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체취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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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은 가장 개인적이고 섬세한 감각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트렌드를 쫓아가는 코스메틱의 영역에서도 ‘나만의 독특한 것’ 에 대한 집착이 극대화 된 아이템이 바로 향수. 요즘 뉴요커들은 이런 향수를 이렇게 뿌린다.

어느 공간의 공기의 냄새, 계절의 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체취는 매우 섬세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다. 오직 나만이 정의 내릴 수 있으니까. 길을 가다가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향에 반해 이유 없이 호감을 갖는 경우도 있고, 음식점에서 종업원의 진한 향수 냄새 때문에 입맛을 잃어 불쾌할 때도 있다. 향수를 즐겨 사용하는 애호가들에게서는 종종 자기만의 향수 철학을 발견한다. 겨울에 강한 향, 여름에 가벼운 향의 향수를 좋아하는 취향이 일반적이라면, 겨울에 무거운 옷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몸을 싸매기 때문에 오히려 가벼운 향을 뿌린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민감한 동시에 싫고 좋음이 뚜렷한 향의 영역에 대해 몇 가지 팁을 알면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향수는 크게 오일 타입워터 스프레이 타입이 있다. 오일 타입은 상대방에게까지 향이 퍼지지 않고 나만이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은은하게 나만의 비밀 향을 갖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성분을 잘 살펴서 알러지 발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워터 스프레이 타입은 상대방과 내가 동시에 맡을 수 있어 상대방에게 ‘나’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정확히 알고 상황에 맞게 향수를 사용할 줄 아는 센스가 이 무기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워터 스프레이 타입 중에서도 인공적인 강한 향을 싫어하거나 누구에게서나 맡을 수 있는 흔한 향과 구별되기를 원하는 매니아를 위해 뉴욕의 두 가지 향수를 추천한다. 우선 타임아웃 매거진이 2013년 10월에 선정한 뉴욕 최고의 향수 스토어 중 하나인 ‘Aedes de Venustas(www.aedes.com)’ 에서 발견한 Modules Perfume 02. 가게 종업원이 자신의 페이버릿이라고 추천한 이 향수는, 뿌렸을 때 보드카 느낌처럼 드라이하고 약간의 알코올 향만 느껴질 뿐 다른 향을 느낄 수 없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체취와 합쳐져 오직 뿌린 사람만의 독특한 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만의 유니크하고 가벼운 향을 느끼길 원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재미있는 브랜드 네임의 CB I Hate Perfume은 크리스토퍼 브로셔스(Christopher Brosius)라는 향수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누구나 맡을 수 있는, 시중에 판매되는 향수와 차별되는 향수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철학을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기존에 제작한 향수 외에 커스터마이즈도 가능한데 4개월의 제작 기간에 1만 달러라는 놀라운 가격이다.

개인적으로 반한 두 개의 향수도 살짝 소개하고 싶다. 먼저 Perris Monte Carlo의 Rose De TAIF. 평안하고 그윽한 장미 향을 맡을 수 있다. 또 하나, 유명한 조향사 베르트랑 두쇼푸 (Bertrand Duchaufour)에 의해 만들어진 L’Artisan’s Aedes de Venustas 오 드 퍼퓸. 루바브(대황) 과 토마토 잎 노트가 인상적인 이 향수는, 흔하지 않은 유럽의 최고급 향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예전 어느 잡지에서 배우 차승원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다. 향수에 대한 질문에서 그는 의상 컨셉트와 기분에 따라 2-3개의 향수를 레이어드 한다고 했다. 나도 그 당시 같은 방법으로 향수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답변이 기억에 남았다. 요즘은 보편화 된 이런 레이어링이,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름 시도해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커스터마이즈 방식인 것 같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세계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다양하고 독특한 내음은 나에게 향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주변에서 맡을 수 있는 모든 냄새가 이제는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메이크업의 영역이 머리에서 발끝까지로 넓어진 요즘, 눈에 보이지 않는 메이크업인 향수 또한 무궁무진하게 파고들만 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에디터
글 / 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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