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의 지점에서 열린 패션과 아트의 환상적인 조우.
마이애미의 진한 햇살과 함께 펼쳐진 아트 바젤 디자인 마이애미
매 시즌 아트 바젤 디자인 마이애미에 참가하고 있는 펜디. 올해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주제로 아티스트 마리아 퍼게이와 협업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드라마틱한 형태의 거대한 메탈 소재의 조형물 앞에서 “스틸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소재예요. 수정이 가능한 수채 물감이나 점토와는 다르죠. 그래서 작업에 고도의 정교함이 필요해요. 반면에 제작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작은 결점은 작품을 친숙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지도록 하죠. 유머가 담기기도 하고요”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 전시되는 루이 비통의 ‘물가 위의 집’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사진가였던 여성 예술가 샤를로트 페리앙의 작품을 재현한 설치로 주목을 받았다. 1934년, 매거진 <오늘의 건축>에서 주최한 디자인 콘테스트에 출품하기 위해 디자인한 스케치를 현실화한 것이다. 80년이 지난 오늘날에 봐도 어색하지 않고 시대감이 느껴지지 않는 모던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나무를 주요 소재로 한 친환경적인 스타일로 휴양지 콘셉트지만 사치스럽거나 이질적이지 않아 더욱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겨울 중의 겨울, 가장 추운 도시인 모스크바에 열린 샤넬의 누메로 프리베 모스크바의 체르트코브 맨션에서 브랜드를 상징하는 코드 10개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설치 전시를 선보인 샤넬. 비현실적인 크기의 샤넬 백, 원단, 피규어 인형 등이 놓인 방을 비롯해 거대한 진주 모양 장식 속에 담긴 하이 주얼리 시리즈, 칼 라거펠트의 방을 재현한 서재, 그의 목소리와 셔터 소리가 들리는 스튜디오, 캉봉가 31번지, 더블 C 로고와 숫자 장식으로 구성된 심벌 방 등 샤넬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아이코닉한 것들로 건물 전체를 알차게 채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마법의 여행이 펼쳐지는 이곳에 있다면 매서운 바람 따위는 두렵지 않을 듯.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한슬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FENDI, LOUIS VUITTON,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