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스튜디오와 런웨이는 너무 좁은 걸까? TV 방송부터 디자인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한민국 톱모델들의 무한도전!
케이플러스 모델 4인방 ∙ 가수
장기용 “이번에 파스텔 뮤직과 함께 사랑의 단상이라는 필레이션 앨범을 냈어요. 케이플러스 모델 10명이 참여한 앨범이죠. 모델들이 각자 오디션을 거쳐서 음색에 맞춰 뮤지션과 짝을 이뤘죠. 경험이 전무한 내가 정식으로 앨범을 내다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내 목소리가 담긴 노래를 앨범으로 들어보니 쑥스럽긴 해도 정말 가수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앞으로 모델 말고 이 방면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일종의 취미 같은 거죠. 하지만 노래나 춤으로 공연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젊을 때 거침없이, 여기저기 부딪쳐보고 싶거든요. ”
최소라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을 준비하면서 뮤지션 명단을 봤는데 ‘러블리벗’이라고 평소 좋아하던 뮤지션이 있는 거예요. 정말 좋았죠. 그런데 결국 짝을 못 이뤘어요. 저는 단스라는 신인 뮤지션과 함께했는데, 그분이 저에게 혹시 사랑을 하고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면서 남자친구를 떠올리면서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감정을 싣고 노래를 부른 건 처음이었어요. 그동안은 아무 감정 없이 가사를 읊기 바빴는데 말이죠. 이런 경험을 하고나니 모델로서 포즈를 취할 때도 감정을 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성경 “저는 원래 20대 후반쯤에는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기 때문에 정말이지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워낙 성량이 커서 집에서건, 노래방에서건 ‘지르는’ 발성의 노래만 하다가 사근사근 속삭이듯 노래를 불러보니 신선하더라고요. 무엇보다 내가 스튜디오나 쇼장이 아닌 녹음실에서 내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요. 앞으론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공연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쇼케이스처럼 행사가 열리는데 벌써부터 떨려요.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박형섭 “평소에도 노래를 달고 살아요. 물론 좋아하는 것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지만요. 그 누구보다 음악을 즐기지만 노래를 잘하진 못해요. 심지어 제 노래를 들어보니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그래도 중학생 때만 해도 가수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것에 만족해요. 그동안 3군데 정도 아이돌 그룹에 영입 제안이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제가 무슨 아이돌이에요. 지금은 모델이 좋아요. 아직 다른 분야에 대해선 천천히 생각하려고 해요. 아직 모델로서의 꿈도 완전히 다 못 이뤘는걸요?”
백지원 ∙ 아마추어 가수
“처음 에스팀 아카데미에 들어갔을 때 포부를 밝히는 시간이 있었어요. 전 장윤주 언니처럼 모델이면서 노래도 하고 싶다고 얘기했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얼마 전엔 지춘희 컬렉션 피날레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이지 근사한 경험이었어요. 이때 ‘Joyful, Joyful’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컬렉션을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부르게 된 터라 당황스러웠지만 기회가 왔을 때 한번 해보고 싶단 마음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엄청나게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까, 그저 그 시간이 꿈만 같았죠. 다행히 반응도 꽤 좋았고요. 평소에도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학교에서도 찬양팀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모던록, 재즈, 힙합, 발라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고 부르는데 제 음색은 재즈에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지춘희 쇼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앞으로 기회가 또 온다면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면 더 좋겠죠. 영부인이면서도 가수 활동을 꾸준히 한 카를라 브루니처럼요.”
최준영 ∙ 가수
“지난 5월에 프로듀서 로맨티스코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냈어요. 작년에 에스팀에서 연말 파티를 하는데 저와 지원 언니가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는 먼저 제안을 하셨거든요. 꾸미지 않은 듯한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사실 처음엔 ‘내가 무슨 노래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작년에 <슈퍼스타K4>에 출연했을 땐 창피하기만 했거든요. ‘모델이나 하지 왜 나와’라는 악플에 상처도 좀 받았고요. 이번엔 달랐어요. 앨범만 낸 게 아니라 안산 락 페스티벌과 홍대에서 공연도 했는데 모델이라는 이력 때문인지 공연을 해도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내 노래를 즐겨주시더군요. 또 사람들이 ‘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모델이구나’라는 시각으로 봐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요. 아직은 해외 진출도 해보고 싶고, 모델로서 이루고 싶은 바가 더 많아서 가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 또 좋은 기회가 오면 마다하진 않을 것 같아요”.
이수열 ∙ 카페 운영
“처음엔 부모님 때문에 시작한 일이에요. 가족과 함께하니까 모델일을 병행하기에 나쁘지 않았고요. 평소 커피를 좋아하긴 했어도, 카페를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도와주는 개념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할 일이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차츰 애착도 생기고요. 그러면서 세미나 같은 것도 다니면서 커피에 대해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했죠. 무엇보다 끌림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아니고 작은 로스터리 카페이다 보니 소박하지만 정다운 매력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꽤 두텁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요. 그런데 가끔씩 제가 모델인 걸 알고 “쇼 사진이나 잡지에서 봤어요” 라고 말 거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모델이긴 해도 굳이 이 일에 제 직업을 연결 짓고 싶지 않아서 좀 쑥스러워요. 모델 이수열과 카페 끌림의 이수열은 좀 달랐으면 해요. 물론 두 역할 모두 중요하지만요. 모델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몰라도 할 수 있는 한 병행할 생각이에요. 또, 언젠간 오롯이 나만의 카페를 해보고 싶어요.”
도상우 ∙ 맥주펍 운영
“핑퐁펍을 시작한 지는 이제 한 달 남짓 되었어요. 평소에 경리단길에 다니면서 가까이 지내던 형들과 저를 포함한 5명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열었죠. 처음에 동업자 중 한 명이 스포츠 펍에 관심이 많아서 얘기 중에 핑퐁펍은 어떻겠느냐고 아이디어를 냈고 ‘이거다’ 싶어 바로 계약하고 준비를 시작했어요. 아마 핑퐁펍이라는 형태는 아직까지 국내에선 유일한 걸로 알고 있어요. 다른 형들은 이미 경리단길에 각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죠. 펍 경영은 물론이고 동업도 처음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경험한다는 것만으로 즐거워요. 그래서 요즘은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모델일은 많이 줄인 상황이지만 이 일만큼은 꾸준히 병행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모델이다 보니 절친인 87 크루들을 비롯한 모델, 디자이너 등의 패션 피플이 많이 찾아오니까 그분들 덕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얼마 전엔 셀렉트 숍 비이커의 1주년 기념 파티장에 저희 펍로고를 넣은 탁구대를 설치해서 일종의 협업 같은 것도 진행했고요. 앞으로 핑퐁펍의 로고를 이용한 패션 아이템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또,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참, 360사운드와 함께 탁구 대회도 열 계획이에요. 즉 단순히 ‘탁구 치는 맥주집’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일종의 문화발전소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포토그래퍼
- JANG DUK HWA
- 스탭
- 헤어 / 김귀애, 메이크업 / 공혜련(A by BOM), 어시스턴트 / 임아람, 김가영