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대형 세단과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이 공존할 수 있을까? 뉴 아우디 A8은 그 답을 보여준다 .
“직접 비춰보실 분?” 적극적인 기자 몇 명이 검은 벽 앞에 나가 섰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한 상황이었다. 서울, 아니 어느 도시의 도로에서건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가다 마주친 아우디의 헤드램프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단호한 눈매를 어떻게. 뉴 아우디 A8은 여기에다 ‘혁신’이란 단어를 보탰다. 좌우 각각 25개의 고광도 LED 램프가 유기적으로 광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손전등이며 휴대폰 라이트를 켠 사람이 이리저리 서성대보자, 라이트는 맞은편의 빛과 부딪치는 부분에서만 감쪽같이 잦아들었다. 운전자의 시야는 넓고 밝게 확보하면서, 마주 오는 차는 눈부시지 않도록 한 배려다. 야간 운전 시에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해서 알려주는 나이트비전 기능은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도록 섬세해졌다. 뉴 아우디 A8의 업그레이드된 성능은 밤 운전에 특히 유혹적이다. 이 차를 황혼에서 새벽까지 몰아보고 싶었다.
시승은 다음 날 아침, 남해 끝에서 한려해상 해안선을 따라 여수공항까지 가는 코스였다. 태풍 너구리가 대치하고 있는 바닷가에는 안개가 자욱했고, 비가 흩뿌렸으며, 바람이 거칠었다. A8의 안락함에 몸을 의탁할 수 있다는 게 내심 다행스러웠다. 뭘 더할 것도 없지만 뺄 것도 없이 담백하고 힘찬 디자인은 과연 아우디답다. 넉넉함과 당당한 풍모가 대형 세단의 사이즈에서 오는 것이라면 젊은 감성, 스포티한 뉘앙스는 A8 디자인만의 매력이다. 바로 그 점이 역설적으로 이 세그먼트의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갖고 있을 보수적 가치에 어필하기도 한다. 세단다움에 충실하되 지나치게 남의 이목을 끌거나 요란하게 유혹적이지 않으니까. 운전석에 앉아보면 분명 커다란 차인데 콤팩트한 느낌이 들며 차를 몰기 시작하고 속도를 높일수록이 느낌은 더 강해진다. 대형 세단 특유의, 포근하지만 늘어지는 담요를 둘러쓰고 달리는 쿨렁임 대신 차가 내 몸에 착 붙는 밀착감이 경쾌했다.
초경량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해 가벼워진 A8은 연비뿐 아니라,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흡수해서 승차감도 높였다. 3D 내비게이션은 기어 레버 옆에 있는 터치패드로 조작할 수 있어 손이 편하다. 사고 발생 시에는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어 2차 추돌 사고를 방지하며, 주행 중 차선 이탈을 알려주는 등 안전을 배려한 기능도 촘촘하다. 기업 슬로건인 ‘기술을 통한 진보’, 그리고 뉴 아우디 A8의 슬로건인 ‘진보가 낳은 예술’에 대해 음미하게 되는 대목이다. 뉴 아우디 A8은 분명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나 BMW 7 시리즈와 경쟁하게 될 테지만, 조금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이 선택할 차 같기도 하다. 5인용이 아니라 4인용으로 디자인된 뒷좌석에 앉는 사람이 주인공일 확률이 높지만, 앞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다이내믹한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주는 프레스티지 세단이다. 뉴 A8은 명민한 자동차다. 크다는 것이 둔중함을, 우아하다는 것이 지루함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 에디터
-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