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임하는 군인이 무기를 정비하듯, 패션 위크가 시작된 뉴욕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제품 키트를 손보고 챙겨 실전으로 향한다. 그 꼼꼼한 손길과 비장한 발길을 따라서!
2월에도 뉴욕의 바람은 차고 건조하다. 봄이 오는 것을 시기라도 하듯이 짖궂은 폭설과 함께 몰아오는 시린 바람이, 겨울 내내 건조하고 민감해진 피부가 숨돌릴 틈도 없이 코너로 몰아부친다. 그러나 나에게 2월은 쏟아지는 햇살이나 퍼붓는 소나기처럼 상쾌한 달이기도 하다. 뉴욕, 밀란, 파리 패션 위크가 있어 백스테이지의 긴장과 흥분, 그리고 새로운 트렌드에 몸을 흠뻑 적실 수 있으니까.
백스테이지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패션 위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철저하게 메이크업 키트를 점검한다. 특히 신중하게 신경 쓰는 것은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등의 제품 상태. 쇼 기간에는 모델들의 피부가 극도로 민감해지고 손상을 입어 피부 트러블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파운데이션의 냄새를 맡아봤을 때 자연스럽지 않은 독한 냄새가 나거나 색깔이 변한 것 같으면 상한 것이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파운데이션은 주로 제품을 개봉한 후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쇼 기간에 신중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다양한 피부 질감의 메이크업 룩을 연출해야 하고, 여러 인종의 모델들을 만나기 때문에 색상과 질감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화이트, 옐로우, 브라운, 블랙 등 피부색 외에도 웜톤/쿨톤의 얼굴빛으로 구별하는데 핑크 빛이 돌면 쿨톤, 노란 빛이 돌면 웜톤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페이버릿 아이템들을 공개하자면 이렇다 : 아주 내추럴한 MAC의 페이스 & 보디 파운데이션, 커버 효과가 좋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각종 파운데이션, 핑크 빛이 도는 피부색에 좋은 로라 메르시에 시크릿 카무플라주 컨실러, 노란빛이나 붉은 빛이 도는 피부색에 좋은 바비 브라운 컨실러.
한국인의 경우 파운데이션 색상을 선택할 때 얼굴과 목의 경계에 발라보고 결정하면 실수가 없다. 노란빛이 싫어서 핑크빛 파운데이션을 사용하고 싶은 경우, 얼굴 전체를 바르지 말고 얼굴 안쪽으로 이마와 볼, 턱, 코, 입 주위 등 필요한 부분만 살짝 발라주고 컨실러를 이용해 결점을 커버해주면 화사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인 2월에는 파우더 사용을 자제하고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를 이용하여 피부화장을 하고 크림타입 볼터치를 시도해 보자. 수분 함량이 높은 미네랄 미스트를 뿌려 마무리를 촉촉하게 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오랜 겨울에 피부는 지쳐있지만, 봄은 바쁘게 돌아가는 패션 위크처럼 화려한 등장을 준비하는 중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