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패션위크에 용솟음치는 젊은 에너지! 푸릇한 열정과 단단한 내공을 갖춘 신인 디자이너들의 쇼장이 바로 그 진원지다. 저마다의 뚜렷한 색깔로 승부하는 대한민국의 패션 루키 6인.
LIE 이청청
이상봉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 이제 오롯이 자신만의 길에 들어선 디자이너 이청청.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첫선을 보인 ‘라이ʼ는 그의 타고난 감각과 오랫동안 다진 공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처음엔 이상봉의 세컨드 레이블인 줄 알았어요.
완전히 독립된 브랜드예요. 제가 따로 융자까지 받아서 론칭한 브랜드인걸요. 다만 라이의 총괄 디렉터를 하면서 이상봉의 해외 컬렉션 팀장을 겸하고 있죠. 라이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의 가격대를 지닌 디자이너 브랜드입니다. 20대 중반~30대 초반까지, 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죠.
브랜드의 수장이 되어보니 힘든 점은 없나요?
라이는 대중에게 어필하는 브랜드인지라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더라고요. 이상봉에선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나 값비싼 소재 사용, 파격적인 디자인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거든요.
첫 번째 런웨이 쇼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요?
80점 정도? 사실 쇼를 치르기 불과 며칠 전까지 모든 룩이 세일즈 때문에 미국에 있었어요. 룩 자체에 제가 의도한 바는 거의 표현했지만 쇼적인 완성도를 더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죠.
아버지인 디자이너 이상봉에게서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을 텐데요. 비슷한 점이 있나요?
저는 스스로 아버지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비슷하대요. 워낙 열정적이시라 고집스러운 면이 강하신데 저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당대의 디자이너를 아버지로 둔 만큼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어요.
맞아요. 런던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초월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라이 컬렉션을 하면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느꼈어요. 사람들은 아무래도 라이와 이상봉을 연관 짓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봉의 아들인데 저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니까요.
라이도 한국적인 모티프에 바탕을 둔 브랜드인가요?
이상봉과 라이 모두 한국적인 것을 무조건 고집하는 브랜드는 아니에요. 한국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신선한 모티프기 때문에 선택하는 거죠. 한글, 무궁화, 돌담 이런 모티프가 강렬하긴 해도 사실 이번 이상봉의 주제는 용암이었고, 나비 컬렉션도 호평받았잖아요. 라이 역시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주제라면 한국적이든, 아니든 크게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해외 진출 계획을 듣고 싶어요.
이제 후즈넥스트에 5번째로 참가합니다. 그리고 현재 라이는 뉴욕, 도쿄, 홍콩, 쿠웨이트, 싱가포르, 런던 등의 멀티숍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요즘 뉴욕에 이상봉 매장을 열려고 알아보고 있는데, 그 매장에 라이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에요.
Ordinary People 장형철
여자도 입고 싶은 옷. 대한민국 남성복의 떠오르는 별, 오디너리 피플은 동시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는 브랜드로 꼽힌다.
이제 3번의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갈수록 좀 수월한가요?
아뇨. 사실 이번이 제일 힘들었어요. 총 38가지 룩을 선보였는데 스타일링을 위해 컬렉션 1주일 전에 거의 완성해야 해서 일정을 맞추느라 엄청 고생했죠.
오디너리 피플의 옷은 여자인 제가 봐도 참 입고 싶어요.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 바로 그 얘기예요. 이번 F/W 쇼의 주제 역시 ‘24/7’이었는데 매일매일 입을 수 있는 데일리 룩을 뜻하죠.
오디너리 피플을 검색하면 ‘맨투맨 티셔츠’가 연관 검색어로 뜨던데 시그너처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나요?
아직 시그너처 아이템은 없어요. 섣불리 정하면 거기에 얽매일 것 같아서요. 하지만 오디너리 피플이 추구하는 바는 있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그래서 암홀도 여유롭고 전반적으로 타이트하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기 때문에 소재나 봉제, 디테일에 각별히 신경 쓰죠.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소재와 핏. 이번 F/W에 선보인 코트는 카센티노라는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했는데 이 원단을 받기까지 얼마나 많이 알아봤는지 몰라요.
비욘드 클로짓에서 4년 동안 일했다고 알고 있어요. 디자이너 고태용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이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는 걸 배웠죠. 이를테면 1시간 안에 뭘 찾아야 하면 정말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고 결국은 해냈거든요. 매일매일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 이어졌죠. 그래서 데뷔쇼 준비 기간이 3주밖에 안 주어졌을 때, <패션왕 코리아> 출연과 컬렉션 준비 기간이 겹쳤을 때, 사람들이 ‘못할 거야’라고 얘기해도 터무니없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었어요.
패션을 뒤늦게 공부했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옷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 1백kg에 육박할 정도로 뚱뚱했던 탓도 있어요. 원래는 요리를 했어요. 그러다 군대에 갔는데 취미처럼 잡지를 즐겨 보다 보니 고참과 간부들이 옷 살 때 도와달라고도 하고 패션에 재미를 붙였죠. 그리고 제대하자마자 전문학교에서 8개월 남짓 배운 후 비욘드 클로짓에 들어갔어요.
그렇다면 경력이 5년도 안 된 상태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거네요?
원래 비욘드 클로짓에서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 달간 입원하면서 갑자기 ‘내 것을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태용 실장님도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고, 다 같이 고락을 함께한 터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해외 진출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쇼가 끝나고 이탈리아, 일본, 미국의 멀티숍 3군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올해 중국의 패션 박람회나 캡슐쇼에 참가할 계획이에요. 일단 ‘무대뽀’ 정신으로 부딪쳐보려고요.
혹시 꼭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요?
유니클로! 두 아이템에 국한하지 않고 오디너리 피플의 기본적이고 미니멀한 정수를 담아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S=YZ 송유진
그 어느 디자이너보다 대담하고 콘셉추얼한 룩으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에스이콜와이지. 디자이너 송유진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특유의 현란한 프린트를 중심으로 한 펑크 룩으로 서울 패션위크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새기고 있다.
데뷔한 지 6년 정도 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론칭부터 지금까지 어떤 변화를 겪어왔나요?
전 의도치 않게 데뷔한 케이스예요. 칼리지 오브 런던의 졸업 작품전에서 수상을 하면서 현금과 제작 스폰에 뉴욕의 D&A 박람회 참가까지 지원받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브랜드가 생긴 셈이죠. D&A에서 갤러리아 백화점 바이어를 만났고, 2009년 스티브 알란을 통해 한국에 제 브랜드를 선보이게 된 거예요. 해외에서 한국으로 수입된거죠. 이후 파리의 후즈넥스트와 뉴욕 코트리에 참가하고 얼마 전엔 플랜 8라는 쇼룸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꾸준히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하면서 세컨드 라인 ‘S=ʼ을 함께 선보이는 중이죠.
컬렉션 자체에도 변화가 보이더라고요.
원래 제 취향은 간결하고 클래식한 편이에요. 그런데 제 특기인 프린트가 시그너처로 자리 잡으면서 점차 콘셉추얼한 쪽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사실 내가 완벽하게 세팅한 후 정식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초창기는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해외에서 먼저 시작한 브랜드라 아무래도 해외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부터 홍콩과 상하이 IT를 비롯해서 상하이의 10 꼬르소 꼬모, 갤러리 라파예트, 뉴욕의 오프닝 세레모니 등과 얘기 중이에요. 런던에서 패션을 배워서 2~3년 후쯤엔 런던으로 진출할 생각도 있어요.
조너선 선더스와 알렉산더 매퀸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어요. 당시의 경험에서 배운 점이 있나요?
2007년경에 조너선 선더스에 들어갔는데 당시엔 회사 규모가 작아서 일개 인턴인 제가 중요한 일을 많이 맡았어요. 직접 핸드 드로잉도 하고 톱숍과의 협업 컬렉션 할 때 필요한 기본 업무까지 하는 바람에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죠.
에스이콜와이지의 의상은 아이돌에게도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포미닛은 앨범 재킷과 무대에서 에스이콜와이지의 S/S 컬렉션 대부분을 입었어요. 또 이번 F/W 컬렉션에서 일부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죠. 아직 판매 시즌은 아니지만 해외 팬들을 위해 소량 생산할 계획이에요. 원래는 아이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돌이 단순히 어린 친구들만을 위한 문화를 넘어서고 있어서 의미를 크게 두고 있어요.
점차 바라던 바를 이루고 있나요?
차근차근 이루어나가고 있어요. 언젠가 홈쇼핑 라벨을 해보고 싶었는데, CJ홈쇼핑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에요. 또 올해 목표가 국내에서 세컨드 라인을 활성화하는 건데, 지난 F/W, 이번 S/S 시즌 모두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저지와 네오프렌을 믹스한 프린트 톱과 스커트와 라이더 재킷, 트렌치코트가 인기가 많아요. 여름부터 세컨드 라벨은 두타 매장을 거점으로 선보일 생각이고, 메인 라벨은 얼마 전에 새로 옮긴 가로수길 쇼룸에서 선보일 생각이에요.
Carnet du Style 이대겸
2010년 신사동 세로수길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이대겸의 브랜드 까르네 뒤 스띨. 지난 4년여간 크고 작은 파도를 겪으면서 점차 브랜드만의 단단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2012 F/W 시즌 이후 2년여 만에 두 번째 쇼를 치렀는데 지난번과 이번은 어떻게 다른가요?
예전엔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는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룩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이템 하나하나에 치중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번엔 좀 더 큰 그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또 훨씬 정제되고, 입을 수 있는 옷 위주로 구성했죠.
중간에 서울 패션위크를 쉬었다가 다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사실 첫 번째 컬렉션을하고 나서 피드백이 별로 없었어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만 급해서 치른 게 패착이었죠. 더군다나 여러 곳에 매장을 열면서 압박이 심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두타 매장을 철수하고 작년에 <솔드아웃>에 출연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실 두타 매장이나 에이랜드는 놔두면 매출을 내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디자인의 완성도보다는 제품을 빨리 돌리는 데 치중하게 되어 과감히 포기했죠. 무조건 외양적인 성장을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니까요. 잠시 템포를 늦추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면서 다시 컬렉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지원하게 되었어요. 이번 쇼가 끝나고 성과가 있나요? 우리 쇼를 보러 홍콩에서 바이어가 직접 방문해 오더도 하고, 뉴욕의 바이어도 호감을 보여서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어요. 특히 홍콩의 여러 멀티숍에서 주문이 들어왔어요.
가장 반응이 좋은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트렌치코트와 바이커 재킷 같은 아우터류예요. 재킷이나 아우터는 구조적인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많은데 이번 F/W 시즌엔 소재 자체의 힘으로 실루엣을 잡았죠.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요?
미술을 하긴 했어도 패션보단 공간 디자인 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고교 시절 여자친구가 모델이었는데 “네가 내가 입을 옷을 디자인하면 재미있겠다”라는 말이 은연중에 영향을 끼쳤나 봐요. 결국 대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파리의상조합으로 유학을 떠났죠.
까르네 뒤 스틸이 생각하는 ‘좋은 옷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예전엔 ‘입었을 때 당당해지는 옷, 갖춰진 옷’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편안한 옷’이 좋은 옷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Arche 윤춘호
닻을 올리기 무섭게 거침없이 순항 중인 아르케. 2014 S/S 서울 패션위크에 이어 이제 막 두 번째 시즌을 마친 디자이너 윤춘호가 아르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바는 ‘예쁜 옷.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옷’이다.
그리스를 테마로 한 2014 S/S 시즌의 데뷔쇼가 워낙 화제를 모았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쇼를 할 때는 별다른 걸 못 느꼈는데 한 열흘 정도 지나면서부터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사실 쇼를 하기 전에는 ‘이게 비즈니스와 연결이 될까? 가족들끼리 박수만 치고 끝나는 거 아닐까?’ 의구심도 있었는데 연예인, 매체의 협찬도 밀려들어오고, 바이어들의 반응도 좋아서 ‘쇼의 힘’을 실감했어요. 사실 작년 서울 패션위크 참가 직전에 뉴욕의 트레이드쇼인 코트리에서 톱 5에 선정되는 등 반응이 호의적이라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긴 했지만 도 이 정도로 호평받을 줄은 몰랐죠.
지난번에도 그렇고, 컬렉션에 네오프렌 소재가 눈에 띄는데 시그너처로 삼은 건가요?
아니요. 이번 시즌까지만 쓰려고 해요. 아르케의 시그너처는 드레스라고 생각해요. 이상봉에 다닐 때 워낙 드레스를 많이 해서 그런지 드레스만큼은 자신이 있어요. 시폰, 실크 새틴 등의 소재에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매치한 드레스를 좋아하는데 감상용이 아니라 실제로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지향하죠.
아르케, 아르케 레브, 토 세 레이블은 각기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나요?
아르케는 내 색깔에 트렌드를 적당히 반영한 컬렉션이라면 토는 온전히 하고 싶은 것, 즉 내 포트폴리오 같은 거예요. 아르케 레브는 저렴한 베이식 아이템을 보여주는 세컨드 레이블이고요.
어릴 적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나요?
사실 좀 부끄러운 얘기인데 패션 디자인학과도 점수 맞춰서 지원한 거였어요. 세종대학교 패션 디자인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해서 우연히 패션 대전이라는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이탈리아 마랑고니에 장학생으로 유학을 갔어요. 그곳에서 1년 마스터 코스를 마치고 이상봉에 입사하고, 군대 제대 후 프런코2까지 출연하게 되었죠. 그러다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올랐고요. 자연스레 여기까지 온 거죠.
프런코2에서 꽤 화제를 모은 캐릭터였던 걸로 기억해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배운 점이 있나요?
출연 전에는 워낙 ‘선생님급’ 디자이너 브랜드만 봐서 자신의 레이블을 만드는 게 엄청난 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프런코에 가서 다른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나니 다들 브랜드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돈이 많나?’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자본이나 인력 없이도 브랜드를 작게나마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배운 셈이죠.
아르케는 내수보다는 해외를 겨냥한 컬렉션이라고 알고 있어요.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첫 번째 시즌이 끝나고 해외 바이어들에게 오더를 받았는데, 그 금액이 생각보다 컸어요. 사실 국내 백화점 바이어를 만나면 ‘이게 팔릴까?’라는 반응이 먼저인데 해외 바이어는 보는 시각이 전혀 달라요. 꼭 일반적인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옷 자체가 예쁘면 그 점을 인정하더라고요.
당신의 옷에서 눈여겨봤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꼭 입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르케는 형태가 구조적이거나 디테일이 아주 화려하지 않아서 걸려 있는 것과 입었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거든요. 기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패션은 ‘예쁜 옷,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옷’이에요. 입어보면 ‘예쁘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MunsooKwon 권문수
매 시즌 독특한 콘셉트로 승부하며 남성복의 슈퍼 루키로 떠오른 권문수. ‘희망의 열쇠’를 주제로 한 그의 2014 F/W 컬렉션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노련한 감각이 어우러진 수작이었다.
요즘 신인 디자이너 중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브랜드는 거의 없는데 문수권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엔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에 사용하는 게 촌스럽다는 생각이 짙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해외에선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전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패션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성장한 만큼 일찍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을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막연하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막상 패션 디자인 학과에 입학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죠. 한마디로 꿈이 없는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군대에서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제대하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미국에서의 시간은 어땠나요?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 동안 패션을 공부하고 ‘나이스 컬렉티브’라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스의 브랜드를 시작으로 뉴욕으로 옮겨서 이갈 아즈루엘, 톰 브라운, 헬무트 랭, 로버트 갤러 등의 브랜드에서 인턴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앤드루 버클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했고요.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하는 브랜드들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업무의 폭이 넓어서 그만큼 배운 게 많아요. 특히 꼭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브랜드를 론칭하고도 한동안 인턴조차 없이 혼자 다 할 수 있었죠. ‘피티 워모’에 2회 연속 참가하고, 여기서 세계 각국의 신예 11명을 엄선해 소개하는 ‘The Latest Fashion Buzz’에 포함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서울 패션위크에 참여하기 전에는 해외 세일즈에만 집중했어요. 문수권의 포지션은 하이엔드와 컨템퍼러리 사이인데 바이어들은 가격대에 비해 질이 좋다고 해요. 특히 소재에 대해 호평이 많은 편이에요. 남성복이 워낙 소재를 중시하거든요. 버클러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좋은 소재를 가려내는 눈’이에요.
첫 시즌부터 화제를 모았다고 알고 있어요.
문수권의 첫 번째 시즌은 2012 F/W였어요. 당시에 우연히 뉴욕 쇼룸 직원의 소개로 해외 사이트에 룩북을 올렸는데, 그걸 ‘하이프비스트(hypebeast.com)’라는 유명 패션 블로그에서 포스팅하면서 갑자기 알려지게 되었죠.
문수권의 시그너처는 무엇인가요?
재킷과 셔츠의 뒷면에 있는 트임 디테일과 셔츠의 포켓 장식, 직선적인 실루엣 정도를 꼽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궁금해요.
우리나라, 미국, 홍콩, 일본 등에서 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데 매 시즌 오더가 조금씩 늘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빵’ 터져도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매장에서 문수권을 선보이면서 지금처럼 조금씩 성장해가고 싶어요. 궁극적으론 ‘문수권’이라고 하면 ‘입고 싶은 옷’이 떠오르는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라고요.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포토그래퍼
- 장덕화
- 모델
- 강소영, 박형섭
- 스탭
- 헤어 / 안미연, 메이크업 / 오미영(모델), 김부성(디자이너), 어시스턴트 / 임아람
- 기타
- 까르네 듀 스띨 070-8257-3015, 라이 02-553-3380, 문수권 02-3218-5919, 미우미우 02-3449-5908, 베자 by 플랫폼 플레이스 02-517-4628, 브로운 브로스 02-517-0071, 블랙뮤즈 02-545-3127, 생로랑 02-549-5741, 아르케 02-3676-7100, 에스이콜와이지 070-4409-0609, 오디너리 피플 02-4411-2938. 쥬세페 자노티 03-3438-6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