 역을 맡았다는 것까지는 말해준다. “난 좀 너드 예요. 과학 소설을 엄청 좋아하고요.” 이 영화 촬영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전에 이미 1년 쉬기로 결정해 둔 상태였어요. 머릿속에 일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내게는 이 일이 끝내주는 것이지만, 연기를 먹고 숨 쉬는 건 아니 잖아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메릴 스트립은 분명 나와는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난 아이 키우는 일에 전념 할 생각을 하니 흥분돼요. 1년 동안 일을 쉬어보면 어떨지, 앞으로 겪어봐야 알겠지만요.”
쿠니스는 아이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결혼식 계획에는 별 관심이 없 다. “난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12살 때부터 부모님께 내 결혼 같은 걸 기대하시지 말라 했지요.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어요. 진정한 사랑을 찾았죠. 이제 내 결혼식에 대한 계획은 이래요. 아무도 초대 안 한다, 사적으로 비밀 결혼을 올린다. 우리 부모님은 괜찮대요. 내가 결혼을 한다는 것만으로 기뻐하시거든요.”
쿠니스는 식사를 마치고 웨이터 도밍고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근처에서 쇼핑하고 있는 애슈턴 커처의 사촌 세 명을 픽업하러 가야 한다. “사촌들에게 채닝 테이텀을 소개시켜주기로 했거든요. 채닝을 만난다고 세 여자 전부 완전히 들떠 있어요.” 그녀는 계산을 하며 다 알고 있다는 미소를 짓는다. “여자들은 다들 영화배우에게 반하잖아요. 난 내가 반한 배우랑 결혼하는 거구요.”
-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Photographs by Michael Thompson
- 스타일링
- EDWARD ENNINFUL
- 글
- LYNN HIRSCH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