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찾아낸 18개의 가을 슈즈.
몇 시즌째 계속된 스포티즘의 영향과 함께 런웨이에 불어닥친 스니커즈 열풍을 눈여겨봐야 한다. 스트리트, 스포티, 스마트 ‘3S’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샤넬을 비롯해 우아함의 대명사인 디올까지. 쿠튀르 룩에 쓰이는 소재와 섬세한 오브제들이 이제 아찔한 스틸레토가 아닌 둔탁한 고무창 위를 장식하고 있다.
반스에서 셀린까지 스트리트 브랜드와 하이패션 브랜드는 모두 한목소리로 ‘슬립온’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역시 런웨이를 뒤흔든 쿠튀르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하이패션 브랜드의 경우 슬립온에 고유의 패턴을 넣거나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대입하고 있는 추세다. 캐주얼 브랜드 역시 색감이나 소재를 다양하게 쓰거나, 스타워즈 같은 인기 캐릭터 프린트를 넣어 슬립온을 고급화시키고 있다
아찔한 하이힐 슈즈를 고수하는 이들에게 아쉬운 소식 하나.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하이힐보다 활동적이고, 클래식한 키튼힐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 예를 들면 페라가모에서는 얼마 전 자신들의 아이코닉한 키튼힐인 ‘바라’ 슈즈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은 60년대 소녀들이 클럽에서 춤추고 놀기에 딱 알맞은 키튼힐을 제작해 런웨이를 물들였다. 이 둘이 지향하는 노선은 확연히 다르지만 두 브랜드 모두 클래식한 키튼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어떤 옷을 매치하든 무게감 있고, 시크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신발이 바로 검은색 앵클부츠가 아닐까. 이번 시즌은 특히 페이턴트 가죽 소재의 미래적인 앵클부츠가 대거 등장했다. 스니커즈의 고무창을 붙인 미우미우, 양말이 부착된 듯 보이는 루이 비통, 투박한 웨지 굽을 날렵하게 재단한 발렌시아가가 그렇다.
매니시한 룩에 잘 어울리는 로퍼, 옥스퍼드 슈즈는 사시사철 구분 없이 유용하게 신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번 시즌 매니시 슈즈의 도드라진 특징은 남성적인 슈즈 자체의 투박한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는 것. 하지만 옥스퍼드나 로퍼를 매니시한 룩에만 매치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은 떨쳐버리길. 질 샌더, 더로우, 마가렛 호웰,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처럼 여성스러운 룩과 함께 매치하면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등산화를 응용한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 타미 힐피거의 워커, 니트 드레스와의 이질적인 조합을 만들어낸 캘빈 클라인의 송치 소재 하이톱 워커, 호사스러운 금속 장식을 잔뜩 붙인 모스키노의 퀼팅 워커 등 이번 시즌만큼 다양한 장식의 워커가 출시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워커를 캐주얼하게 풀어낸 브랜드도 드물었다. 워커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이번 시즌엔 소재나 장식에 독특한 포인트가 있는 것을 선택하라
- 에디터
- 김신(Kim Shin)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모델
- 홍나경, 임정인, 이소현, 오주원
- 스탭
- 어시스턴트 / 한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